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칼럼] 중증장애인 근로지원인 김지수 속기사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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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칼럼] 중증장애인 근로지원인 김지수 속기사의 꿈
  • 김철환 활동가
  • 승인 2020.05.19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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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기를 지원하고 있는 김지수 속기사. 사진=채지민
속기를 지원하고 있는 김지수 속기사. 사진=채지민

[시사주간=김철환 활동가] “앗, 정말인가요? 감사합니다!”

시청각(중복)장애인 근로지원서비스(근로지원인 서비스)를 하고 있는 김지수 속기사의 답신 문자에 기쁨이 묻어났다. 근로지원서비스 가운데 속기사에 대하여 전문인 우대정책 검토를 하고 있다는 문자를 받았기 때문이다.

근로지원인 서비스는 취업 중인 중증장애인이 업무(일)를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로 2011년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이 개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이 제도를 통하여 사업장에 취업 중인 지체장애인을 비롯하여 시각장애인, 청각‧언어장애인 등을 지원하고 있다. 

지체장애인의 경우는 업무에 필요한 물품을 옮기거나 문서작업 등을 보조한다. 전화를 대신 받거나 기록을 도와주기도 한다. 시각장애인 근로자에게는 발표자료 작성 등을 도와주거나 문서를 점자로 바꿔주는(점역) 역할도 한다. 

청각장애인 근로자에는 회사 내의 소통이나 회의 대화를 수어 등으로 통역을 지원하며, 전화나 회의 내용을 문자 등으로 기록하기도 한다. 지적장애인 등을 위해서는 의사소통을 지원하거나 고객을 응대할 때 보조역할도 한다. 

근로지원인 서비스 제도는 제한적인 예산, 다른 서비스와 일정 부분 겹친다는 문제가 있다. 그럼에도 취업 중인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제도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이는 제도 도입 단계에서 근로지원을 받고 있는 장애인들에 조사 등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조사(이상진, 2010)에 의하면, 조사 참여 장애인 중 87.0%가 근로지원인 서비스가 업무에 도움이 된다고 하고 있다. 83.1%는 서비스 이용 전보다 더 많은 일을 처리하고 있다고 응답하였다. 직장동료와의 관계도 65.2%가 개선되었다고 답하고 있다. 2016년 실시한 조사(해냄복지관)에서도 96%가 근로지원인 서비스가 근로를 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답변을 하여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제도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근로지원에 참여하는 이들은 불안하다. 시급(時給)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안정된 고용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장애인이 연차를 쓰거나 결근을 하면 자연히 근로지원인의 수당도 없어진다. 특히 코로나19 등으로 장애인들이 오랜 시간 근로를 못 하는 상황이 생기면 자연히 근로지원인의 급여도 사라진다. 

우대 정책에 포함된 전문가의 범위도 좁다. 현재 수어통역사나 점역사의 경우 일반 근로지원인과 다른 우대를 하고 있다. 이들의 경우 시급이 10,270원(2020년)으로 일반 근로지원인보다 1,600원 정도 더 받는다. 월 급여로 환산하면 일반 근로지원인과 30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

김지수씨는 1급 속기사로서 근로지원을 하고 있지만 우대정책을 받지 못하고 있다. 수어통역사나 점역사와 다르게 속기사의 우대 정책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지수 속기사는 이를 개선해야겠다는 생각에 장애인단체(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에 민원을 냈다. 속기사도 전문인이기에 전문가로서 대우를 받게 해 달라는 취지였다.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에서 장애인에게 문자통역(속기)을 제공하도록 하는데 장애인 고용에서는 이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문제 제기이기도 했다.

김지수 속기사가 사용하고 있는 속기전용 자판. 사진=김지수 제공
김지수 속기사가 사용하고 있는 속기전용 자판. 사진=김지수 제공

일반적으로 속기사라고 하면 ‘타자를 빨리 치는 직업’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한글속기 1급’을 취득하려면 속기 연습에만 평균적으로 1년 이상 걸린다. 그리고 현장에서 모든 대화 내용을 막힘없이 속기하려면 ‘고도의 집중력’, ‘순발력’, ‘지구력’, ‘문맥을 파악하는 능력’ 등을 더 훈련해야 한다. ‘맞춤법’과 ‘띄어쓰기’도 더 습득해야 한다. 여기에 장애인의 특성까지 익혀야 속기 근로지원 활동을 할 수 있다. 전문적인 자격과 훈련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직종이다. 

김지수씨에게 근로지원을 받고 있는 장애인이나 주변인들은 전문가라서 좋아 한다. “근로지원인으로 속기사가 오니 너무 편하다.”, “회의 때 문자통역을 하는 분량이 예전 근로지원인보다 6배가량 많다.”라며 감탄한기도 했다. 그러면서 간식 등을 챙겨주기도 한다. 중간에 그만두지 말고 오래 일을 해달라는 뜻일 것이다. 그럼에도 김지수 속기사는 전문가로서 대우를 못 받는 것(처우나 경력 증빙의 문제)은 마음속의 그늘이었다.

다행히 김지수 속기사가 장애인단체를 통하여 관련 기관에 낸 민원이 수용되었다. 기관에서 속기사에 대한 우대정책은 물론 수어통역사 등에 대한 정책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검토 중이다. 김지수 속기사의 소박한 꿈이 이루어진 것이다. 

김지수 속기사의 외삼촌은 청각장애인이다. 그동안 크게 관심을 두지 못했다. 하지만 근로지원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어렴풋이 외삼촌의 처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장애인들의 욕구에 비하여 우리나라 복지가 부족하다는 것을 마주한 것이다. 

사회의 시스템이 비장애인 위주로 되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일상생활부터 직장생활, 편의시설, 인간관계도 비장애인 중심이라 장애인으로 살아가기 힘들다는 것도 경험했다. 그 동안 미처 몰랐던 것들이다. 근로지원 활동을 통하여 장애인을 바라보는 눈이 바뀌는 등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감수성이 커진 것이다.

김지수 속기사는 막연히 속기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근로지원인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근로지원으로 활동하기 전 전까지는 속기사로서 삶이 전부였지만, 지금은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속기사 근로지원인의 처우 개선의 꿈은 이루어졌고, 내친김에 속기 활동만이 아니라 장애인 인권 관련 일도 해보고 싶다는 꿈이 생긴 것이다.

더 나아가 더 많은 근로지원서비스를 하는 속기사들이 나오길 바라는 꿈도 생겼다. 후배 속기사들이 장애인을 이해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가교역할을 하는 것, 이를 통하여 장애인을 가로막는 장벽이 줄어들기를 바라는 꿈이다. 

어떻게 보면 김지수 속기사의 꿈은 거창할 수 있다. 장애인에 대한 장벽을 없애는 것은 정부가 지향하는 큰 목표인 장애인의 사회통합 환경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지수 속기사와 같이 소박한 꿈을 꾸는 이들이 한 사람, 두 사람 늘어난다면 사회통합의 날은 멀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지수 속기사의 꿈을 응원해본다. SW

k6469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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