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칼럼] 말(言)은 공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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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류칼럼] 말(言)은 공허하다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20.07.07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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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절제를 통해 상대를 압도하는게 진짜 ‘말’
할말 못할 말 가리지 못하는 우리 정치판 한심
주장환 논설위원
주장환 논설위원

[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영화 <양들의 침묵>에서 FBI 수습요원 클라리스 스털링(조디 포스터 분/이 배우는 커밍아웃한 것으로 유명하다)과 한니발 렉터 박사(안소니 홉킨스 분)의 머리싸움은 관객들에게 극에 빠져들게 하는 매력적 요소이다.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스털링은 엽기적인 살인사건의 용의자인 ‘버팔로 빌’에 대한 단서를 잡기위해 노력하던 중 정신과의사인 한니발 렉터를 찾아가는데 그 역시 흉악범이다.

렉터는 살인자의 심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을 뿐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읽는 독심술의 대가이다. 팽팽한 긴장감이 얼음장처럼 차가운 신경전 속에 이뤄진 첫 만남에서 렉터는 스털링을 보자마자 스털링의 체취와 옷차림, 그리고 간단한 말 몇 마디로 그녀의 출신과 배경을 간파해 버린다.

그러나 스털링도 만만치 않았다. 그녀는 상대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으며 최고의 자기 절제를 보여준다. 그리고 침착하고 조리있게 주어진 상황을 분석해 나간다.

이 장면은 매우 유명하다. 두 사람은 방탄유리를 두고 대화를 이어나가는데 긴장감과 함께 묘한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방탄유리는 사람을 9명이나 죽인 렉터로부터 스털링을 방어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차단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유리가 진정한 방어막이 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고나 할까? 스털링은 그와 심리적 기싸움을 해나가는 동안 공포감을 느끼면서도 미묘한 매력을 느끼게 된다.

안소니 홉킨스는 렉터라는 인물에 대한 해석을 완벽하게 해 나간다. 지적 탁월함 그리고 죄수라고 볼 수 없을 정도의 자신감과 지성이 돋보이는 매너로 지적 교만감으로 가득차 있는 젊은 여자의 마음까지 훔쳐가는 매력을 발산하는데 성공하는 것이다. 실제로 고상한 취미까지 지닌 그에게 스털링은 성적 매력까지 느낀다.

여기서 말은 공허하다. 그것은 입밖으로 튀어나오자마자 허공으로 안개처럼 사라진다. 그러나 상대의 눈을 통해 흘러나오는 말은 천 마디 말보다 더 진실되고 정확하게 다가온다.

요즘 우리 정치판을 보면 해야 될 말과 하지 말아야 될 말을 가려서 하는 법이 없다. 그저 진영의 논리에 따라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아무말이나 막 뱉어낸다. 그게 속은 시원할지 모르지만 결국 자신의 목을 향해 되돌아 온다는걸 모른다.

논어에서 말하는 ‘군자욕눌어언이 민어행(君子欲訥於言而 敏於行:군자는 말은 더듬는 듯 조심하지만 행동은 민첩하게 한다)에서 눌(訥)은 ‘말더듬을 눌’이라 했다. 이 말은 어쩌면 입이 아니라 눈을 통해 흘러나오는 말을 뜻하는지도 모르겠다. SW

jj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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