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 조작, 봐주기 징계, 인사 전횡... 몸살앓는 보훈공단
상태바
평가 조작, 봐주기 징계, 인사 전횡... 몸살앓는 보훈공단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6.11 20:40
  • 댓글 0
  • 트위터 429,83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단 관계자들 "실세 A실장, 인사위원회 멋대로 처리" 주장
"감사 시행했던 감사부장, 지방 전출 시도" 제보도
공단 "이미 해명한 사항" 자료 제출 및 인터뷰 거절 "사실 관계 전혀 없다"
한국보훈의료공단 전경. 사진=한국보훈의료공단
한국보훈의료공단 전경. 사진=한국보훈의료공단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지난 2018년 발생한 '경영평가 조작 의혹'으로 현재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된 한국보훈의료공단(이하 보훈공단)이 문제가 된 경영평가에 참여한 직원들에게 파격적으로 '봐주기' 징계를 하고 감사를 진행한 감사부장을 지방으로 전출시키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단 관계자들 사이에서 경영평가 조작 및 봐주기 징계에 '실세'의 압력이 작용했고 '실세'가 양봉민 이사장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전횡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공단은 "이미 이전에 다 해명을 한 부분"이라는 말로 일관할 뿐, 관련 자료 공개나 추가 해명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보훈공단이 2018년 발표한 '2017 경영평가' 결과는 부산보훈병원이 1위, 서울 중앙보훈병원이 2위였다. 하지만 수치로 평가되는 계량항목에서 1위를 하던 중앙보훈병원이 마지막 '경영효율성' 항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으며 부산보훈병원에 1위가 넘어가자 중앙보훈병원 의사노조는 '경영평가 결과가 조작됐다'며 공단을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은 양봉민 이사장과 실무 책임자 등을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 중 양봉민 이사장은 당초 고발이 되지 않았으나 검찰 수사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혐의가 발견되면서 기소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단 내에서는 양 이사장이 부임 후 특정 지역, 특정학교에 치중한 인사를 단행했고 이 연장선상에서 경영평가 결과를 바꾸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 공단 관계자는 "이사장이 '심의위원들 대부분이 중앙보훈병원 쪽으로 갔다'는 실장의 보고를 받자 '대마불패냐? 부산 주면 되지 않느냐? 그렇게 하라'는 지시를 했고 지시에 따라 경영효율성 평가가 이미 종료됐음에도 불구하고 심의위를 다시 열지 않고 실장급 위원들만 모인 채로 순위를 바꾸었다고 한다"면서 "원래 위원회가 열리면 회의록을 남기고 회의록에 1,2위를 기록하게 되어 있는데 그 회의록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폐기 가능성도 있기에 조작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부분이다"라고 밝혔다.

이후 공단 감사실에서 경영평가 결과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인지해 자체 감사를 실시했고 감사 결과 점수를 바꾸는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세 명의 직원에 대해 감사실은 지난해 2월 말 각각 정직, 감봉, 견책이라는 중징계를 요구했다. 

하지만 공단은 인사 규정에 따라 '7일 이내'에 열어야하는 인사위원회를 미루고 미뤄 한 달여가 지난 지난해 4월에 열었고 중징계가 내려진 3명의 직원을 모두 '불문경고'로 끝내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그리고 인사규정의 '7일 이내'를 '30일 이내'로 바꾸었다.

공단 관계자들은 이 과정에서 '실세'의 힘이 있었다는 진술을 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감사실 외부의 대학교수, 변호사, 전직 감사 등 이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징계위원회를 열어 중징계를 결정했는데 행정지원실에서 주관한 징계인사위원회에서는 감사실에서 자문한 내용과는 전혀 다른, 징계자들의 중요한 범죄 사실을 왜곡한 내용을 인사위원회에 배포했고 결국 위원들이 모든 직원에게 '불문경고'를 내리도록 유도했다"면서 "이런 자료를 자문하도록 지시하고 모의한 사람이 공단 내 '실세'로 알려진 A실장"이라고 전했다.

