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의 귀환, 남북관계 개선과 협치 성공으로 이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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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의 귀환, 남북관계 개선과 협치 성공으로 이어지나?
  • 황채원 기자
  • 승인 2020.07.06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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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 사진=뉴시스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 사진=뉴시스

[시사주간=황채원 기자] 지난 3일,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 안보라인' 인사 발표에 의외의 이름이 발표됐다. 국정원장 후보자로 박지원 단국대 석좌교수가 내정된 것이다. 민주당 소속이 아닌 야당 인사고, '문모닝'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는 데 앞장섰던 그를 문 대통령이 전격 기용한 것이다. 청와대 기자들이 술렁거릴 정도로 그의 인선은 파격 그 자체였다.

청와대는 "4선 국회의원 경력의 정치인으로 정보력과 상황 판단이 탁월하고,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활동해 국가정보원 업무에 탁월하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기여했고, 현 정부에서도 남북문제에 대한 자문 역할을 하는 등 북한에 대한 전문성이 높다"고 박 후보자를 내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또 지난 5일에는 "박 후보자의 낙점은 오로지 문재인 대통령의 결정이었고 문 대통령이 지난 일에 개의치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선거 때 일어난 과거사보다는 국정과 미래를 생각한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말이 전해지기도 했다.

박지원 후보자가 지난 4월 총선에서 낙선했을 때만 해도 '박지원이 더 이상 정치를 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다. 그가 소속된 민생당은 국회의원 당선자를 한 명도 내지 못한 채 존재감을 완전히 상실했고 78세의 고령이라는 점도 그 이유였다. '정치 9단'이라는 이미지를 바탕으로 각종 방송에서 정치 평론을 하면서 "전 의원보다는 교수로 불러달라"고 하는 모습에서는 자신도 이제 직접 정치를 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보였다.

그러나 최근 북한이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대남확성기의 재설치를 시도하는 등 남북 평화모드에 금이 가고 '판문점 선언'이 폐기될 수 있는 위기에 봉착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외교 안보라인의 변화를 꾀하면서 6.15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박 후보자를 불러들이는 '강수'를 뒀다. 남북관계 복원 및 정상회담의 끈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회담을 성사시킨 그의 노하우가 필요했던 것이다.  

실제로 박지원 후보자는 민주평화당 의원이었던 지난 2018년 9월 제3차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단 신분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방북한 바 있으며 2019년 6월에는 故 이희호 여사가 별세했을 때는 정부 인사들과 함께 판문점에서 조의문을 전달하러 온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만나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물론 이 때는 장례위원회를 대표하는 자격으로 참석한 것이었지만 박 후보자의 대북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였음은 분명했다. 청와대 관계자가 "오로지 문 대통령의 결정"이라고 말한 것으로 보면 대북정세에 밝은 그를 다시 정면에 세워 꼬인 남북관계를 풀어가겠다는 뜻이 분명해보인다.

야당 인사를 정부에 불러들였다는 점에서 '협치'의 가능성을 비췄다는 말도 나온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야당 인사들을 입각시키려는 시도를 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 출범 당시에는 대선에 출마했던 유승민 당시 바른정당 후보, 심상정 당시 정의당 후보의 입각설이 나온 바 있고 이후 김성식 전 국민의당 의원, 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 故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 등이 입각 제의를 받은 적이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특히 야당 인사라는 점과 더불어 한때 대척점에 선 인사를 등용한 '포용 인사'를 했다는 점은 과거보다는 현재의 능력을 통해 국가의 문제를 해결해가겠다는 뜻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당권을 놓고 라이벌 관계가 됐고 이후 박 의원이 국민의당으로 옮긴 뒤 총선과 대선에서 자주 부딪혔던 이들이지만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대의를 바탕으로 하나로 합쳐지는 모습은 앞으로의 결과에 따라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박지원 후보자는 내정 직후 SNS에 "역사와 대한민국,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님을 위해 애국심을 가지고 충성을 다하겠다. 앞으로 정치의 '정'자도 올리지 않고 국정원 본연 임무에 충실하며 국정원 개혁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과거 '문모닝'과 180도 다른 모습을 보임과 동시에 국정원의 대북 업무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보인 것이다. 

물론 미래통합당이 '대북편향인사'라는 비판을 하고 있고 박지원 후보자에 대해서도 "국정원장을 적이랑 친한 사람이 해서 되겠는가"(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라는 말이 나오고 있어 인사청문회 통과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그래도 우선은 남북관계 개선과 국정원 개혁이라는 두 가지 목표, 그리고 그 목표의 실현으로 협치의 성공을 만들어내는 숙제가 박지원 후보자에게 놓여졌다. SW

hcw@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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