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이번엔 통과될까?①] 넓어진 ‘차별’의 범위, 구체화된 차별 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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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 이번엔 통과될까?①] 넓어진 ‘차별’의 범위, 구체화된 차별 사유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7.02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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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평등법 제정 의견’ 국회에 제시, 적극적인 모습 보여
간접차별, 차별 조장 광고, 괴롭힘 등도 차별 규정 “실효성 있는 차별구제수단 도입”
보수 기독교계 반대, 국회 무관심 속에도 ‘공감으로 바뀌는 여론’에 희망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30일  평등법 시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국가인권위원회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30일 평등법 시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국가인권위원회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지난 2007년 이후 13년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번번이 좌절됐던 ‘차별금지법’이 21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됐다. 여기에 국가인권위원회가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평등법)’을 제정하자는 의견을 국회를 상대로 내놓으며 14년 만에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면서 차별금지법이 이제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 지가 주목되고 있다.

보수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차별금지법 통과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크고 이번 발의를 위한 10명의 의원들을 모으는 데도 난항을 겪을 정도로 국회의 무관심이 계속되고 있어 통과까지 이어질 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그러나 최근 국민 10명 중 9명이 ‘나도 차별을 당할 수 있다’, 국민 10명 중 8명이 ‘우리 사회 차별이 심각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한 인식조사 결과가 발표됐고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국민 여론이 호의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인권위가 권고를 넘어 ‘법률 제정 의견’을 국회에 제시하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점도 이전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다.

지난달 29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차별금지법안’은 ‘포괄적 차별금지’를 담은 것으로 법에서 금지하는 차별 사유를 ‘성별, 장애, 나이, 언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국적, 피부색, 출신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및 가구의 형태와 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학력, 고용형태, 병력 또는 건강상태, 사회적 신분 등’으로 구체화했다.

또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등을 이유로 고용, 재화 용역 등의 공급이나 이용, 교육기관의 교육 및 직업훈련, 행정서비스 제공이나 이용에서 분리, 구별, 제한, 배제, 거부 등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차별로 금지하고 직접차별뿐만 아니라 간접차별, 성별 등을 이유로 특정 개인 및 집단에 대하여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 및 차별의 표시, 조장 광고 행위를 차별로 규정하는 등 차별의 범위를 넓힌 것이 특징이다.

이 법에 따라 차별행위의 피해자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고 인권위는 시정권고를 받은 이가 정당한 사유 없이 권고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시정명령 및 시정명령 불이행시 3000만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 또 차별행위가 악의적인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고의성, 지속성 및 반복성, 보복성, 피해의 규묘 및 내용 고려하여 판단) 통상적인 재산상 손해액 이외의 별도의 배상금(손해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처벌 규정도 제시했다.

법안은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 예방하고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차별을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는 포괄적이고 실효성 있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함으로써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평등을 추구하는 헌법 이념을 실현하고, 실효적인 차별구제수단들을 도입하여 차별피해자의 다수인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신속하고 실질적인 구제를 도모하고자 한다”고 제안 이유를 밝혔다.

인권위의 평등법은 차별의 개념을 ▲직접차별 ▲간접차별 ▲괴롭힘 ▲성희롱 ▲차별 표시 조장 광고로 구분하고 있다. 직접차별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등을 이유로 분리, 구별, 제한, 배제하거나 불리하게 대우’, 간접차별은 ‘외견상 중립적 기준을 적용하였으나 그 기준이 특정 집단이나 개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야기하고 그 기준의 합리성 내지 정당성을 입증 못한 경우’로 정의했다.

또 ▲개인이나 집단에 대해 적대적, 위협적 또는 모욕적 환경을 조성하거나 ▲수치심, 모욕감, 두려움 등을 야기하거나 ▲멸시, 모욕, 위협 등 부정적 관념의 표시, 선동 등의 혐오적 표현을 하여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를 괴롭힘으로 정의했다.

평등법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 ▲기존의 법령, 조례와 규칙, 각종 제도 및 정책의 시정 ▲법령 및 정책 집행 과정에서 차별 예방 ▲재난상황에서 조치를 할 경우 사회적 소수자 및 약자 보호 등의 책무 등 차별시정 의무를 규정하고 정부의 5년 단위 차별시정 기본계획 수립, 중앙행정기관의 장이나 광역 지자체장 시도교육감의 연도별 시행 계획 수립 규정을 두고 있다.

인권위는 “평등의 원칙은 기본권 보장에 관한 우리 헌법의 핵심 원리이며 국제사회 또한 평등법 제정을 지속적으로 촉구해 왔고, 평등법 제정을 위한 공감대도 무르익었다. 평등법 제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사회 당면 과제이며 21대 국회의 중요한 입법과제가 되어야한다”고 밝혔다.

물론 현재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대해 조사와 구제를 할 수 있는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있지만 차별의 개념과 유형을 상세히 담고 있지 않고 간접차별, 괴롭힘 등이 조사 대상에서 빠져있기 때문에 평등법이 필요하다는 것이 인권위의 설명이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 만연한 직간접적인 차별을 막아야한다는 취지로 차별금지법이 논의되고 있고 차별을 받고 있다, 혹은 나도 차별을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이전보다 공감대가 많이 형성되기는 했지만 차별금지 범위에 ‘성적 지향’이 포함되어 있는 점, ‘분류하기 어려운 성’으로 제3의 성을 인정하는 부분 등 때문에 보수 기독교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의 반발에 정치권이 몸을 사린 것이 지난 10여년간 차별금지법이 표류한 주 요인이었다. <②편에 계속>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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