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칼럼] 카프카의 『심판』·『사형선고』가 의미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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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칼럼] 카프카의 『심판』·『사형선고』가 의미하는 ‘법’
  • 오세라비 작가
  • 승인 2020.07.13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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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프라하에 위치한 프란츠 카프카 조각상. 사진=셔터스톡
체코 프라하에 위치한 프란츠 카프카 조각상. 사진=셔터스톡

[시사주간=오세라비 작가] 법 집행과 관련된 소설 중 가장 두드러지는 작품은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심판』이 아닐까. 소설 속 주인공 요제프 K는 서른 번째 생일 날 아침, 영문도 모른 채 자신의 침대에서 경찰들에 체포당한다.

은행에서 성실성을 높이 평가받는 간부 K는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체포될만한 나쁜 짓을 한 적이 없었다. 당황한 K는 미친 듯이 서류를 뒤져 자신의 신분증명서를 찾아 내밀면서 “어째서 내가 체포된 겁니까?”라고 경찰들에 묻는다.

K의 항변에도 경찰들은 조롱하는 표정으로 “당신은 엄청나게 불쾌하기 짝이 없는 그 소송사건을 빨리 끝장낼 생각인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상급기관의 지시에 따르고 보수나 받는 말단직원일 뿐이오”라 답한다. 경찰은 “법조문에 적혀 있으니 우리 경찰들을 보낸 것이지 착오는 없소”라고 쏘아붙인다.

그러자 K는 “난 그런 법은 모르오”라 답하나, 한 경찰은 “당신은 법을 모른다면서도 동시에 무죄라 주장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것이야말로 당신의 죄를 시인하는 것”이라 몰아붙인다.

K는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법을 위반할 수도 있었고, 법에 대해 무지한 채 살았지만 이는 변명이 될 수 없었다. K는 그로부터 1년 동안 자신의 무죄를 입증할 방법을 찾으며 소송을 벌인다. 하지만 서른한 번째 생일 전날 저녁 두 남자에 의해 도시에서 떨어진 채석장으로 끌려간다. 그 자리에서 K는 잔인한 처형을 당한다. 그가 마지막으로 뱉은 말은 “개 같은 죽음이군”이었다. K는 끝내 자신의 죄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소설 『심판』은 이렇게 끝을 맺는다.

카프카의 소설 『심판』을 비롯해 모든 작품들은 돌연히 상황이 시작되고, 결말도 비극적으로 끝난다. 카프카가 남긴 소설은 매우 난해하고 다양한 해석의 여지로 인해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정신분석학에서도 카프카의 작품은 주요하게 다루어진다.

카프카의 단편소설 『사형선고』 역시 특이하고 이중적인 해석의 가능성을 담아 독자에 충격을 안긴다. 『사형선고』는 부친에 의해 사형을 선고받는 아들의 이야기다. 게오르크는 2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늙고 쇠약해진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 사업과 동시에 아버지가 운영하던 상점도 함께 운영하고 있었다. 그는 부유한 집의 딸과 약혼 한 후 결혼을 앞두고 있다. 게오르크는 지금은 러시아에 있는 소년 시절 자신의 친구와 서신왕래를 하고 있었다. 그는 결혼을 앞둔 행복함과 친구가 자신의 결혼식에 와주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편지를 썼다.

어느날 게오르크는 아침 식사를 챙겨 아버지 방으로 가 러시아에 있는 친구에게 편지를 썼다고 말한다. 그러자 아버지는 잔뜩 노기를 띤 어투로 자신의 상점 운영에 대해서도 아들이 감추는 일이 많은 것 같다는 의심을 한다. 그러면서 게오르크의 친구가 정말 러시아에 있기는 한지 믿을 수 없다고 말한다.

게오르크는 그런 아버지를 이해시키려 안간힘을 쓰며 침대로 옮겨 이불을 덮어주었다. 그러자 아버지는 “너는 나를 이불로 뒤집어씌우려는 거지?”라 소리친다. 아버지는 아들이 약혼녀에게만 정신이 팔려 늙고 힘없는 아비를 떠난다는 둥 극도로 분노하며 소리친다. 급기야 아버지는 “너는 악마 같은 인간이다. 나는 너에게 사형을 선고한다. 익사형을!”이라 저주한다.

아버지로부터 이 말을 들은 게오르크는 방을 뛰쳐나와 대문을 열고 강가로 쫓기듯 달려가 그대로 강물에 몸을 던진다. 그가 마지막을 남긴 말은 “나는 언제나 부모님을 사랑했어요”였다.

짧은 단편 『사형선고』의 결말은 그로테스크하다. 마치 법을 집행할 권리라도 부여받은 듯 권위적인 아버지가 내리는 심판에 굴복한 아들의 이야기는 카프카의 전 작품들이 그렇듯 여러 가지 해석과 분분한 논란을 일으킨다.

앞서 소개한 『심판』은 법을 무기로 삼은 관료주의 권력에 맞서, 개인이 항거하기에는 나약하기 짝이 없는 부조리한 현실을 연출한다. 또한 K는 자신에게 씌워진 엄청나게 불쾌한 소송 사건의 전말을 알지 못한 채 비참한 죽음을 맞는다.

카프카는 성장기동안 평생 독단적이고 권위적이던 부친에 의해 콤플렉스를 안고 살았다. 부친의 바람대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나, 법관의 길을 포기하고 결국 작가가 됐다. 소설 『사형선고』도 카프카가 생전 겪었던 부자갈등의 심리상태가 투사된 작품이 아닐까라는 해석을 일으킨다.

요컨대 카프카의 두 작품에 드러난 주인공들은 아버지 혹은 공권력이 집행하는 법의 권력에 무력한 개인의 파멸을 그리고 있다. 법의 집행과 해석은 바로 인간이 한다. 따라서 법 집행은 강제성과 폭력적이고 희생양을 만들어 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카프카는 작품을 통해 ‘법이 정말 정의의 편인가’라는 냉소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는지 모른다. 부당하게 심판받고, 처형당하는 약한 인간의 부조리함이 카프카 문학의 독특함이라 하겠다.

인간 사회는 끊임없이 법과 법률적 장치를 만들어낸다. 우리를 둘러싼 크고 작은 법들로 인해 인간은 이것들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또한 법의 기준에는 불확실한 면이 분명히 존재한다. 법의 적용에 불확실한 측면이 클수록 인간은 그러한 법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할 일도 늘어난다. 법 집행에 있어 해악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의회에서 법을 만들고 적용할 때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느 누구도 법의 테두리를 벗어날 수 없다. 권력자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자신이 만든 법의 테두리에서 스스로 단죄 받는 일은 언제든 생겨날 수 있다. 카프카 작품 속 주인공들처럼 결코 자신의 죄가 무엇인지, 자신에게 집행되는 법에 대해 알지 못한 채 끝내 스스로에게 형벌을 내리게 되는 부조리한 상황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SW

murphy8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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