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저승서 만나거든 너무 늙었다고 몰라보지나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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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저승서 만나거든 너무 늙었다고 몰라보지나 마세요"
  • 황채원 기자
  • 승인 2020.05.19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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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의 눈물' 편지로 담아낸 '5.18 유족' 최정희씨
5.18 민주화운동 당시 남편을 잃은 최정희씨가 18일 열린 5.18민주화운동 40주년 정부 기념식에 참석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5.18 민주화운동 당시 남편을 잃은 최정희씨가 18일 열린 5.18민주화운동 40주년 정부 기념식에 참석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황채원 기자] 지난 18일 열린 5.18민주화운동 40주년 정부 기념식에서 5.18 당시 군인들의 총격에 의해 희생된 故 임은택씨의 아내인 최정희(73)씨가 남편에게 쓰는 편지를 낭독해 화제가 됐다.

최씨의 남편인 故 임은택씨는 담양에서 소 사육 농가를 운영하던 중 1980년 5월 21일 동료들에게 "광주에서 군인들이 빠져나가 안전하다"는 말을 듣고 소 판매 대금을 받기 위해 광주로 갔고 일을 마치고 돌아가던 중에 광주교도소 뒤쪽 도로에서 3공수여단 군인들의 무차별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남편의 소식을 들은 최씨는 시신을 찾기 위해 광주시내 병원과 야산을 헤맸고, 그의 시신은 열흘 뒤인 5월 31일, 교도소 관사 뒤 흙구덩이에 암매장된 채 발견됐다.

"소 장사를 하던 당신이 광주에 수금하러 간다기에 저녁밥을 안치고 있던 참이었는데 밥도 안 먹고 나갔었지요. 그렇게 당신은 밥이 다 되고, 그 밥이 식을 때까지 오지 않았어요. 안간데 없이 당신을 찾아 헤맨 지 열흘 만에 교도소에서 시신이 된 당신을 만났습니다..."

이후 최씨는 고향인 부산으로 돌아갔지만 형사들의 감시를 받아야했고 식구들까지 미행당하자 다시 담양으로 돌아왔다. 군부가 임씨를 비롯한 희생자를 '교도소를 습격한 폭도'로 매도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최씨는 가슴에 한을 담으며 홀로 3남매를 키워냈다.

"여보, 다시 만나는 날 나 너무 늙었다고 모른다 하지 말고 3남매 번듯하게 키우느라 고생 많았다고 칭찬 한마디 해주세요. 참 잘했다고". 최씨의 편지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참석자들과 TV로 기념식을 시청하던 시청자들을 눈물짓게 했다.

40년이 지나도 유족들의 한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러나 아직도 이들을 폄훼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이 사건의 책임이 있는 이는 사과의 말 한 마디 없이 여전히 호화 생활을 하고 있다. 억울하게 죽은 것도 모자라 '폭도'라는 누명을 쓰고 이로 인해 고통받아야했던 유가족의 한. 시대의 아픔을 풀어야한다는 숙제가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다. SW

hcw@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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