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칼럼] ‘사면철권’도 법을 무시할 권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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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류칼럼] ‘사면철권’도 법을 무시할 권리가 아니다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20.06.04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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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나라 개국공신, 횡령죄로 참수
공을 내세우며 으스대다가 자멸
문 정권 개국공신, 지나친 행동 자제해야
주장환 논성위원
주장환 논설위원

[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주원장이 명나라를 세우고 난 다음, 천하의 인재들을 등용하고 과거 시험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취현당(聚賢堂)을 지었다. 그런데 이 건물이 완성돼 둘러보던 중 바닥과 기둥에 하자가 발견돼 담당자를 찾아 죄를 물었다.

담당자는 공부 영조사 소속으로 이름은 마남산이었다. 목재와 건축자재 등을 구입하는데 3300냥을 정도 빼돌려 엉터리 시공을 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 사람, 주원장이 숙부라고 부르는 고향 사람이었다. 주원장과 함께 싸움터를 돌아다니며 고생도 웬만큼 했다. 이 과정에서 두 아들을 잃는 등 공이 컸다. 더군다나 개국 공신으로 죄를 지어도 묻지 않는다는 사면철권(免死鐵券)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주원장이 친국을 하는데도 뻣뻣하기 짝이 없었다. 오히려 장가를 못가 여자를 얻으려고 그랬다는 등 변명으로 궁색한 처지를 벗어나려 했다. 주원장은 횡령한 돈을 돌려주면 용서해 주겠다고 했으나 마남산은 돈을 다 써버렸다고 말하며 배짱을 피운다.

할 수 없이 참형을 명하게 되는데 마남산은 사면철권이 있으니 형을 집행할 수 없다고 우긴다. 남옥 장군 등 그와 가까운 사람들도 용서해 주기를 탄원한다. 그러나 철권을 술집에 저당 잡혀 몸에 지니고 있지 않은 바람에 형이 집행되자 그는 하늘을 향해 이렇게 소리친다. “빌어 먹을 억울하다(妈的, 冤)”. 주원장은 이때 유명한 말을 한다. “철권이 사람을 잡았구나. 철권은 황제의 성은이지 법을 무시할 권리가 아니다.”

지금 이 정권에서도 이런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이 꽤 있다. 정권 창출에 도움을 줬다고 생각하는 단체나 집단 그리고 몇몇 사람의 지나친 행태가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공(功)은 공이고 죄는 죄다. 이러저러한 공이 많으니 묻고 가자고 외치는 것은 구차스럽다. 주원장의 말대로 누구도 법을 무시할 권리가 없다. 참! 마남산 사건을 계기로 주원장은 사면철권을 회수해 버렸다. 마음 속에 사면철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스스로 거두는 것이 대통령과 국민에 대한 예의다. SW

jj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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