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와 기재부의 잠그기, 도마 위에 오른 ‘보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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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와 기재부의 잠그기, 도마 위에 오른 ‘보수성’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6.18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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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 기본소득, 2차 지원금 모두 반대
“재난지원 하위 70% 지급 맞아, 1등에게도 빵값 줘야하나?”
정치권도 비판 나와, ‘경제 리더십’ ‘월권’ 상반된 입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기획재정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기획재정부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보건복지부 밖에서 장외 투쟁을 할 때도 마지막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이름을 외치게 됩니다. 예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기획재정위원회를 1순위로 생각했습니다”.

지난 5월, 21대 국회 입성을 앞두고 있던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보건복지위원회를 처음 희망했지만 결국 모든 복지 관련 문제가 예산과 관련이 있는 것을 보고 기획재정위원회를 선택했다고 말하고 있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부터 2차 재난지원금, 기본소득, 등록금 반환 등 코로나19 대책에 반대 입장을 거듭 밝히면서 기재부의 ‘보수성’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여당과 족족 갈등을 일으키면서 일부에서는 ‘홍남기의 난’이라는 표현까지 쓰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도 홍 부총리와 기재부의 ‘잠그기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 4월 총선 직후, 정치권에서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논의가 나왔을 당시 홍남기 부총리는 정부 원안이었던 ‘하위 70% 지급’을 고수하며 맞섰다. 홍 부총리는 4월 16일, 2차 추경안 브리핑에서 “긴급재난지원금 같은 현금성 지원을 일정한 기준 없이 전 가구 혹은 전 국민에 지급하는 나라는 없다”면서 “현재 설정된 소득 하위 70% 지원 기준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전 국민 지급 반대’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고소득자의 자발적 기부’를 전제로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했고 홍 부총리는 “신속하게 지원될 수밖에 없는 성격의 사업이며 국회에서 확정만 된다면 시차 없이 즉시 지원할 수 있도록 미리미리 지급 준비를 완벽하게 갖춰놓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그는 3월 1차 추경 편성 당시 여당의 증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4월에도 여당의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제안에 반대하는 등 엇박자 행보를 보이면서 한때 ‘경질설’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정부는 그에게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경제 중대본)를 맡기면서 경제수장의 역할을 계속 맡겼다. 홍 부총리는 2차 추경예산안 제안설명에서 “원금은 국민들의 생계부담을 덜고 동시에 소비 진작으로 이어져 우리 경제의 온기를 되살리는 불쏘시개가 될 것이다. 1분 1초라도 빨리 지급하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홍 부총리는 이후 열린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재난지원금은 긴급하게 지급을 해야하는 것이기에 여야가 전 국민 지급에 합의하면 정부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서 “재난지원금은 하위 70% 지급이 맞다. 다시는 지원금을 지급하는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라고 다시 지원이 논의된다면 100% 지급을 하지 않겠다”며 생각이 바뀌지 않았음을 알렸다.

지난 1일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합동 브리핑에서도 홍남기 부총리는 “긴급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안을 전혀 검토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고 이에 추가 지급을 주장했던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9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홍 부총리를 ‘창고지기’에 비유하며 “창고지기는 권한이 없다. 그건 주인이 하는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홍 부총리는 ‘기본소득’도 반대하고 있다. 지난 16일 미래경제문화포럼이 주최한 조찬모임에서 홍 부총리는 "지구상에 기본소득을 도입한 나라가 없다. 전 국민에게 30만원씩만 줘도 200조원이 든다. 같은 돈을 쓸 때 어떤 게 더 효과적인지 봐야한다. 1등(상위층)에게도 빵값을 줘야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또 3차 추경을 통해 대학 등록금 반환을 보조하는 당정의 방안에도 반대했다. 17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홍 부총리는 “등록금 반환은 대학이 자체적으로 결정할 문제고 정부가 지원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필요하다면 정부가 대학에 여러 재정을 지원하는 창구가 있고 그와 같은 재정 지원의 틀을 확대하는 수단은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홍 부총리가 국민 여론과는 별도로 재정의 빗장을 거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자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곳간 열쇠를 갖고 있다 보니 곳간 안의 모든 재원이 다 본인들 거라고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고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지난 2일 의원총회에서 “어제 만난 20대 청년이 '어떤 성취감도 없는 때'라며 이 시기가 빨리 지나가기만을 기다린다고 하더라. 기업의 신규구인 규모가 지난해 이맘때보다 35% 이상이 감소했는데 추가 지원금을 지원하지 않는 (홍남기) 부총리의 발언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고 밝혔다.

“기재부가 대단히 보수적인 판단을 한다”. 17일 전체회의에서 등록금 반환 지원 반대 답변을 들은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 말이다. 이 '보수적인 판단'이 현 시점에서 필요한 '경제 리더십'이라고 평가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세금을 낸 국민의 삶을 생각하지 않는 '월권'으로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개인 입장은 아니다"라고 못을 박았지만 홍 부총리, 그리고 기재부의 보수성은 코로나19 정국 속에서 계속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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