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칼럼] 이용수 피해자를 향한 혐오발언을 멈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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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칼럼] 이용수 피해자를 향한 혐오발언을 멈춰라
  • 오세라비 작가
  • 승인 2020.06.01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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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구 배성복 기자
사진=대구 배성복 기자

[시사주간=오세라비 작가] 이용수 위안부 피해자를 향한 혐오 발언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전 대표이자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인 윤미향 사태가 일파만파 퍼지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SNS를 중심으로 이 씨를 향한 악담과 폄훼, 혐오성 발언 수위는 차마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해지고 있다.

92세 고령자인 이 씨를 혐오하는 이들은 누구인가. 대부분 정부여당 지지자이자 이른바 ‘친문’이라 불리는 무리들이다. 예컨대 페이스북 ‘더불어민주당 100만 당원 모임’ 페이지는 연일 이 씨에 대한 극언(極言)을 쏟아내고 있다. 이들은 윤 의원을 옹호하는 내용과 이 씨를 폄하하는 포스터까지 만들어 퍼트리고 있다.

이 씨를 향한 폄하는 ‘할매’, ‘할마시’라 말하는 수준을 넘어 ‘토착왜구’, ‘사리사욕에 눈먼 할매’, ‘친일파에 이용당하는 늙은이’라는 등 입에 담아선 안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심지어 이 씨가 거주하고 있는 대구를 빗대 지역 혐오까지 하는 등 금도를 벗어났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 씨가 두 차례 기자회견을 통해 낸 발언은 한국 시민사회에 충격을 주기 충분했다. 그렇다손쳐도 한평생 위안부 피해자를 위해 활동한 이 씨에 대해 하루 아침에 이토록 극심한 혐오로 돌변할 줄은 예상치 못했다. 그 ‘민주당 100만 당원 모임’ 페이지는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더불어민주당 장기집권을 위해 힘을 모으고 국가적 어젠다를 고민하고 소통하는 커뮤니티”을 슬로건이라 소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을 대표하는 슬로건은 ‘사람이 먼저다’이다. 이것은 문 대통령이 2012년 대선 후보로 출마했을 당시부터 지금까지 애용하는 문구다. 당시 문 대통령은 해당 슬로건에 대해 “이념보다, 성공보다, 권력보다, 개발보다, 성장보다, 집안보다, 학력보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만들어 보자는 의미”라 설명한 바 있다.

진정 사람이 먼저라면 위안부 피해자인 이 씨야말로 그 누구보다 가장 먼저인 사람이 돼야 마땅하지 않겠나. 진정으로 문재인 정부가 성공한 정부가 되기 위한다면 이런 방식은 지양해야 마땅하지 않겠나.

이 씨는 기자회견을 통해 윤 의원에 대한 기금 유용 의혹 및 정의연 활동 방식에 대해 문제제기했다. 이용수, 윤미향 두 사람은 30년 간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활동을 함께한 사이다. 그런 정대협은 2016년 정의연과 업무 통합을 해 위안부 문제로 인한 한일 외교 관계에도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러한 위상과 관계 때문에 정의연이 거둬들인 각종 후원금과, 국고보조금은 그 용처나 회계 처리에 있어 그동안 일반 국민들은 전혀 의문을 갖지 않았다. 그만큼 시민사회단체 가운데 정의연의 권한과 위상은 막강했다는 방증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의연 30년 활동이 위안부 피해자들의 삶과 인권향상에 얼마나 기여를 했는지 평가해봐야 한다. 위안부 문제가 30년 동안 한일 양국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왜 지금까지 해결의 진척이 없는지도 돌아봐야 한다. 이 씨의 문제제기는 여기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 씨 뿐 아니라 다른 위안부 피해자들의 공통된 이야기도 사후 일기장 등 기록들을 통해 확인됐다.

