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평화 메신저’ 김여정 입에서 ‘놈’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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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평화 메신저’ 김여정 입에서 ‘놈’이라니
  • 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 승인 2020.06.12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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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전단 관련 청와대가 나선 건 성급한 판단
"못된 짓 하는 놈보다 못 본 척하는 놈이" 험담
9.19 군사합의 파기될까 조바심...인내심 가져야
'평화 메신저'로 평창올림픽에 참가할 당시 문대통령과 악수를 나누는 김여정(오른쪽)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사진=시사주간 DB
'평화 메신저'로 평창올림픽에 참가할 당시 문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는 김여정(오른쪽)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사진=시사주간 DB

[시사주간=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탈북자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로 시작된 북한의 공세가 멈출 기미가 없다.

그동안 통일부가 나서서 이를 수습하기 위해 동분서주 했다면 청와대는 팔짱을 낀 채 한 켠에서 지켜보기만 했다. 이에 언론은 북한에선 김여정, 남한에선 통일부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을 뒤로 뺐다.

헌데 청와대가 그걸 못 참고 11일 전면에 나섰다.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뒤 발표한 대북 전단 및 물품 등의 살포 관련 정부 입장문을 통해 정부는 앞으로 대북 전단 및 물품 등의 살포 행위를 철저히 단속하고, 위반 시 법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것이다. 민간단체들이 국내 관련법을 철저히 준수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북 합의 및 정부의 지속적 단속에도 불구하고, 일부 민간단체들이 대북 전단 및 물품 등을 계속 살포해온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1차장은 이러한 행위는 남북교류협력법, 공유수면법, 항공안전법 등 국내 관련법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남북 합의에 부합하지 않으며,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이루기 위한 우리의 노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정부는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하고 우발적 군사충돌을 방지하기 위하여 남북 간의 모든 합의를 계속 준수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다 맞는 말이다. 탈북자단체가 대북전단을 살포하지 않고, 페트병에 쌀을 담아 보내지 않으면 될 일이다. 그러면 여러 법에 저촉될 일도 없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생떼전략이 먹히는데 북한이 그걸로 만족할 리 없다. 북한은 모든 게 남한 탓이라고 할 게 뻔하다.

헌데 문재인 대통령은 왜 조바심을 낼까.

6.15 산파역을 맡았던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은 민주평통이 주최한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 615주역과 2030청년의 대화'에서 최근 상황에 대해 성급한 대응보다는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과거에 이런 일이 한 두 번 있었던 것이 아니다역사는 지그재그로 왔다 갔다 한다. 우리는 인내심을 갖고 기회를 기다려서 그 기회가 왔을 때 이를 포착하고, 이와 함께 기회를 만들어가는 노력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물론 북한은 연일 문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어 참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통일의 메아리평양과 백두산에 두 손을 높이 들고 무엇을 하겠다고 믿어달라고 할 때는 그래도 사람다워 보였다촛불민심의 덕으로 집권했다니 그래도 이전 당국자와는 좀 다르겠거니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오히려 선임자들보다 더하다고 했다.

김여정은 9나는 못된 짓 하는 놈보다 못 본 척하는 놈이 더 밉더라고 했다. 서른 두 살짜리가 아버지뻘인 문 대통령을 겨냥해 ''이라고 한 것이다. 2년 전 서울에 왔을 때 '대통령님'하며 존칭을 하던 그가 이제는 ''이라고 부른다. 3월에도 "저능한 사고" "완벽한 바보"라며 막말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 메신저20182월 평창올림픽을 찾았던 백두공주김여정이 사악하게 돌변했다. 이번엔 대남사업을 대적사업으로 전환해 앞 뒤 가리지 않고 퍼붓고 있다.

만약 이 상태를 넘어 9.19 군사합의가 파기된다면 문 대통령이 3년간 쌓아온 최대의 치적이 날아가 버리는 형국이 된다. 과정이야 어떻든 20182월 이전으로 돌아가고 만다. 그러니 청와대가 몸이 달아오를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 임기는 이제 600여일 정도 남았다. 자나 깨나 한반도 평화안착에 주력해온 문 대통령으로서는 억울해 잠이 오지 않을 듯하다. 허나 임동원 전 장관이 말했듯 북한에게 이런 일은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러려니 하고 때를 기다려야 하는데 너무 성급하게 데뷔했다.

설령 일이 잘못돼도 4차 남북정상회담을 하며 털어버리면 될 일이다. 결국 발을 담그고 말았으니 공세는 더욱 커질 듯하다. ‘평화 메신저로 왔던 김여정이 시작과 끝을 같이 한다고 보면 이건 보통 일이 아닌 건 분명하다. SW

ysj@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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