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 日 전범기업 은행에 국부 유출 '그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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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C녹십자, 日 전범기업 은행에 국부 유출 '그럴 수도 있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5.26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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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비시도쿄UFJ은행 세 차례 대출, 1~2억원 이자 일본으로
녹십자 "국내 및 해외은행도 거래 중, 기업 운영시 있을 수 있는 일"
미쓰비시 대출 요청 "이유 없다" 반복, 의심만 커져
사진=GC녹십자 홈페이지
사진=GC녹십자 홈페이지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한국을 대표하는 백신, 혈액제제 기업으로 알려진 GC녹십자(이하 녹십자)가 국내 은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전범기업으로 알려진 미쓰비시도쿄UFJ은행의 대출을 받아 한국에서 번 돈을 일본 전범기업에 내는 '국부유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녹십자는 이 문제에 대해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문제될 부분이 있느냐?'라는 식으로 넘기고 있고 해외 법인 위치정보 지도에는 여전히 '일본해'로 표기된 지도를 사용하고 있어 '한국의 대표 제약회사가 친일행위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녹십자는 지난 2016년 미쓰비시도쿄UFJ은행으로부터 1.84%의 이자율로 50억원을 차입했고, 2019년 MUFG(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의 약자)로부터 이자율 2.03%로 100억원, 올해 1분기에는 MUFG Bank, Ltd.로부터 이자율 1.94%에 100억원을 빌렸다. 이 세 은행은 이름만 다를 뿐 모두 같은 미쓰비시도쿄UFJ은행이다.

이 식대로라면 녹십자는 최소 9200만원, 최대 2억원의 이자를 일본 은행에 지불한 것이다. 문제는 이 일본 은행이 하필 '최악의 전범기업'으로 불리는 미쓰비시그룹의 은행이라는 것에 있다.

미쓰비시는 한국인 10만여명을 탄광 등지에 강제로 징용하고 어린 소녀들까지 강제노역을 시킨 전범기업이며 한국 대법원이 2018년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미쓰비시중공업에 손해배상을 하라고 판결했음에도 배상은 커녕 사과조차 없이 '징용은 합법'이라는 주장을 지금도 펴고 있다. 

국내 은행의 대출이 얼마든지 가능함에도 일본 은행의 대출을 받아 한국에서 번 돈을 일본 은행에 내며 국부를 유출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지만 일본의 은행 중에도 전범기업을 택한 점은 녹십자와 미쓰비시도쿄UFJ은행의 유착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녹십자는 "미쓰비시라고 해서 특별히 문제되는 부분이 있는가? 운영 과정에서 당연히 일어나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녹십자 관계자는 "국내 은행과도 대출을 하고 거래를 하고 있으며 해외 은행과도 거래를 하고 있다. 미쓰비시는 우리가 거래하는 은행 중 하나일 뿐이다. 문제될 게 없다"면서 "어떤 특별한 이유나 목적으로 추진하지는 않았다. 물론 이자율 등이 선택에 영향을 준 부분이 있지만 특별히 미쓰비시라서, 일본 은행이라서 선택한 것은 없다. 기업을 운영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생길 수 있는 일인데 이를 가지고 '친일'이라고 단정짓고 비난하는 것은 왜곡된 시선이라는 게 우리 입장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녹십자는 미쓰비시에 대출을 요청하게 된 배경을 묻는 질문에 "이유 없다. 운영을 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는 말만 반복하며 즉답을 피했다. 또 자금 관리 등을 맡은 담당자와의 연결을 요청했지만 "답을 들을 수 있는 창구는 여기뿐"이라는 답변만 반복했다.

녹십자의 '친일 의혹'은 이뿐만이 이니다.  녹십자의 미국법인 GCAM의 위치 안내 지도를 보면 여전히 동해가 '일본해(동해)'로 표기되어 있다. 녹십자 측은 "구글 지도의 문제이며 우리가 수정할 수 있는 부분은 수정을 했다"고 밝혔지만 구글이 한국 사이트에 '동해, 독도' 표기를 하도록 개정했음에도 이를 고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석연치않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녹십자의 미국법인 GCAM의 위치 안내 지도를 보면 여전히 동해가 '일본해(동해)'로 표기되어 있다. 사진=홈페이지 캡처
녹십자의 미국법인 GCAM의 위치 안내 지도를 보면 여전히 동해가 '일본해(동해)'로 표기되어 있다. 사진=홈페이지 캡처

녹십자의 이번 행동은 거래은행이 일본의 전범기업이고 한국의 돈이 전범기업의 은행으로 들어가는 상황에 대해 '전혀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인식하고 있는 점에서 심각성이 드러나고 있다. 한국의 대표 제약회사이자 한국인들의 돈으로 운영되는 녹십자가 일본 전범기업에 돈을 주는 것을 당연시하는 모습은 국민의 정서로서는 이해가 안 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산 녹십자 제품이 일본 전범기업을 살찌운다'고 생각한다면 녹십자를 선택할 국민이 얼마나 될까?

과거 녹십자는 지난해 7월, 일본의 경제보복에 맞서는 '불매운동'이 일어날 당시 일본 다케다제약 제품인 종합 감기약 '화이투벤'과 구내염 치료제 '알보칠'의 판권을 획득해 판매한 것이 알려지면서 불매운동의 대상이 된 바 있다. 만약 녹십자가 지금의 일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계속 밝히지 않는다면 불매운동은 녹십자 전체로 번질 수 있다. 

불매운동으로 인해 기업의 이미지가 손실되고 시간이 가도 손실을 메우지 못해 고생하는 몇몇 업체들에 녹십자가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지금의 일을 '그럴 수도 있다'라고 넘어가는 것은 소비자의 힘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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