윤 의원은 날이면 날마다 새롭게 터져 나오는 각종 의혹에 대해 열 번이고 백번이고 설명하며 국민 모두를 납득시켜야한다. 그것은 지난 시기 우리 역사의 아픔인 동시에 30년 간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해 온 단체의 의무이기도 하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생활안정 및 기념사업을 위해 투입되는 2020년 국고는 47억4500만원에 달한다. 국고는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하기 때문에 납세자인 국민들이 의문을 가진다면 정의연과 윤 의원은 명확하게 답해야 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다.

필자는 과거 2011년 5월 무렵 정대협의 상징이기도 한 ‘수요시위’를 직접 주관한 적 있다. 정대협의 수요시위는 1992년 1월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최초로 시작됐다. 당시 수요시위는 정대협의 주도아래 여성단체, 좌파 정당 여성위원회 등에서 번갈아가며 수요시위를 주관했다. 필자가 속한 단체도 수요시위 1000차를 눈앞에 둔 시점에 참가했다.

정대협은 수요시위에 대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하고 피해자의 명예와 인권이 회복돼 수요시위가 1000차를 기점으로 끝나기를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2011년 12월 수요시위가 1000차를 맞자 ‘평화의 소녀상’ 기념물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고, 1000차 수요시위의 참여 열기는 뜨거웠다. 故 김복동 위안부 피해자를 비롯해 여러 명의 피해자분들도 함께 수요시위에 참가한 때를 기억한다.

그 다음해인 2012년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이 개관 준비에 들어가는 등 정대협의 위안부 운동의 방향은 종전과 다르게 크게 변화했다. ‘평화의 소녀상’은 ‘평화비’라는 이름으로 전국 주요 도시와 해외에까지 세워지기 시작했다. 학교에까지 세워진 소녀상 평화비는 해외 30개를 포함 현재 총 131개가 설치됐다. 고등학교 239개교에도 작은 소녀상이 설치됐다.

여기에 위안부 피해자 추모 상품을 만드는 사회적 기업 ‘마리몬드’도 설립돼 소녀상 배지 등 상품 판매 대금을 정대협에 기부금으로 냈다. 정대협의 수요시위는 1000차를 기점으로 집회 주관은 대부분 초·중·고, 그리고 대학생들이 돌아가며 집회를 이어갔다. 이러는 동안 정작 피해의 당사자인 위안부 피해자들은 소외되거나 이용됐고, 결국 이 씨의 폭로도 여기에 기인해 터져 나왔다.

사태가 심상치 않자 지난 달 29일 윤 의원은 국회에서 입장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 입장문에서 제기된 의혹에 부정하는 주장만 있을 뿐, 이 씨가 폭로한 물음에 대한 답변은 없었다.

이미 10년 전부터 이 씨가 꾸준히 윤 의원과 정대협 활동에 대해 문제의식을 표명하였다는 점도 이번 사태로 인해 밝혀졌다. 그동안 우리 국민들이 너무도 안이하고 몰랐던 점도 부끄럽지만 존재한다. 이 씨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인권회복이 중심이 돼야할 정대협이 지극히 정파적이고 돈과 정치 권력화, 정치이익집단화로 되는데 큰 위기의식을 가진 분이셨던 것이다.

윤 의원에 대한 최근 여론 조사에서도 국민 70%는 의원직 사퇴에 찬성하고 있다. 그럼에도 사퇴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이런 와중에 이 씨에 대한 혐오만 확산되고 있다. 심지어 ‘치매’, ‘배후설’, ‘노욕’ 등 노인 혐오에 이르기까지 차마 입에 담기 힘든 말로 공격하고 있다.

위안부 문제에 동참해왔다는 여성단체들은 어떤가. 오히려 이를 외면하고 정의연과 윤 의원을 지지한다는 연대 결의만을 부르짖고 있다. 그토록 강조하던 젠더감수성·인권감수성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피해자의 목소리가 증거’라던 말은 어디 있단 말인가.

위안부 문제가 한일관계에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은 명확하다. 정부여당은 방관하지 말고 정의연과 윤 의원의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 해결해야한다. 그리고 이 씨에 대한 여당 지지자들의 혐오성 발언에 대해서도 단호히 중단토록 해야 한다. SW

murphy8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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