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 ‘백두공주’ 김여정 선수가 등판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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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칼럼] ‘백두공주’ 김여정 선수가 등판하는 이유는
  • 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 승인 2020.06.09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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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 건강이상-혼자 감당못할 어려움 직면
북한 백두혈통 쌍두마차 체제...상호 충돌할 가능성도
김여정 제1부부장 '장성택+김경희 힘' 도발여부 주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사진=DB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사진=시사주간 DB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요즘 주가를 날리고 있다. 수줍어하던 백두공주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오히려 표독스럽기까지 하다.

지난 33일과 22일 자신 명의의 대남·대미담화를 잇따라 발표하더니 지난 4일에는 군사 합의 파기까지 거론하며 연일 대남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담화를 시작으로 기관지인 노동신문과 각종 선전 매체들이 경쟁적으로 남측을 비판하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특히나 주민들을 동원해 대규모 대남 규탄 집회를 개최하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어서 주목된다. 그간 남측의 대북 정책을 선전매체나, 관영 매체의 논평, 논설 등을 통해 비난한 적은 있지만 주민들을 통해 대남 적개심을 불태우는 일은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은 탈북자들이 대북 전단으로 '최고 존엄'을 모독하고 남측 정부가 이를 '묵인'했다며 "단호히 박멸해버리겠다"고 거칠게 비난하고 있다. 노동신문에 탈북자를 언급하면서 북한 사회에 탈북자 문제를 제기해 국가적인 위기로 인식하는 듯하다. 오히려 숨기려고만 하던 탈북자 문제를 부각시킴으로써 국내정치의 밥상머리에 자연스럽게 올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에 대해 북한주민들은 최고 존엄이 삐라 몇 장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젊은이들은 오히려 삐라에 뭐라고 써 있는 지 보고 싶어 안달이 났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다.

그간 김여정은 차근차근 대권 수업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지난 4월 김 위원장이 잠적하면서 건강 이상설, 사망설 등이 휘몰아칠 때 김여정이 후계자로 내정됐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마치 준비돼 있다는 듯이 언론에 오르내렸다. 최고지도자 유고 시 지도력 공백이 왔을 때를 대비해 후계자를 내정하고 미리 준비하는 것은 당연한 듯 보인다.

하지만 최고 존엄이 사망하지도 않았는데 경애하는 김여정 동지라는 존칭어가 스스럼없이 쓰이고 군 훈련 참관과 자체 지시문 하달 등 김정은 허락 없이는 불가능한 일들이 벌어졌다. 마치 조선시대 세자책봉처럼 돼버렸다.

이와 관련 지난해 10월 백두산에 군마를 타고 올랐을 때 리설주, 김여정, 최룡해, 현송월 등이 모인 자리에서 김정은이 나의 후계자는 김여정 동무라고 말했다는 것이 사실처럼 들리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거꾸로 들여다보면 북한에 뭔가 일이 심상치 않음을 알 수 있다. 김정은이 시퍼렇게 살아 있는데 세자가 머리를 쳐들면 그것도 우스운 꼴이 되기 때문이다. 김여정이 자꾸 거론될수록 김정은에게 마치 뭔 일이 있다는 것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건강에 중대한 문제가 있거나 최고 존엄혼자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결국 백두혈통 쌍두마차 체제로 북한을 운영한다고 보면 효율적일지는 몰라도 견고함도 없고 분산의 위험성을 노출할 수도 있다. 디테일한 부분까지 들어가면 상호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여정은 과거 장성택과 김경희의 힘을 합친 것보다 더 세진 권력을 가졌다. 선전선동에서 벗어나 대남·대미외교는 물론 정치, 경제, 군사, 문화 등 전방위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의 말이 곧 김정은의 말이고, 그의 지시가 곧 김정은의 지시가 되고 있다.

어쨌거나 여성적인 김정은과 남성적인 김여정의 조합이 한반도에 어떤 효과를 가져 올 지는 두고 볼 일이다. 다만 자신의 힘을 과신하기 위해 남한을 상대로 도발을 감행할지는 걱정꺼리다. SW

ysj@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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