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윤석열 10%'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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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윤석열 10%'의 의미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7.01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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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지난달 30일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실시한 '6월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10%대 지지율을 기록하며 단숨에 3위로 올랐다. 총선 이후 보수 성향의 후보들이 일제히 하락세를 기록한 상황에서 윤 총장이 보수의 대표 주자로 떠오른 것이다.

(이 조사는 지난달 22일부터 26일까지 닷새간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2537명을 대상으로 했으며 응답률 4.1%,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9%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갑작스러운' 결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예견이 가능한 상황이기도 했다. 총선이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나고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의 거품이 가라앉으면서 보수는 그야말로 '기댈 곳이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이낙연 민주당 의원이 총선 승리와 함께 대세론을 형성하기 시작하고, 코로나19 사태 해결에 앞장선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지지율이 오르기 시작한 여권과 달리 야권은 아무런 구심점을 찾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었다. 조롱의 대상이 됐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백종원 대선후보 소환'은 그런 야권의 인물난을 단적으로 보여준 해프닝이었다. '문재인 정부에 맞서는 새 인물'이 필요했던 상황에 윤석열 검찰총장의 존재가 부각됐고 그 결과는 이처럼 '야권 주자 1위'로 나타났다. 

조국 전 장관 수사, 그리고 최근 검언유착을 둘러싼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을 보면서 보수층들은 윤 총장이 '살아있는 권력'에 맞서는 인물로 생각했다. 과거 검찰총장 임명 당시 반대를 했던 사람들이 지금은 완전히 돌아설 정도로 윤 총장은 문재인 정부에 대척되는 인물로 올라섰고 여기에 최근 미래통합당이 민주당에 상임위원장을 모두 내주는 등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준 상황은 보수들이 통합당보다 윤 총장의 힘에 더 신뢰를 하게 되는 중요한 요인이 됐다.

물론 아직까지 윤 총장은 정치를 한다는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하지만 이번 여론조사는 보수층의 '윤석열 띄우기'를 촉발시킬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김무성 전 미래통합당 의원은 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석열 총장의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상당히 의미있는 결과라고 생각하고, 자기일에 대해 소신과 의리를 가지고 굽히지 않고 나아가는 지도자를 국민이 원하고 있다는 현상이다. 여권이 때리면 때릴 수록 윤 총장은 더 커질 것이다. 당내 대권주자들에게도 큰 자극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모습, 어딘가 많이 비슷하다. 바로 황교안 전 대표의 등장이다. 문재인 정부 탄생 후 보수층은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마치고 야인으로 있던 황교안 전 대표를 소환하기 시작했고 정치 경험이 없던 황 대표가 제1야당의 대표가 되는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그 후의 결과가 어땠는지는 이미 많은 이들이 알고 있기에 재론하지는 않겠다. 

그 때 꺼진 불씨를 윤석열을 통해 살리겠다는 것이 보수층의 생각이다. 엄밀히 말하면 그나마 불씨를 살릴 수 있는 사람이 윤 총장 외에는 없다는 뜻도 된다. 이런 점에서 '윤석열 10%'는 신기루라도 잡고 싶어하는 보수층들의 마음이 드러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윤 총장은 정치에 발을 담근 사람이 아니며 그렇기에 검증받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 정치를 할 지 말지도 아직은 모른다. 단 하나 '정부에 맞선다'는 이유로 지지를 얻고 있을 뿐이다. 

그가 정치와 거리를 계속 둘 수 있겠지만 보수층이 계속 그에게 맹목적인 지지를 보낸다면 눈을 다른 데로 돌릴 수도 있을 지 모른다.  그러나 최근 정치는 그 결과가 안 좋은 쪽으로 갔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시켰다. 이 모습이 또다시 반복되는 것은 아닐지하는 우려가 드는 지금이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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