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존 볼턴 회고록에서 드러난 우리의 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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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존 볼턴 회고록에서 드러난 우리의 처지
  • 시사주간
  • 승인 2020.06.22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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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양국에서 찬밥… ‘중재자론’ 허상 드러나
당사자이면서도 국외자로 전락
워싱턴=AP
워싱턴=AP

우리나라의 처지가 참으로 고달프다는 사실을 또 한번 상기시켜주는 일이 일어났다. 미국과 북한 모두 우리나라를 ‘장기판의 졸’ 정도로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우리가 ‘중재자론’을 내세우고 우리의 힘으로 북미양자간 회담을 만들어냈다고 자랑했지만 실제로는 헛다리 짚고 있었던 것이다.

2018년 6월 1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이번은 북·미 정상회담”이라며 “남한은 필요없다”고 말한 것으로 존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에서 확인됐다. 또 지난해 6월 30일 판문점 회동에서 북미 양국은 문 대통령의 참석을 바라지 않았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당시 미국은 문 대통령의 참석요청을 북한이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3번이나 거절했다.

더욱 충격적인 이야기도 있다. 볼턴은 “북·미 외교는 한국의 창조물이다. 문 대통령이 북·미 양측에 비현실적 기대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특히 문 대통령의 대북 비핵화 구상에 대해 '정신분열적인, 자꾸 이랬다저랬다 하는(Schizophrenic) 생각'이라는 모욕적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이 김 위원장과 핫라인을 개설했지만 그것은 조선노동당 본부에 있고 그는 전혀 거기 간 적이 없다”고 고백했다고 볼턴은 주장했다. 당시 핫라인이 개설되자 청와대는 “분단 70년 역사에서 의미 있는 사건”이라고 했었다. 두 사람은 그동안 한 번도 통화하지 않았으며 북한은 지난 9일 아예 차단해 버렸다. 전화를 개설했으면 최소한 안부나 축하전화라도 하는게 보통 사람들의 상식이다. 하물며 나라의 정상 간에서라면 두말해 무얼하겠는가. 한 번도 하지 않았다면 처음부터 할 생각이 없었던 전시용이었다는 이야기 밖에 안된다. 북한의 전략에 넘어간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2018년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을 역사적 사건으로 선전해 왔다. 각종 강연과 정부 홍보물 심지어 한국사 교과서까지에도 이런 내용을 담아 자라는 청소년들에게 일방적으로 미화해 주입시켜 왔다. 그러나 비로소 드러난 실상은 너무나 다르다. 당사자이면서도 국외자로 전락한 우리의 처지는 너무나 부끄럽다. ‘칼이 필요할 때는 반드시 뽑고 필요치 않을 때는 잘 간수해 후일에 대비’해야 한다. 이제 뜬구름 잡기 그만하자.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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