'전 국민 고용보험' 속에서도 또 밀려난 '특수고용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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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 고용보험' 속에서도 또 밀려난 '특수고용노동자'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5.1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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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임위 통과 '고용보험법 개정안' 적용 대상 제외 "21대 국회에서 처리"
민주노총 "보수야당과 재벌 보험사의 동맹, 졸속 처리"
"정의조항 고쳐야하는 문제, 예술인처럼 '특례'로 밀어붙일 우려 있어"
지난 1일 전국택배연대노조의 '택배차량 드라이브 인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특고노동자 차별 철폐'라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1일 전국택배연대노조의 '택배차량 드라이브 인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특고노동자 차별 철폐'라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지난 11일,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이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은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이번에도 빠지고 역시 사각지대에 놓여진 예술인의 경우 '근로자성'을 인정받은 것이 아니라 '특례'로 고용보험 적용 확대를 받게 되면서 개정안의 본 취지를 해친 '졸속 통과'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고용보험법 개정안은 그동안 고용보험의 혜택을 누리지 못했던 특수고용직 종사자, 예술인 등에게 사회안전망 차원의 고용보험을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1일 상임위를 통과한 개정안에는 고용보험 확대 대상에 예술인만 포함이 되어 있고 골프장 캐디, 보험설계사, 비정규직 등 특수고용직은 제외됐다. 

이 법안을 놓고 민주당은 특수고용직을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지만 미래통합당은 예술인들에게만 고용보험 확대를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지난 2018년 11월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고용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기존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을 넘어 특수고용노동자, 예술인 등으로 고용보험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통과된 개정안은 '예술인을 자영업자로 상정'하는 내용이 담긴 장석춘 미래한국당 의원의 특례법안이 합쳐진 것으로 예술인들은 근로자 자격을 인정받은 것이 아니라 '특례'로 이번에 고용보험 대상에 포함이 된 것이다.

고용소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임이자 미래통합당 의원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고용 위기에 직면한 예술인 등 고용보험법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의 어려움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지만 특수고용 종사자의 경우 범위가 너무 커서 통과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특수고용자, 플랫폼 노동자 등은 21대 국회에서 다시 의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동계는 국회가 문재인 대통령의 '전 국민 고용보험' 담화 이후 졸속으로 법안을 처리하려다보니 취약계층인 특수고용직을 외면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12일 성명에서 "개정안의 핵심 중 하나인 특수고용직, 플랫폼 프리랜서 노동자의 고용보험법 적용이 빠진 것은 실망스럽다. 코로나19 위기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위기의 순간에는 고용보험법 등 사회보장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비정규직, 일용임시직, 특수고용직, 플랫폼 프리랜서 노동자들이 겪는 고통은 일반 노동자들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신속한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면서 21대 국회가 신속하게 처리할 것을 요구했다.

같은 날 민주노총은 "단계적인 방법부터 찾으라는 10일 대통령의 특별연설이 가이드라인이 되어, 관련 법안이 상정된 후 2년간 논의 한 번 되지 않던 법안을 번개불에 콩 볶아먹듯 졸속으로 처리했다. 환노위의 결정 과정에서 보수야당과 재벌 보험사의 동맹으로 정부와 집권여당의 모양새만 구기게 됐고, 그들은 오히려 더 강력한 동맹의 기회를 잡게 된 것이다. 10년을 기다린 특고노동자의 염원을 짓밟은 정부와 정치권의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이 '재벌 보험사'를 거론한 이유는 특수고용직 중 하나인 보험설계사가 고용보험을 적용받을 경우 보험사들이 고용보험 부담 확대로 설계조직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고 고소득 보험설계사의 경우 세금 부담 등을 이유로 고용보험 가입을 반대하는 것 등을 지적한 것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통합당이 반대를 했고 재벌 보험사도 은근히 로비를 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서 해야하는데 2년을 끌어온 일을 대통령 담화가 나오니까 바로 졸속으로 통과시킨 것"이라면서 "지금부터라도 시민단체 등과의 논의를 빨리 진행해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적용될 수 있도록 개정해야하고 담화에서 밝힌 것처럼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예술인들은 특수고용노동자 배제와 함께 고용보험 적용을 '특례'로 처리한 것에 반발하고 있다. 문화예술노동연대는 12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들은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간절히 바래왔지만 특수고용노동자들을 배제하고 예술인만 특례로 처리한 고용보험을 원한 적은 없다. 지금의 개정안은 예술인도 특고도 그 누구도 주장한 바 없던 형태로 통과됐다"면서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전 국민 고용보험 적용'이라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길은 바로 예술인에게,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게 시혜로서의 특례가 아닌, 고용형태에 근거하는, 일하는 사람의 고용안전망을 보장하는 고용보험을 적용하는 길이라는 것을 기억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화예술노동연대 관계자는 "한정애 의원 법안이 많이 반영이 됐다고 하지만 전체적인 틀은 장석춘 의원의 발의안으로 갔다. 근로자의 정의를 '일하는 사람 모두'로 잡고 그에 따라 고용보험법의 정의조항을 바꾼다면 굳이 특례를 만들 일이 없고 '전 국민 적용'이라는 정부 취지에도 맞을텐데 국회 환노위는 조항을 바꿀 생각이 없다. 법의 전체 프레임을 바꾸어야하기에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해야하는 부분이다. 우리가 특례의 첫 사례가 될 수 있는데 법을 바꾸지 않고 특례로만 계속 적용 대상을 늘린다면 특수고용노동자가 적용이 된다고 해도 법 개정의 의미가 사실상 사라지게 되고 특례로 묶이게 된 이들이 고립될 가능성도 있다. 예술인들에게 유리하다는 것은 맞지만 큰 틀에서 보면 우려스러운 부분이 많기에 특례를 반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1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정부나 여당은 이번에 특수고용노동자까지 꼭 가야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무척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 특고들은 임금 근로자처럼 지위 종속 관계가 상당히 강한 것은 아니지만 이분들이 제공하는 노무를 받아 사업을 하는 분들이 있다. 그분들이 일반 임금근로자들의 사용자에 해당하는 사회적 기여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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