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국민청원, 민식이법은 되고 구하라법은 안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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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국민청원, 민식이법은 되고 구하라법은 안되는 이유
  • 오영주 기자
  • 승인 2020.05.21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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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만명 이상 국민 청원 이끌어낸 민식이법, 개정 청원도 20만명 넘어
좋은 법도 악용하면 '악법', 졸속 처리와 여론 동조 '독' 될 수도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오영주 기자] 20대 국회 본회의가 지난 20일 많은 국민들의 관심 속에서 마지막 회의를 마무리했다. 이날 접수된 법률안은 2만4139건으로 그중 8904 건이 통과 됐으나, 1만5020건이 미처리됐다.

특히 가수 고(故) 구하라씨의 친오빠가 청원하여 많은 국민의 눈길을 끌었던 '구하라법'도 폐기되어 눈길을 끌었다. 부양의무를 제대로 못한 부모나 자식의 재산 상속을 막는 일명 '구하라법'은 국회 입법 청원에서 10만명이 넘는 국민의 동의를 얻었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계속 심사' 결론이 나 결과적으로 폐기됐다. 

또, '민식이법' 개정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은 35만4857여명이 동의하였으나, 청와대 측은 "다소 과한 우려일 수 있다"고 답변했다. 김계조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20일 오후 청와대 소셜 라이브에 출연해 "현행법에 어린이안전의무 위반을 규정하고 있고 기존 판례에서도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예견할 수 없었거나 사고 발생을 피할 수 없었던 상황인 경우에는 과실이 없다고 인정하고 있다"며 "(어린이안전의무 위반 시 과잉 처벌이라는 청원인의 지적은)다소 과한 우려일 수 있다"고 말했다.

◇ 국민청원법, 여론 동조와 졸속 처리에 ‘악법’ 될 수도

사진 출처=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그렇다면, 민식이법은 되고 구하라법은 안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두 법은 국민 청원에서 시작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청원에 한 달 내 20만명 이상이 동의하면 청와대가 답변하는 '국민청원 게시판'은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취지로 지난 2017년 8월 도입된 제도다. 윤창호법, 민식이법 등 다수의 법이 국민청원으로 인해 통과됐다.

다만 구하라 법의 경우, 상속제도 전반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여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 사실상 폐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기헌 법안심사제1소위 위원장은 “‘부양의무를 게을리한 경우’와 같이 추상적인 개념을 상속 결격사유로 추가할 경우 법적 안정성 등에 문제가 있을 수 있어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즉, 어디까지가 부양의무를 게을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어려워 법 질서에 혼란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해냄 박신호 변호사가 SNS에 올린 글을 살펴보면, 구하라법이 진행되어 피상속인과의 동거 기간에 따라서 상속 기준을 세우게 되면, 피상속인과 같이 지내던 기간이 길기만 해도 상속을 받을 우려가 있다.

박 변호사는 "부모를 '모시고' 살았든 반대로 부모에 '얹혀서' 살았든 관계없이 부모와 오랜 기간 거주한 상속인이 상속에서 유리한 기현상이 발생한다"면서 "무엇보다 '특별한 기여'가 아닌 '평범한 기여'까지도 기여분으로 인정해주면, 모든 상속 사례에서 상속분을 산정하는데 있어 기여분을 따져봐야 하는 결과가 돼 국민 모두의 상속분이 법원의 판단에 좌우되는 일대 혼란을 맞이하게 된다"고 말했다. 

사실상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민식이법’을 살펴보아도, 좋은 취지에서 통과된 법이 억울한 경우를 만드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민식이법 중 특가법은 스쿨존 내에서 13세 미만 어린이를 치어 사망하게 한 경우 그 운전자를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민식이법' 개정을 요구한 청원인은 “형벌 비례성 원칙에 어긋난다”면서 "아이들의 돌발행동을 운전자가 무조건 예방하고 조심하라고 하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부당한 처사"라고 주장했으며 많은 동조를 이끌어냈다.

주목할 부분은 이 법이 통과될 당시에도 국민청원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는 점이다. 민식이법은 어린이 보호구역 내 교통사고로 숨진 9살 고(故) 김민식 군의 사건에서 촉발된 만큼, 어린 자녀를 먼저 앞세운 부부의 고통에 안타까워하는 여론이 형성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에 김민식 군의 부모가 출연해 눈물을 흘렸고, 이후 동조하는 여론이 높아지자 국회는 ‘국민과의 대화’ 22일 만에 법안을 처리했다. 이에 민식이법은 “여론에 등 떠밀려 졸속으로 처리됐다”는 논란이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민식이법이 악법이라고 비난하는 것도 마녀사냥이 될 우려가 있다. 성낙문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민식이법 중 ‘가중처벌 규정’은 논란이 되고 있지만 어린이보호구역에서의 교통안전시설물 설치의무 규정은 잘 뿌리내렸다”고 평가했다. 한상진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여러가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민식이법은 스쿨존에서 어린이가 보호받아야 한다는 점과 현행 도로교통법에 명시되어 있는 횡단보도 앞 일시정지 의무를 지켜야 한다는 점 등을 다시 일깨워 준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 국회 통과한 ‘N번방 방지법’ 제 2의 민식이법 논란 될까

사진 출처=KBS뉴스

20 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민청원법 중 가장 주목받는 것은 'n번방 방지법'이다. 온 국민을 분노로 들끓게 한 N번방과 같은 사건을 막기 위해 발의된 'n번방 방지법'은 국민 여론상 반드시 통과되어야 할 법으로 꼽혔으나,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구입하거나 소지•시청했을 경우 현행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벌금형을 삭제한 '1년 이상의 징역'으로 형량을 높인 부분이 우려되고 있다. IT업계는 카카오톡, 밴드처럼 각 이용자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사적검열’ 우려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22일 만에 졸속 처리 됐다는 논란을 빚은 민식이법처럼 ‘N번방 방지법’ 역시 절차를 건너 뛰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4일 발의된 전기통신사업법의 경우 입법예고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조차 생략해 우려를 샀다. SW

oyj@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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