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선택권 기본권 보장', 현실은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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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선택권 기본권 보장', 현실은 '아직...'
  • 황채원 기자
  • 승인 2020.06.13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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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시민단체 헌법소원 각하 "기본권 침해 NO, 의무도 없다"
녹색당 "차별받는 채식인 목소리 지워버린 판결, 심각한 유감"
'채식식사' 인정한 해외 사례 있지만 '비채식주의자 역차별' 우려 남아
지난 4월 '공공급식 채식선택권 헌법소원'을 낸 시민단체들이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사진=녹색당
지난 4월 '공공급식 채식선택권 헌법소원'을 낸 시민단체들이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사진=녹색당

[시사주간=황채원 기자] 헌법재판소가 최근 두 건의 '채식선택권 헌법소원'에 대해 모두 '각하' 결정을 내렸다. '법률에 따른 기본권 침해'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판단이지만 소원을 낸 이들은 채식주의자들이 차별받고 있는 현실을 인식하지 못한 판결이라는 비판과 함께 채식선택권도 '기본권'으로 인정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4월 30여개의 시민단체와 26명의 채식인 청구인단은 헌법재판소에 '학교급식 채식선택권 헌법소원'과 '공공급식(관공서, 의료기관, 군대, 교도소 등) 채식선택권 진정입법부작위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들은 "학교급식법 시행규칙 제5조 제2항 '식단작성시 고려해야 할 사항'에 채식을 하는 학생을 위한 내용이 없어 기본권을 침해해 헌법에 위배되며, 공공급식에서 채식선택권을 보장하는 입법조치를 취하지 않은 '입법부작위'는 청구인들의 양심의 자유, 자기결정권, 환경권, 건강권을 침해한 것이기에 위헌이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헌재는 지난 5월 26일 학교급식 채식선택권 헌법소원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린 데 이어 지난 9일에는 공공급식 채식선택권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각하했다.

헌재는 학교급식 채식선택권에 대해서는 "식단 작성과 급식 제공이 학교장의 재량에 달려 있으므로 채식선택권이 없는 것은 법률에 의해 직접적으로 이루어지는 기본권 침해가 아니다"라고 판단했으며 공공급식 채식선택권에 대해서는 "헌법에 공공급식에서 채식주의 식단을 선택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한다고 명시적으로 입법위임을 하지 않았고 헌법 해석상으로도 그와 같은 입법의무가 도출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각하 결정이 나온 뒤 녹색당은 10일 성명에서 "국민의 기본권은 공공기관 집행단위의 재량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제도로 보장해야 마땅하다. (학교급식 각하 판결은) 육식문화의 관성과 학교라는 시스템에서의 위계에 억눌려 차별받는 채식인의 목소리를 지우는 판결이다. 기본적인 법리만 차용해 기본권을 침해받고 있는 국민을 외면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에는 군 복무중인 채식주의자들의 '채식선택권'을 보장해야한다면서 입대를 앞둔 이들이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낸 바 있다. 이에 국방부는 '조리병 취사 교육, 인력 및 시설 확충 등으로 인한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진정인 측은 "기본적으로 채소, 나물반찬을 편성하고 젓갈이나 고기 맛이 나는 조미료, 육수 등을 사용하면 예산을 더 쓰지 않아도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건강을 위해 채식을 선택하는 이들도 있지만 동물착취, 기후위기 등에 대한 반대의 표시로 채식을 선택하는 이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일괄적인 급식 체계에서 이들은 맨밥만 먹게 되는 등 문제가 발생해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해줘야한다는 것에서 나아가 채식선택권을 '기본권'으로 인정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헌법소원은 바로 이 생각에서 나온 것이었지만 현실은 아직 채식선택권과 기본권이 별개라는 것을 보여줬다. 

시민단체들은 유럽과 미국 등 해외 사례를 들며 채식선택권 보장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밝히고 있다. 포르투갈은 2017년 모든 공공기관 구내식당 메뉴에 채식 옵션을 보장한 법안을 통과시켰고, 프랑스는 지난해 11월부터 유치원과 초중고교에 일주일에 한번 채식 급식을 의무화했다. 매주 두 차례 채식식사를 의무적으로 제공하는 핀란드 군대, 병원에서의 비건 채식 선택권을 보장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미국 캘리포니아, 뉴욕의 사례도 있다.

하지만 학교급식의 경우 골고루 음식을 섭취해야하는 아이들의 성장을 막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아직 존재하고, 메뉴 수정 등으로 인해 비채식주의자들이 역피해를 당할 수 있다는 반대 논리도 만만치 않아 '채식선택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는 것보다는 학교장이나 기관장, 구성원들의 지혜를 모으는 것이 먼저라는 입장도 나온다. SW

hcw@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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