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윤석열 파워게임, 선택과 결단이 가져올 풍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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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윤석열 파워게임, 선택과 결단이 가져올 풍파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6.19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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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전 총리 사건’ 진정 인권감독관 보내자 추 장관 ‘감찰’ 지시
인사, 기소 등에서 계속 갈등 ‘측근 감싸기’, ‘정부 감싸기’ 비판도
여권 내 ‘윤석열 사퇴’ 주장까지, 야권 “법무부도 ‘한명숙 구하기’ 나서”
사진=시사주간 DB
사진=시사주간 DB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한명숙 전 총리 사건’ 진정 건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정면충돌로 이어졌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검 감찰부로 온 진정 건을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에 배당시킨 것에 대해 추미애 장관이 “감찰을 무력화시키면 안 된다”며 검찰을 정면 비판하고 조사를 대검찰청 감찰부가 직접하도록 지시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추미애-윤석열의 파워게임이 다시 시작되는 모양새다.

지난 18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 장관은 “법무부는 감찰 사안이라고 판단해 절차에 따라 넘긴 것인데 대검에서 실수가 있었다고 판단한다. 법무부가 이송해 이미 감찰부에 가 있는 사건을 재배당해 인권감독관에게 내려보내는 과정 중 상당한 편법과 무리가 있었다는 게 확인된다”고 윤 총장의 결정을 지적한 뒤 이 문제에 대해 ‘감찰 무마 사건’으로 별도의 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명숙 전 총리 사건 당시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故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동료 재소자였던 최모씨는 지난 4월 당시 재판에서 검찰의 증거조작 등 부조리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정서를 법무부에 제출했고 법무부는 절차대로 대검찰청에 이송했다. 그런데 대검이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으로 넘기면서 검찰이 감찰을 중단하려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검은 “한 전 총리 사건은 징계시효가 지나 원칙적으로 감찰부의 소관이 아니며, 진정인이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하기를 원했고, 검찰공무원의 수사 관련 인권침해 사건은 대검 인권부가 처리하고 있다. 통상적인 절차다”라며 감찰중단 의혹을 일축했다.

하지만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은 지난 13일 자신의 SNS에 “한 전 총리 사건은 이미 사회적 이목을 끄는 사건으로 진상조사가 불가피하다. 공직자는 국민 누구라도 억울함이 없도록 해야하고 민의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면서 서울중앙지검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감찰부와 검찰 수뇌부의 마찰이 있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추미애 장관은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 전 총리 사건은 감찰 사안이다. 인권 문제로 변질시켜 인권감독관실로 이첩한 것은 옳지 않고 관행화되어서도 안 된다”면서 “감찰 무마 사건이 벌어져 심각하게 보고 있고 이틀 전부터 조사하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적절한 처분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법무부는 “추미애 장관은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의 신속한 진행 및 처리를 위해 대검 감찰부에서 중요 참고인을 직접 조사한 다음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로부터 조사 경과를 보고 받아 한명숙 사건의 수사 과정 위법 등 비위 발생 여부 및 그 결과를 보고하도록 지시했다”고 전했다. 윤석열 총장의 지시를 뒤집은 것이다.

이는 검찰청법 8조에 근거한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지휘, 감독권을 행사한 것으로 2005년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이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 대해 지휘권을 행사한 이후 15년만에 일어난 일이다.

추미애-윤석열로 대표되는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은 그 동안 여러 번 반복되어 왔다. 올 1월 추 장관의 취임 직후 단행된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는 검찰총장 의견 수렴 절차를 두고 법무부와 대검이 공방을 벌였고 정권 관련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들이 전원 교체되는 일이 있었다.

또 현 열린우리당 대표인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기소를 두고도 둘은 충돌했다. 조국 전 장관 일가 의혹 수사와 관련해 최 전 비서관을 기소하는 과정에서 서울중앙지검장의 결재가 나지 않자 윤 총장이 최 전 비서관을 재판에 넘기도록 지시한 것을 두고 법무부는 ‘날치기 기소’라며 감찰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검찰은 ‘적법 기소’라고 반박했다.

코로나19 확산 후 신천지 수사 때는 추미애 장관이 역학조사 거부 및 방해가 있을 경우 즉각 강제수사를 할 것을 지시했다. 검찰은 “장관이 특정 사건에 대해 압수수색 등을 지시한 사례는 없다”고 했지만 추 장관은 “대다수의 국민이 원한다”고 했고 채널A 기자와 현직 검사장의 유착 의혹 때는 윤 총장이 대검 감찰부의 감찰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대검 인권부에 배당해 ‘측근 살리기’라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이번에 추 장관이 감찰 지시와 함께 ‘감찰 무마’를 따로 수사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은 그동안의 갈등, 그리고 아직 식지 않은 검찰개혁의 열망을 바탕으로 추 장관이 윤 총장에게 정면 공격을 가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검찰 수사에 법무부의 지시가 계속될 경우 공정성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검언유착 사건과 한 전 총리 사건 모두 정권과 연결이 되어 있다는 점에서 자칫 ‘법무부의 정부 감싸기’로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인권감독관은 2018년 문무일 검찰총장이 만든 것으로 아직 완벽하게 정착이 되어 있지 않고 심지어 강제조사권도 없다. 반면 감찰부는 강제조사권이 있다. 메뉴얼도 강제수사권도 감찰부가 갖고 있는데 이를 제치고 인권감독관실로 갔다는 것은 누가 봐도 이상한 일”이라면서 검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전주혜 미래통합당 의원은 같은 날 BBS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라임 사태 등 정권 후반으로 갈수록 정권과 관련된 여러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 이 시점에서 법무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서 검찰은 수사를 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시그널은 오히려 수사를 하는 검사들의 공정성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 부분이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검찰의 잇달은 ‘제 식구 감싸기’를 바로잡겠다는 법무부의 태도에 야권은 ‘한명숙 구하기에 법무부까지 나서며 법치를 부정하고 사법권을 능멸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여권으로부터 사퇴 요구까지 받고 있는 윤석열 총장의 선택과 ‘개혁이 무뎌졌다’는 여당 의원들의 비판을 받은 추미애 장관의 결단이 일으킬 풍파 속에 검찰개혁의 길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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