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이번엔 통과될까?③] 88%의 찬성 '나도 차별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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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 이번엔 통과될까?③] 88%의 찬성 '나도 차별받을 수 있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7.0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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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국민인식 조사, '차별금지법 찬성' 지난해보다 10% 이상 증가
"코로나19 사태 후 차별 사례 보며 자신도 차별 대상 될 것이라 생각"
제정연대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 보수 기독교계 크게 오해하고 있어"
지난 2일 열린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기자회견. 사진=차별금지법제정연대
지난 2일 열린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기자회견. 사진=차별금지법제정연대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지난달 23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에 의뢰해 진행한 '2020 차별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인권위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4월 22일부터 27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 모바일조사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는 ±3.1% 수준이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82.0%가 '우리 사회의 차별이 심각하다'고 밝혔고 40.0%의 응담자가 '우리 사회 차별이 과거에 비해 심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심각한 차별로는 성별(40.1%), 고용형태(36.0%), 학력, 학벌(32.5%), 장애(30.6%), 빈부격차(26.2%)에 의한 차별 순이였다.

특히 이 조사를 통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민들이 차별에 대한 민감성이 높아졌고 이를 통해 차별금지, 평등권 보장을 명시한 법안이 필요하다는 국민들의 숫자가 더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응답자의 90.8%가 '나와 내 가족도 언젠가 차별을 하거나 당할 수 있다'고 답했고 91.1%가 '나도 언제든 차별의 대상이나 소수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고 답한 것이다. 

인권위는 "'누구도 차별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나도 차별당할 수 있다'는 응답을 10명 중 9명이 했고, 특히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 속에서 우리나라와 해외 각국에서 발생한 혐오와 차별 사례를 접하면서 국민 10명 중 9명이 '차별 대상, 소수자가 될 수 있다'고 응답해 코로나19가 국민들의 차별 민감성을 높이는 계기가 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또 이로 인해 '평등권 보장을 위한 법률 제정'을 원하는 응답자가 전체 88.5%로 2019년 조사(72.9%)보다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면서 코로나19를 계기로 차별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은 물론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의 제정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관계자는 "그전에는 차별금지법이라고 하면 남자니까, 성소수자가 아니니까, 장애인이 아니니까 하는 생각으로 넘기던 사람들이 코로나19라는 전세계적으로 비극적인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차별을 겪게 되고 이를 통해 '특정한 약자'만이 차별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경험하고 보고 듣게 되면서 공감대를 얻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국민들이 점점 차별을 '사회적 약자가 겪는 일', '권력, 돈이 있는 이들이 하는 것'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내가 당할 수 있는 일',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여기게되면서 차별금지법에 대한 국민 여론도 바뀌고 있다. '성소수자 보호법', '동성애 옹호법'이라는 오해, 일부분만으로 전체를 평가하는 것에서 벗어나 '내가 당할 수 있는 차별을 막는 법'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기국회 개원 전인 8월 31일까지 60일 동안 21대 국회 전원의 발의 동참을 위한 집중행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회견문에서 "차별은 소수자들의 삶만 위태롭게 하지 않는다. 누구의 삶도 나중으로 밀려날 수 없으나, 누구라도 가장자리로 내몰릴 수 있는 사회에 대한 불안은 차별금지법에 대한 필요를 더욱 절실하게 만들었다. 인권위 국민인식조사 결과 88.5%,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론조사 결과 87.1%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찬성한다는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차별금지법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고 밝혔다.

우다야 라이 민주노총 이주노조 위원장은 "이주노동자도 모든 세금을 납부하고 있고 의무를 다하고 있는데 정부의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일부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민에게는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가 이런 지원금을 받기 위해 왜 투쟁을 해야하는지 묻고 싶다. 이것이 차별이다. 인종차별이다"고 말했고 박김영희 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는 "장애가 있는 사람이 여성이고 이주민이고 아동이고 노인일 수 있는, 모든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더 실감하고 절감하게 된다. 장애인으로서만이 아니라 장애를 가진 여성으로 복합적 차별을 당하는 제게는 대응을 위해 꼭 필요한 법"이라고 말했다.

또 자캐오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신부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보수든 진보든 '신 앞에 평등한 모든 인간은 차별없이 존중받아야한다'고 말하는 법이며 타인에게 존중받고 싶은 사람은 사회와 공적 관계 가운데 서로 '예의와 안전'을 지켜야한다고 알려주는 법이다. 오직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이들만 성소수자의 인권과 합의되지 않은 성범죄를 일부러 헷갈리고 있으며 무지한 공포와 불안은 부채질해 집단 내에서 의식있는 시민으로 살고 있는 신자나 목회자를 '동성애 옹호자'로 낙인찍을 수 있다는 협박과 위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2017년 충청남도는 성소수자의 인권을 보장한 내용이 담긴 충남인권조례를 폐지해 문제가 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6월 충남도의회는 차별금지 조항을 명시한 충남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고 충남인권조례를 '충남인권기본조례'로 새롭게 제정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진숙 충남인권활동가모임 부뜰 활동가는 "시민들이 더 이상 어떤 사람들은 차별해도 된다는 혐오를 묵인하지 않겠다, 방관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고 그 시민의 존엄한 명령을 의회가 받든 것"이라면서 "충청남도 11대 의회가 한 것을 국회가 못해낸다면 부끄러운 일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관계자는 "보수 기독교계의 주장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 '동성애를 반대하는 설교를 하면 잡혀간다'고 하는데 처벌을 하기 위해 법을 만드는 것이 아니며 언어 하나로 형사처벌이나 시정명령을 하는 것은 아니다. 처벌 사유만 보고 일반 사람들이 어떻게 적용되는 것을 모르니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이다. 차별금지법의 내용과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을 일반인들에게 쉽게 이해시키는 컨텐츠를 만들 예정"이라면서 "인권위가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차별금지법 발의에 참여한 의원들도 힘을 보태고 있다. 국민 여론 또한 호의적이기에 이번에는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차별금지법 통과까지는 아직 많은 과정이 남아있고 이 과정에서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많지만 내가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차별이 비단 성소수자나 이주민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여론의 형성은 이전과 분명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점에서 21대 국회가 기존과 달리 차별금지를 법으로 규정할 지 이제 새로운 논의에 들어갈 시점이 왔다. 한 부분만 보고 '무조건 반대'를 외치기 보다는 누구에게나 해당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오해를 풀어가며 함께 논의하는 자세가 현재로는 필요한 시점이 됐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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