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멈추면 보이는데...북한은 왜 못 멈출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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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멈추면 보이는데...북한은 왜 못 멈출까
  • 양승진 논설위원
  • 승인 2020.06.22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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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라뿌릴 때 상의한 적 없는데 과정 설명하니 당황스러워
자기들 성질대로 다 하고 파탄 책임은 오히려 남조선당국
매주 토요일 생활총화로 옥죄는 北...사회체제 변할틈 없어
자기들 돈 한푼 안 들여 폭파해도 아까울 것 없다는 북한. 사진=NEW DPRK
자기들 돈 한푼 안 들여 폭파해도 아까울 것 없다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사진=NEW DPRK

[시사주간=양승진 논설위원] 북한이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통신 등을 통해 내 보내는 정세해설, 논설, 담화문 등은 남한을 향해 대놓고 하는 것이지만 요즘은 자기들을 위한 것으로 밖에 안 보인다. 마치 이만큼 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형식 같아 애 써서 발표해도 큰 효과는 없다.

삐라만 해도 그렇다. 노동신문은 우리의 징벌이라는 제목의 논설에서 지금 각급 대학의 청년학생들이 해당한 절차에 따라 북남접경지대 개방과 진출이 승인되면 대규모의 삐라살포투쟁을 전개할 만단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했다. 통일전선부도 북남합의는 이미 휴지장이 됐다. (대남 전단 살포) 계획을 변경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했다.

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삐라는 바람의 방향만 맞으면 그냥 보내면 된다. 언제 북한이 삐라를 뿌릴 때 단 한 번이라도 상의한 적이 없는데 새삼스레 과정을 설명하니 오히려 당황스러워진다.

북한은 삐라를 인쇄하는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삐라를 정리하는 모습이나 문재인 대통령 얼굴 사진에 담배꽁초를 놓아두고 사진을 찍거나 제단해서 켜켜이 쌓아둔 모습을 노동신문을 통해 공개했다. 이건 왜 보여주는 지 의문이다.

또 각급 대학의 청년 학생들이 접경지대 개방과 진출 승인이 떨어지면 삐라살포를 한다고 하는데 이것도 북한스럽지 못하다. 삐라는 그냥 보내면 되는데 어쩌구저쩌구 요란을 떠는 걸보면 위에서 이런 일들을 하고 있다고 주민들에게 보여주는 느낌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21파렴치한 책임회피 수법은 통할 수 없다라는 제목의 정세론해설에서 북남 관계 파탄의 책임은 남한 정부에 있다누구보다 자기의 책임을 무겁게 통감해야 할 당사자가 바로 남조선당국이라고 했다.

북한은 탈북민들의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남북 통신선을 차단한데 이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자기들 성질대로 하고 싶은 것 다 하고는 북남관계의 파탄 책임은 남조선당국이라고 한다.

통신선을 차단한 것이나 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은 그야말로 주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생쇼다. 자기들 돈 한 푼 들이지 않은 건물을 폭파했다고 아까워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게 북한의 속마음이다.

탈북민들이 남한에 와서 가장 행복한 게 생활총화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보통은 매주 토요일 정치강습과 함께 생활총화를 하는데 이게 여간 곤혹스럽지 않다. 마을에서 이뤄지면 모든 주민을 소집해 공개적으로 자아비판을 하고 또 상호비판까지 해야 한다. 자기 차례가 오면 누가 됐든 주변 한 사람 잘못을 지적해야 한다. 쉽게 말해 서로가 서로를 팔아먹어야 하고, 그러면서 이렇게 했노라고 근거를 남기는 것이다.

북한 지도부도 베트남 노딜에 따라 총화를 하고 징계를 거쳤다. 실제 김여정 제1부부장은 하노이 결렬 이후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해임됐다가 지난 4월 노동당 정치국회의를 계기로 복귀했다. '대남 강경파' 김영철도 김 제1부부장과 같은 기간에 통일전선부장 직에서 물러났다 최근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 범위를 넓히는 모양새다.

북한은 위에서 아래까지 생활총화로 옥죄기 때문에 사회 체제가 변할 틈이 없다. 구조적인 문제가 이곳에서부터 출발한다고 보면 맞다. 요식행위란 게 짜고 치는 것이 다반사여서 지나고 나면 사실상 끝이다.

북한은 이제 멈춰야 한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을 그들은 왜 멈추지 못하는 걸까. SW

ysj@econom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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