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라오어2’ 쇼크...시장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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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라오어2’ 쇼크...시장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 현지용 기자
  • 승인 2020.07.06 20:0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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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현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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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현지용 기자] 2013년 발매된 비디오 게임 ‘더 라스트 오브 어스(이하 라오어)’는 영국 영화잡지 ‘엠파이어’로부터 “시민케인에 비견될 만하다”고 호평 받은 게임사의 걸작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를 증명하듯 라오어는 AIAS(인터렉티브 어치브먼트 어워드), BAFTA(영국 영화 텔레비전 예술 아카데미), GDC(게임 개발자 회의), GOTY(게임 어워드 올해의 게임) 등 유수의 관련 협회로부터 2010년대 최고의 비디오 게임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런 라오어가 7년 만에 2탄으로 돌아왔으나, 그 라오어2는 지금 명예의 전당은커녕 게이머와 업계인들로부터 “과거의 영광을 오욕으로 썼다”는 참혹한 혹평을 받고 있다. 더욱이 그 혹평은 트레일러 사기 논란, 평론가 평점 조작 의혹에 디렉터 닐 드럭만의 망언까지 겹쳐져 불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온라인으로 드러나는 게이머 여론은 이제는 단순 분노를 넘어 ‘지갑 닫기’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말이 일반화 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19일 라오어2는 약 6만5000원대의 정가로 국내 발매를 시작한 이래, 단 3일 만에 반값으로 중고 상품 온라인 카페에 올라오는 등, 순식간에 중고매물로 전락했다. 지금도 중고 카페에서도 반값에 처분하려는 게시글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사진=현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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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어2 쇼크가 약 3주 정도 지난 지금 오프라인 게임 매장들은 어떤 상황일까. 6일 기자는 서울의 플레이스테이션 매장과 종합 전자상가, 소매점 등 비디오 게임 판매점을 둘러봤다. 서울 모 지점의 한 플레이스테이션 직영점은 매장 곳곳에 라오어2가 인쇄된 포장 박스를 가득 배치하며 시연 TV, 프로모션 세트판매 등 다양한 형태로 라오어2를 홍보하고 있었다. 조금은 과한 마치 인기영화로 도배한 스크린 독과점 영화관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직영점이기에 그럴 수도 있다는 이해도 가능하겠다. 반면 서울의 다른 대형 전자상가와 소매점에서 본 라오어2 홍보는 이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일부는 아예 홍보용 포스터를 걸지도 않거나, 재고 박스를 수납장 맨 위로 밀어 넣기도 했다.

라오어2 판매를 묻는 질문에 업장 관계자들은 하나 같이 “게임성은 훌륭하다보니 찾는 소비자분들도 있긴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답했다. 그러나 가격을 물을 때는 제각각이었다. 직영점의 정가를 제외하곤 신품, 중고품 모두 5만원이나 그 이하, 또는 “현금가는 4만7000원”이라 값을 부르기도 했다. “재밌으니 지금 꼭 사야한다’, ‘금방 매진될 수 있다’는 말로 구매를 권유하는 업장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사진=현지용 기자
사진=현지용 기자

어쩌다 명작의 귀환이라는 라오어2가 단 3주 만에 이 정도로 추락했을까. 이를 묻던 기자의 옆에서 한 손님은 이렇게 말했다. “게임성이 좋으면 뭐해요. 스토리가 그 모양인데.” 작금의 라오어2 쇼크를 함축한 말이 비평가가 아닌 리뷰어, 소비자들로부터 나오는 실상이다. 이를 옆에서 듣던 업주는 침묵으로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대작이란 기대를 믿고 대량 예약 구매한 물량들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는 충격과 악성재고행이란 우려가 겹친 모습이었다.

FPS 게임 개발자이자 게임 그래픽 업계의 ‘구루’로 추앙받는 존 카멕은 1992년 “게임의 스토리는 포르노의 그것과 같다. 있으면 좋지만, 중요하진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라오어는 이를 뒤집고 스토리가 게임을 재미에서 예술까지 추구할 수 있다는 놀라운 가능성을 보였다. 이를 반영하듯 라오어1은 발매 5년째 되던 해 판매량 1700만장 돌파로 증명했다.

작금의 라오어2 쇼크는 출시 3일 만에 판매량 400만장을 기록했다. 하지만 개발사 너티독만이 SNS로 이를 자축할 뿐, 그 3일치 이후 판매량이 늘어났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전작의 명성으로 기대를 받고 출시 수개월 전 물량을 대량 사들인 판매사들의 한숨 말고는 없는 모습이다. 닫힌 게이머들의 지갑과 매장의 찬바람이 이를 증명하겠다. 시장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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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자 2020-07-08 14:30:09
진짜 업주들 불쌍함.
무슨 죄임?

ABCK 2020-07-07 20:37:46
진짜 업주들만 불쌍하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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