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美 시위는 ‘무엇이 중요하다’고 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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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美 시위는 ‘무엇이 중요하다’고 말하는가
  • 현지용 기자
  • 승인 2020.06.0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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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미국 스타트리뷴
사진=스타트리뷴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흑인 시민이 경찰의 과잉진압에 의해 숨지는 사망사건으로 미국 전역이 뒤집혔다. 지난 달 25일 미국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 시에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에 의해 질식사 당한 영상이 퍼지면서, 단 6일 만에 미국 전 지역에서 이를 비판하는 국민적 분노가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반면 사태는 경찰 폭력에 대한 반발에서 무차별 약탈 및 폭동적 진압 등 아비규환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지난 한 주간의 사태로 최소 4명이 사망했음에도 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던 구호는 흑·백 인종을 가리지 않고 진정되지 않는 폭동 사태로 변이되는 양상이다.

이런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로 애도는 하면서 “깡패(Thugs)들이 그의 죽음을 더럽히고 있다. 약탈이 시작되면 사격도 시작될 것”이라 경고했다. 하지만 이 표현 또한 미국 사회에서 흑인 비하적 표현으로 쓰인지라, 평소 그가 보여온 인종차별적 성향까지 겹치면서 외려 사태에 기름만 부은 격이 됐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안티파(Antifa)’가 폭동의 배후”라며 이들을 테러조직이라 규정하고 엄단할 것이라 밝혔다. 안티파는 반(反) 파시즘 운동으로 네오나치 등 폭력적인 파시즘 운동에 대해 똑같이 폭력적인 방식으로 대항하는 운동 및 조직이다.

안티파는 미국 내 극우 백인우월주의 정파인 ‘대안 우파(Alt-right)’가 적극적 활동을 펼치면서 이들에 대한 대항적 운동으로 급부상했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을 위시하며 2017년 UC버클리 대학 폭동, 버지니아 샬러츠빌 폭동 등이 연쇄적으로 발발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극우에 대한 안티파의 대항적 움직임이 급진적 좌익 성향으로 치우친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안티파 테러조직 규정이 집회의 자유인 수정헌법 제1조를 침범하는 것과 별개로, 검은 옷을 입고 무차별 파괴·방화 등을 벌이는 안티파 전술 ‘블랙 블록(Black bloc)’이 이번 사태에서 상당수 목격됐기 때문이다.

미국 시민들도 안티파, 극우 등 극단적 정파의 폭력 행위가 시위 본질인 경찰 폭력 비판을 방해하고 폭력 시위, 폭동을 부추긴다고 이해하며 이들을 비판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누적된 인종불평등과 이로 인한 분노를 진정시키기엔 군·경 투입 이전까진 사실상 통제가 불가능하단 평가가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안티파에 대한 테러조직 규정은 결국 좌·우 정치적 갈등 증폭과 이로 인한 지지층 결집, 다음 대선의 포석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시건 등 백인 노동자층 주요 지역의 ‘러스트 벨트(Rust belt)’를 집중 공략해 승리한 것처럼, 사태의 중점을 경찰의 흑인차별이 아닌 안티파 테러조직 규정으로 물꼬를 돌리겠단 해석이다.

다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미국 경제를 비롯한 시민사회 전반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이것이 상황 타개로 갈지는 의문이다. 실물 경제 추락과 겹친 인종불평등 구조를 좌우 정치 대립으로 끌고 가려는 것은, 사실상 평화는 멀고 갈등만 더 심화시키는 구조로 가기 때문이다. 미국 시민사회가 외치는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는 구호처럼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을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지 생각해볼 시기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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