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北 대남 군사행동계획 보류...8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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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北 대남 군사행동계획 보류...8가지 이유
  • 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 승인 2020.06.26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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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2인자 위상-통일부장관 사퇴-존 볼턴 회고록
중국 식량지원-文정부 유화노선-北 경제 최악국면 등
김영철 담화 “남조선 태도와 행동 여하 따라”여지남겨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 한반도 긴장수위를 높였던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사진=DB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 한반도 긴장수위를 높였던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사진=시사주간 DB

[시사주간=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남 군사행동계획을 보류한 이유는 뭘까.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4스스로 화를 자초하지 말라는 담화를 시작으로 휘몰아쳤던 대남 긴장국면은 10일 만에 일단 숨고르기 상태로 진입했다.

대남 군사행동계획이 무슨 이유로 보류가 됐는지 알 수 없지만 최근 상황을 대략 8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김여정 2인자로서의 위상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후계자 수업은 오래 전부터 진행돼 왔다.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으로 선출되며 처음 공식 등장한 20143월부터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복귀한 올해 4월까지 김 제1부부장은 광폭행보를 했다. 올해 33일과 22일 자신 명의의 대남·대미 담화를 잇따라 발표한데 이어 군 훈련 참관과 자체 지시문 하달 등 2인자로서의 행보를 보였다. 특히 연초 김정은 위원장이 심장수술을 받은 이후 경애하는 김여정 동지라는 존칭어가 나올 만큼 위상이 높아졌다. 지난 4일 담화를 필두로 남북 통신선 차단,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으로 대내외에 ‘2인자역할을 각인 시켰다.

김연철 통일부장관 사퇴

김여정 제1부부장이 대북 전단살포를 문제 삼아 개성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대남 삐라살포를 공언하자 결국 김연철 통일부장관이 사퇴했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며 사퇴를 택한 김연철 장관은 여기서 멈춰야 한다고 북한에 호소했다. 지난 19일 장관 이임식에서는 남북관계가 위기 국면으로 진입했다결코 증오로 증오를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김 장관의 사퇴가 김 제1부부장이 이뤄낸 결과물로 볼 수 있다. 특히 여권으로부터는 외교안보라인 개편론까지 불을 지폈다.

대북전단 살포 금지 속도감

남북관계에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정부와 민주당, 경기도는 대북전단 살포 원천봉쇄, 처벌목소리를 높였다. 청와대와 통일부는 대북전단 살포에 엄정 대처를 거듭 다짐했고,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대북전단살포 금지법입법에 속도를 내겠다고 공언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접경지역을 위험구역으로 지정해 전단 살포자의 출입을 금지하고, 전단을 살포해온 단체 4곳을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북한이 최고존엄을 모독했다며 연일 남한을 비난할 때 발 빠르게 대처하며 불을 끄는 모습을 보였다.

존 볼턴 회고록이 남북관계 영향

존 볼턴 회고록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관계나 한반도평화를 위해 고군분투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의 대남 군사행동계획 보류 결정은 이런 영향도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실제로 볼턴은 20183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만나자는 김정은의 초청장을 건넸고, 트럼프 대통령은 순간적인 충동으로 이를 수용했다며 정 실장은 나중에 김정은에게 먼저 그런 초대를 하라고 제안한 것은 자신이었음을 거의 시인했다고 썼다. 볼턴은 모든 외교적 춤판(fandango)은 한국이 만든 것이었고, 이는 김정은이나 우리의 진지한 전략보다는 한국의 통일 의제에 더 연관된 것이었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대남 군사행동계획 사실상 불가능

북한이 공개적으로 제시한 대남 군사행동계획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먼저 확성기 재설치의 경우 남한에서 맞대응 전략으로 확성기를 설치하면 오히려 북한이 불리하다는 계산이다. 북한이 비무장지대 전 지역에 확성기를 설치하는 비용과 인력문제가 가장 크고, 또 우리 측이 맞대응할 경우 확성기 1대의 최대 방송 거리가 20에 달해 DMZ에 인접한 북한군 1개 사단 지역을 가청권(可聽圈)에 둘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귀순 병사들은 대북방송을 듣고 남한으로 탈북했을 정도로 위력이 대단하다.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은 남한의 맞대응 전략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중국서 쌀·옥수수 80만톤 지원

중국이 북한에 지원하는 쌀과 옥수수가 랴오닝성 단둥항에서 매일 밤 10시 이후 선적돼 남포항으로 향하고 있다. ·중 정상회담 1주년을 기념해 보내는 식량지원은 80만톤 규모로 알려져 있다. 북한에서 1년간 필요한 곡물량은 약 550만톤으로 추정되는데 올해 북한이 464만톤의 곡물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돼 식량 부족분은 86만톤 가량이다. 중국이 80만톤을 보내면 올해는 식량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북한이 남한에 대고 미국눈치 보지 말라며 옥죌 이유가 없어져 오히려 홀가분하다.

문재인 정부 남북유화노선 붕괴

문재인 정부의 가장 중요한 대북정책인 남북유화노선이 붕괴될 수 있다는 판단일 수 있다. 남북대화가 중단되면 문재인 정부가 3년 동안 공들였던 게 허사가 되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도 좋을 게 없다. 북한 입장에서는 대북제재로 남한이 뭘 어떻게 한다고 해도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언제든 써먹을 수 있는 카드를 버릴 이유가 없다. 대북전단 살포로 최고존엄을 문제 삼았기 때문에 정부가 즉각 금지에 나서는 모양을 보여 어느 정도 성과를 봤다고 할 수 있다.

고난의 행군 때보다 더 어려워

북한이 남북관계를 극한 긴장으로 몰고 간 이유는 경제난에 따른 체제위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 산하 피치솔루션스는 북한경제가 올해 -6%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는 보고서를 내놨다. 이는 고난의 행군 시기인 1995~2000년 연평균 성장률 -3.5% 보다 훨씬 낮은 수치여서 최악의 경제상황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올해 1월 말부터 국경을 봉쇄하면서 물자수급에 차질을 빚어 평양의 경우 3개월째 배급이 중단됐다는 소식이다. 민심까지 흉흉해지고 있어 남북관계를 긴장국면으로 끌고 가 내부를 통제할 목적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북한은 김여정 제1부부장의 긴장국면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이후에 어떤 행동을 보일지는 모른다. 이와 관련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24일 담화에서 남조선 당국의 차후 태도와 행동 여하에 따라 남북관계 전망에 대해 점쳐볼 수 있는 이 시점이라고 표현했다.

김 부위원장은 대남군사행동 계획이 어디까지나 '보류'이며, 향후 상황 전개에 따라 다시 꺼내들 수 있는 카드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남북대화의 가능성도 제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도발 카드를 쓸지 대화 카드를 쓸지 아직은 불분명하다. SW

ysj@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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