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의 '산사 칩거', 효과는 존재감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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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의 '산사 칩거', 효과는 존재감 뿐?
  • 황채원 기자
  • 승인 2020.06.22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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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사진=미래통합당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사진=미래통합당

[시사주간=황채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회 등 6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한 것에 반발해 원내대표직 사퇴를 선언하고 ‘산사 잠행’에 들어간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이번 주 복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지만 당내에서는 복귀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모든 대화를 거절하겠다는 칩거 작전으로 일단 나머지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는 본회의를 연기시키기는 했지만 그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많은 이들의 전망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제1야당이 지켜온 법사위를 못 지켰다. 이를 막지못한 책임을 제가 지겠다”며 원내대표 사퇴를 발표한 뒤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후 18일 성일종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은 “광주의 한 사찰에 계시고 누구도 만나고 싶어하지 않는다. 너무 실망해서 현재까지 돌아올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후 주 원내대표는 전국의 사찰을 돌며 잠행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일에는 선친의 49재를 맞아 경북 울진 불영사를 찾았고 이후 속리산 법주사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회동했다. 복귀 여부를 물을 때마다 “상황이 바뀐 것이 없지 않나”라고 답했던 주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과 회동한 직후인 21일 “시점은 아직 안 정해졌지만 국회로 복귀한다면 이번 주 안에 할 가능성은 있다”며 복귀를 고심하고 있음을 알렸다.

주 원내대표가 잠행을 하는 동안 박병석 국회의장은 19일 열기로 한 본회의를 취소했고 다음 회의 일정도 밝히지 않았다. 박 의장은 “야당의 원내지도부 공백 등을 감안해 본회의를 개의하지 않기로 했다. 소통과 대화로 꼭 합의를 이뤄줄 것을 여야에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주 원내대표의 복귀가 선행되어야함을 명시한 것이다.

하지만 주 원내대표가 국회로 복귀하더라도 협상이 이루어지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집권여당이 18개 상임위원장을 다 가져가라”는 발언을 할 정도로 이미 법사위를 민주당이 차지한 상황에서 나머지 상임위원장직을 맡는다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입장 때문이다. 다만 3차 추경안 등 시급한 현안은 우선 처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주호영 원내대표의 칩거는 일단 나머지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는 본회의를 무기한 연기시킨 효과를 냈다. 자신이 없으면 여야 논의도 어렵고 논의가 되지 않으면 본회의도 열기 어렵다는 것을 확인시키면서 국회 내 존재감을 확인시킨 것이다.

당내의 존재감 부각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박지원 단국대 석좌교수는 22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당 대표 격인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원내대표 칩거하는 곳에 찾아가서 사정하는 것은 처음 봤다. 주 원내대표는 일단 자기 몸값이나 통합당에 국민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것, 대표도 불러내는 것, 불러와서 자기한테 사정하게 하는 것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칩거효과’가 그 이상을 넘기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이미 정해진 법사위원장을 민주당이 내놓을 가능성이 거의 없고 국회로 돌아와도 협상에 제대로 임하지 않으며 통합당의 국회 불참을 장기화시킬 경우 코로나19, 3차 추경안, 남북 문제 등의 대책 마련을 막는 ‘발목잡기’라는 여론의 비판을 무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통합당이 민주당에게 18개 상임위원장을 다 주는 방법으로 분위기 전환을 꾀할 가능성도 나온다. 배준영 통합당 대변인은 22일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색즉시공 공즉시색’, 채우는 게 비우는 거고 비우는 게 채우는 것이라고 해석해본다. 여당이 야당을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고 그렇기에 상임위원장 배분이나 법사위를 야당에게 주는 원칙이 생긴건데 여당의 독주 때문에 어려운 일이 생긴거다. 18개 상임위를 다 주더라도 우리는 여태까지 지켜온 국회 운동의 원칙 등을 준수해가며 열심히 의정활동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은혜 통합당 대변인은 이날 “주 원내대표가 돌아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해석도 할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여당의 입장 변화가 없는 한 우리 당의 입장은 달라진 바가 없다”면서 복귀 가능성 일축과 함께 협상도 할 생각이 없음을 재확인했다.

정치인의 칩거는 그동안 ‘1보 후퇴 뒤 2보 전진’을 위한 포석, 자신의 부재가 주는 영향을 통해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방법 등으로 이용되어 왔다. 대권을 호시탐탐 노렸던 손학규 전 민생당 대표나 2018년 지방선거 참패 후 권토중래를 모색하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이번 주호영 원내대표의 칩거는 존재감을 부각시켰다고는 하지만 오히려 그의 공백이 황교안 전 대표 시절과 다를 바 없는, ‘장외에서 발목잡기’를 재현한 것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통합당의 길에 장애가 될 부분이 있어 보인다. SW

hcw@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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