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화 박사 펀 스피치 칼럼] 좌중담소 신상구(座中談笑 愼桑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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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화 박사 펀 스피치 칼럼] 좌중담소 신상구(座中談笑 愼桑龜)
  • 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 승인 2020.07.14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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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힘을 뽐내던 천 년 묵은 거북이는 결국 자랑 때문에 가마솥에 삶겨 죽고 말았습니다. 사진=픽사베이
자기 힘을 뽐내던 천 년 묵은 거북이는 결국 자랑 때문에 가마솥에 삶겨 죽고 말았습니다. 사진=pixabay

[시사주간=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서로 마주 보고 앉아서 함께 웃으며 담소를 나누는 것, 참 좋습니다. 그러나 이때도 삼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뭘까요?

마스크 쓰기? 그렇죠. 요즘 같은 때 이거 벗고 크게 웃으면 비말이 난무하니 극히 조심해야 할 일이죠. 그 자리에 없는 사람 흉보기? 맞습니다. 그 자리에 없는 사람, 아직 도착 전인  사람 두고 이러쿵저러쿵 킥킥대다가 나도 그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뽕나무와 거북이’를 조심하라는 말 들어보셨어요? 즐겁게 웃고, 이야기 하면서 거기에 없을 그리고 사람도 아닌 뽕나무와 거북이를 경계하라니, 좀 이상하지 않나요?

하지만 옛말에 '좌중담소 신상구(座中談笑 愼桑龜)'라는 게 있습니다. 뒤의 어려운 한자는 상전벽해(桑田碧海)할 때의 뽕나무 ‘상’에, 장수의 상징 동물 거북 ‘구’(귀)입니다.

옛날 어느 바닷가 마을에 오랜 병환으로 곧 돌아가실 지경에 이른 아버지와 함께 사는 효자가 있었습니다. 용하다는 의원, 백약이 모두 무효였습니다. 이럴 때 주위의 풍설(風說), 이런저런 스피크들이 난무하죠. “천년 산 거북이를 고아 먹어야만 나을 병이나니!”

효자가 여러 날 밤을 잠복근무한 끝에 뭍으로 나온 천년 이상 산 거북이를 발견하고 체포영장 내밀며 앞발 뒷발에 수갑을 채웠습니다. 크고 무거운 거북이를 호송지게에 지고 집으로 돌아오다 날이 희붐해지자 그만 졸림에 겨워 졸음쉼터인 뽕나무 그늘에서 깜박 잠이 들었습니다.

어렴풋이 잠결에 이어폰으로 들리는 뽕나무와 거북이의 대화.

거북이: (거만 철철 말투) 이 젊은이 효성은 이해해. 그래서 일단 잡혀줬지. 허나 아무리 수고해도 소용없어. 내가 누구여? 난 나이 많은 영험함 플러스 강한 껍데기도 지녔어. 지가 날 압력솥에 백년을 끓여봐. 내가 어디 죽나~ 흥!!”
뽕나무: (가당치 않다는 말투) 음하하! 거, 거 선생, 충고하건대 넘 큰 소리 치시지 말게!
거북이: 겨우 3류 영화 제목에 지나지 않은 뽕나무 따위가!!
뽕나무: 자네가 아무리 대단한 거북이라 해도 포항제철 용광로 화력에 버금가는 이 몸 뽕나무 장작으로 불 피워 고면 당장 죽을 걸!

효자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집에 와서 절간의 공양밥 짓는 큰 가마솥을 걸고 거북이를 넣은 뒤, 그 뽕나무밭 장작을 잘라 불을 댔습니다.

부지지직 사사사삭(불타는 소리)~! 이내 김이 났고, 뚜껑을 열어본 가마솥 안에는 거북이가 바로 흐물흐물 아이스크림처럼 녹고 있었습니다. 천년을 넘게 살았기에 불을 백 년 동안 지펴도 죽지 않을 거란 거북이가!

이후 이야기는 전하지 않아도 아시겠죠? 진액 1000% 거북이중탕을 복용한 효자의 아버지는 화타 편작도 쉬이 낫게 하지 못한 지병에서 쾌차했습니다.

몇 가지를 생각하게 되지 않습니까. 거북이가 자기 힘을 뽐내지 않았다면? 뽕나무 참견을 받지 않아 죽지 않았을 것이고, 뽕나무도 괜한 자랑을 하지 않았다면? 당연히 베임을 당하지 않았겠죠. 쓸데없는 말 하다 거북이도 죽고, 뽕나무도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옛말, 엄마 말, 공자 말, 교장 선생님 말 하나도 틀린 거 없습니다. 쪼매난 재능을 으스댈 일이 아니고, 설령 센 재주가 있다한들 내 입으로 먼저 마구 떠들 것이 못 됩니다. 우선 그 꼴이 같잖기 이를 데 없고, 사전 전력노출로 상대에게 잡아먹히는 더 강한 전술을 준비케 할 뿐입니다.

“경솔하게 왜 먼저 떠들었을까? 좀 더 진득하게 기다릴 걸...” 이런 후회 많이 해보셨죠? 말이 난무하는 시대입니다. 말 않고 살 수는 없습니다. 해야 얻습니다. 그러나 잘난 체 하는 내용은 금기입니다.

일하라 뽑아준 국회의원 나리들, 어서 원 구성이라는 샅바나 맬 일이지 왜 말은 그리 많은지, 누구 수사를 이런 식으로 해야 한다고 서로 으르렁 대는 거시기 부처 사람들, 뽕나무, 거북이처럼 제 자랑만 하지 마시라니까요.

그러다 둘 다 죽어!!!!! SW

erobian2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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