공단 내에서도 정직이나 감봉 등을 받은 이가 '불문경고'까지 내려간 것은 이례적인 일로 여겨지고 있다. 감사실이 중징계를 내릴 경우 대부분 인사위원회는 그 중징계를 그대로 내리거나 내리더라도 한 단계 정도 내리는 수준으로 끝내는데 이 상황처럼 2~3단계를 한꺼번에 낮춘 적은 전례에 없는 일이라는 것이 공단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최근 블라인드 앱에는 '7월 4일 인사'를 두고 'A실장의 승진을 위한 것이 아니냐'라는 직원들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사진=블라인드 캡처
최근 블라인드 앱에는 '7월 4일 인사'를 두고 'A실장의 승진을 위한 것이 아니냐'라는 직원들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사진=블라인드 캡처

당시 인사위원회가 인사규정까지 고쳐가며 위원회를 늦게 연 것도 A실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말이 나온다. 관계자는 "강력한 징계를 원했던 상임감사가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었기에 의결을 퇴임 이후로 미루려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를 무마하기 위해 인사위원회 의결을 '30일 이내'로 바꾸고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는 30일에 한하여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단서까지 덧붙여 개정했다"고 전했다.

공단 관계자들에 따르면 A실장은 양봉민 이사장과 동향의 사제지간으로 연을 맺었고 이를 바탕으로 인사부장을 맡으면서 "인사권은 자신에게 있다. 규정은 이사장이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모든 인사는 내가 관리한다. 이사장을 만날 필요가 없다"는 말을 수시로 했다는 것이다. 

한편 본지는 최근 A실장이 당시 경영평가 감사를 주도한 감사부장을 지난해 4월 지방으로 전보하려고 시도했다가 실패했다는 제보를 접수받았다. 통상 1월, 7월에 인사가 진행이 되는데 인사철이 아닌 4월에 지방 전보를 시도한 것은 인사전횡이자 '보복인사'라는 것이다. 

제보자는 "감사부장을 김해로 보낸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았고 본인도 '자기(A실장)가 한다고 하면 나 김해로 보내는 거밖에 더 있어?'라고 말했다. A실장이 지방으로 보내려고 은밀히 시도했는데 감사실에서 반발하면서 시행하지 않았다"면서 "올 1월, 보훈병원이 차세대 EMR을 계발하는 과정에서 자기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병원 내 전산전문가를 지방으로 전보한 적이 있었다"는 말도 전했다.

여기에 최근 '블라인드' 앱에는 7월 1일로 예정된 인사를 토요일인 7월 4일에 시행하는 것에 대해 A실장의 승진을 위한 것이 아닌가라는 직원들의 불만이 담긴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본지는 관계자들 주장의 진위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보훈공단에 2017년 경영평가 당시 회의록과 인사위원회 때 배부된 자료 등을 요청했지만 공단 측은 "이미 이전에 해명을 했던 사안이며 언론중재위원회까지 가서 반론보도까지 낸 사항이다. 재판도 진행 중이기에 더 이상 자료 등을 내지 않는 것"이라며 자료 공개 및 추가 해명을 하지 않았다.

본지는 또 A실장과의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A실장은 "불문경고 문제에 대해서는 당시 간사였을 뿐 위원이 아니었기에 간여를 할 수가 없다. 징계를 정한 이는 외부 위원들이었고 이들의 결정에 간여할 수 있는 역할이나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전하면서 "사실 관계가 있는 의혹이라면 설명을 하겠지만 사실과 전혀 맞지 않는 의혹이기에 인터뷰는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편 양봉민 이사장의 기소 등으로 보훈공단의 문제가 계속 지적되고 있음에도 상급기관인 국가보훈처는 "재판 결과를 기다려봐야한다"는 입장으로 일관해 문제를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공단이 경영평가를 조작한 직원들에게 감사실에서 내린 징계를 그대로 적용했다면 바로 마무리가 될 수 있는 사건이었는데 봐주기식 징계가 결국 노조의 고발과 양봉민 이사장의 기소, 파면 요구로 이어지며 문제를 더 크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SW

ldh@economicpost.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