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구치소 사망 사건, '구치소 보호장비 남용' 바꾸는 계기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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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구치소 사망 사건, '구치소 보호장비 남용' 바꾸는 계기 될까?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5.27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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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시간 동안 묶인 공황장애 수용자 사망. 인권단체 "근본 대책 필요"
형집행법 사실상 '교도관 권한'으로 보호장비 사용 및 남용 가능케해
인권위 '보호실, 진정실 수용 권고' 불수용한 법무부, 태도 변화 주목
최근 수용자 사망 사건이 발생한 부산구치소. 사진=부산구치소
최근 수용자 사망 사건이 발생한 부산구치소. 사진=부산구치소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부산구치소에서 노역형을 살던 30대 수감자의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구치소 교도관들의 '보호장비 남용'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유족들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고 법무부가 감찰에 나서며 진상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그동안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속에서도 지켜지지 않았던 '보호장비 남용'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바뀔 수 있을 지 주목되고 있다.

사망한 A씨는 지난 8일 벌금 500만원 미납으로 체포되어 부산구치소에 수용됐다. 3년 전부터 심한 공황장애를 겪고 있던 A씨는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독방에 수용됐는데 9일 오전부터 독방 문을 발로 차는 등 불안 증세를 보이자 구치소는 이날 오후 A씨를 CCTV가 설치된 보호실로 옮긴 뒤 보호장비로 묶었다.

그렇게 14시간을 묶여있던 A씨는 10일 오전 의식을 잃었고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결국 사망했다. 유족들은 "A씨가 공황장애 등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밝혔는데도 구치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손발을 묶어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구치소 측은 "보호실에 수용했지만 계속 소란을 피워 규정에 따라 보호장비를 착용했고 CCTV를 통해 움직임이 없는 것을 보고 응급상황이라고 판단해 후송했다. 수용자는 진단서나 약을 소지하지 않았고 가족에게 약을 받겠다는 요구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교정시설의 주말 의료처우 부족, 응급상황의 신속대처 부족 등의 문제가 지적됐고 동시에 수감자의 상태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보호장비를 14시간 정도 씌운 점도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난동 등을 막겠다는 이유로 수갑이나 보호대를 동시에 차게 하고 장시간 이를 방치해 수감자에게 상해는 물론 사망까지 이르게 하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서울구치소 교도관이 노역수형자에게 수갑과 발목보호대, 금속보호대, 머리보호구를 채워 폭행하고 상해를 입힌 사건이 발생했고 이 교도관은 2016년 유죄 판결을 받았다. 또 2014년에는 양심적 병역거부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수용자가 머리보호장비, 수갑, 발목보호장비 등을 28시간 착용한 일이 밝혀진 적도 있었다.

형집행법 제97조에는 보호장비 사용을 '도주, 자살, 자해 또는 다른 사람에 대한 위해의 우려가 큰 때'로 규정하고 있으며 형집행법 시행령 제120조 1항은 "교도관은 소장의 명령 없이 수용자에게 보호장비를 사용해서는 아니된다. 다만, 소장의 명령을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경우는 사용 후 소장에게 즉시 보고하여야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법령에 씌여있는 '우려'라는 것이 개인의 편차가 존재하는 추상적인 부분이라 교도관마다 각각 시행의 이유가 다른 점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고,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는 먼저 사용해도 좋다'는 것을 허락한 점은 권한을 교도관에게 일임하고 교도관이 필요 이상으로 보호장비를 사용하는 것을 허가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전국 18개 인권단체는 지난 26일 공동성명을 통해 "A씨의 사인이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보호장비의 장시간 사용이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사망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임은 분명하다. 보호장비 착용으로 손발이 묶여 자신의 건강 악화를 교도관에서 알릴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라면서 보호장비의 남용을 막을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가 보호실, 진정실을 활용해 보호장비 사용을 최소화할 것을 권고했지만 법무부가 '시설의 안전과 질서유지를 위해서는 보호실, 진정실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권고를 수용하지 않은 점을 거론하면서 "법무부의 안일한 상황 인식이 이번 사망 사건으로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남용을 막기 위해 ▲신체를 직접 구속하는 보호장비를 보호실, 진정실 수용으로 대체 ▲보호장비의 무기한 사용 금지 ▲둘 이상의 보호장비 중복 착용 금지 ▲보호장비 일시 중지 및 완화를 의무화하고 그 사유를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관계자는 "일선 교도관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묶어두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소리를 지르면 입을 막는 게 제일 간단한 방식이다. 그래서 지금 상태가 유지되는 것 같다"고 지적하고 "법에서는 '우려'라는 추상적인 단어를 사용하고 보호장비의 최장 사용기간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 여러 문제가 복잡하게 엮어있기에 특정한 부분을 고쳐야하는 부분이기보다는 법령을 개정해야하는 문제"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번 사건을 직접 감찰하기로 결정하면서 "인권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 수용시설 내 인권침해 여부를 적극 점검하고, 인권침해 근절을 위해 노력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질서 유지'를 이유로 묵인됐던 인권침해 요소를 제대로 확인하고 죄를 지었다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아야하는 관행을 깨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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