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타 기준 대상 완화, '경제활성화'와 '예산 낭비' 사이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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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타 기준 대상 완화, '경제활성화'와 '예산 낭비' 사이에 서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5.30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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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지역 SOC사업 등으로 경기침체 타개, 예타 기준금액 늘린다"
예타 면제 사업의 투명성 문제 숙제 "예산 낭비 초래, 정부 시책과 안 맞아"
"완화가 아닌 '제도 보강' 필요" 주장도 나와
지난해 열린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개편방안' 브리핑. 사진=기획재정부
지난해 열린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개편방안' 브리핑. 사진=기획재정부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대상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침체를 지역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을 통해 타개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 있지만 예산의 낭비를 부추겨 경기활성화를 오히려 가로막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행 국가재정법은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 국비 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건설사업, 정보화 사업, 국가연구개발사업 등 신규사업과 중기재정지출이 500억원 이상은 사회복지, 보건, 교육 등 분야 사업은 예타 조사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 기준금액을 총사업비 1000억원 이상, 국비 지원 규모 500억원으로 각각 늘리는 내용의 개정안을 주요 입법과제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예타의 기준을 늘리기로 한 것은 이 기준이 1999년에 도입이 됐기 때문에 물가 및 재정 규모의 증가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특히 지역 SOC사업의 경우 대부분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으로 되어 있어 조사가 불가피하고 경제성 평가가 낮게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예타를 넘지 못한다는 불만이 나왔었다.

이 때문에 지난해 기획재정부는 수도권의 경우 경제성(60~70%)과 정책성(30~40%)으로 평가하고 비수도권은 경제성(30~45%), 정책성(25~40%), 지역균형(30~40%)으로 평가하는 방식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평가항목과 비중을 이원화하는 개편안을 내놓았다. 즉 수도권의 경우 경제성보다는 지역균형 발전 평가를 통해 예타를 받고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이번에 예타 대상 기준을 완화하기로 한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를 지역 SOC사업 등으로 타개하겠다는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또 수도권 내에서도 불균형 지역이 형성되어 있지만 현행법은 수도권 전체를 '발전지역'으로 보고 있어 수도권 낙후 지역의 경우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것도 기준 완화를 추진하는 이유로 꼽힌다.

실제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21대 국회에서 수도권 균형발전 사업에 예타를 면제하는 법안을 발의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 위원장이 총선에서 공약으로 제시한 '신분당선 연장'의 경우 지난해 기획재정부 예타 조사 중간점검에서 '경제성이 낮다'는 평가가 나왔고 이 위원장은 "균형발전의 가치가 반영되지 않았고, 주민과 주무관청이 배제됐으며, 분석상의 오류가 있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예타가 사업을 막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예산이 엉뚱한 곳에 쓰이는 것을 막고 감독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기에 예타를 받지 않게 되는 사업의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특히 예타 없이 진행하는 사업이 진행될 경우 투입될 예산이 늘어나게 되는데 정부가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확장재정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많은 예산이 소요될 수 있는 예타 완화를 추진한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비판도 있다. 

여기에 예타 기준 완화가 '대규모 토건 사업' 중심의 지역 개발 추진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29일 녹색당은 성명에서 "무작정 예타를 면제해 대규모 토건 사업을 벌인다고 민생경제, 지역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 예타의 기준과 대상을 조정해 효율성을 강화하고 투명성을 높이며 제도를 보강해야지, 면제를 확대하는 것은 제도의 목적과 신뢰도를 해친다"면서 "21대 국회는 예타 완화가 아니라 '토건예산 감축목표제' 도입과 국회 내 '토목예산 심의위원회' 신설을 추진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경기활성화, 재정규모 확대 등의 반영'은 그동안 예타 기준 완화를 주장해오던 민주당이 입장을 바꾼 결정적인 이유로 작용하고 있고 야당은 이전부터 완화를 주장했기에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많다.  하지만 경기활성화에만 집중한 나머지 자칫 잃을 수도 있는 예산의 투명성을 어떻게 보장할 지는 국회 통과 전까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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