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칼럼] 지상파 메인뉴스 수어통역 부재(不在)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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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칼럼] 지상파 메인뉴스 수어통역 부재(不在)에 대하여
  • 김철환 활동가
  • 승인 2020.06.09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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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방송된 'KBS 뉴스 9'. 메인뉴스임에도 수어통역이 없다. 사진=KBS 화면 캡처
8일 방송된 'KBS 뉴스 9'. 메인뉴스임에도 수어통역이 없다. 사진=KBS 화면 캡처

[시사주간=김철환 활동가] 인정(認定)받고 싶어 하는 것은 인간의 속성이다. 경우에 따라 특별한 노력 없이도 타인에게 인정을 받을 때도 있다. 하지만 악셀 호네트(Axel Honneth) 같은 철학자에게는 ‘인정받음’ 그 자체가 쟁취를 위한 투쟁이다. 매슬로우(Maslow)의 경우에는 ‘인정(존경)’을 인간됨으로 나아가는 욕구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  

이처럼 생존에서부터 자신을 드러내는 것까지 ‘인정’에 대한 관점은 조금씩 다르다. 그럼에도 ‘존재’에 대한 관심과 수용이 있을 때 가능하다. 존재에 대한 부인이나 단절이 있을 때에 ‘인정’은 성립될 수 없다. 투명인간처럼 사회의 그늘에 가려진 경우 인정이라는 말 자체가 호사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의 날이었던 지난 4월 20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권고를 하나 했다. 지상파 방송사의 메인뉴스(KBS 뉴스 9, MBC 뉴스데스크, SBS 8 뉴스)에 수어통역을 하라고 한 것이다. 그동안 메인뉴스에는 수어통역이 없었고 그래서 한 장애인단체가 몇 년째 수어통역 제공을 요구해오고 있다. 

장애인단체의 주장은 이렇다. 수어가 모어(母語)인 농인들이 수어로 방송을 볼 권리가 있다. 그럼에도 수어통역으로 시청을 못하는 것은 차별이라는 것이다.

인권위는 장애인단체의 의견을 수용했다. 장애인단체의 주장처럼 메인뉴스를 수어로 볼 수 없게 한 것을 권리의 제약으로 본 것이다. 중요한 소식들이 편성된 방송사 메인뉴스를 농인들도 시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인권위의 권고 사항이다.

사실 방송사들은 인권위 권고가 달갑지 않을 것이다. 현재도 방송사들은 법률이 정한 비율 이상의 수어통역을 하며 소외계층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지만 수어통역이 TV화면을 가려 일반 시청자들이 싫어할 것이라는 생각도 분명 작용할 것이다.

하지만 인권위가 지적했듯 메인뉴스는 누구나 자유롭게 볼 수 있어야 한다. 농인들에게만 제약을 둔다면 문제가 있다. 그리고 수어통역이 화면을 가린다는 문제도 수어 등 소수자에 대한 시청자들의 인식도 크게 향상됐다. 방송사들의 기우일 수 있다. 

최근 코로나19 브리핑의 수어통역으로 수어가 방송화면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많은 국민들이 참여하고 있는 ‘#덕분에’ 캠페인으로 수어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2016년 ‘한국수어법’이 시행되었다. 수어가 우리의 언어가 되었다. 이를 통하여 ‘수어가 국어와 동등한 언어’가 되면서 숨죽이며 살던 농인들이 자신을 드러낼 수 있게 되었다. 존재하되 존재 자체를 부정당했던 농인들이 우리 사회의 일원이 된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지상파 방송사들이 메인뉴스에 수어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농인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 농인은 수어가 있어야 존재한다. 그래서 수어통역으로 방송을 볼 때 농인들은 자신의 존재를 자각한다. 자부심을 갖는다. 비장애인도 수어통역으로 농인의 존재를 인지하게 된다. 농인에 대한 사회의 ‘인정’의 시작이다.

이런 측면에서 메인뉴스에 수어통역은 제공되어야 한다. 수어통역 제공은 투명인간처럼 살았던 농인들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농인들도 우리사회의 일원임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SW

k6469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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