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정·장혜영이 극복해야할 '지독한 현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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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호정·장혜영이 극복해야할 '지독한 현기증'
  • 황채원 기자
  • 승인 2020.07.16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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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호정(왼쪽), 장혜영 정의당 의원. 사진=뉴시스
류호정(왼쪽), 장혜영 정의당 의원

[시사주간=황채원 기자] "당신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조문하지 않을 생각입니다".(류호정 의원)) "차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애도할 수 없습니다. 슬픔과 분노 속에서도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야합니다".(장혜영 의원)

정의당 초선 의원인 류호정 의원과 장혜영 의원의 '박원순 시장 조문 거부' 글을 놓고 정의당이 몸살을 앓고 있다. 피해자와의 연대를 알리는 '소신'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있지만 '조문 거부'를 굳이 글로 전하는 것은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정의당을 탈당하는 이들이 늘어난 반면 탈당을 거부하는 당원들과 함께 정의당에 입당하는 이들도 늘어났고 당의 입장을 놓고 서로 다른 의견들이 충돌하고 있는 상황이다.

류호정 의원은 지난 13일 YTN 라디오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박원순 시장님을 존경했고 많은 분의 애도는 그 자체로 존중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때 한 사람만큼은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고소인 편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2차 가해가 현실화된 상황에서 고소인뿐만 아니라 권력관계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거나 하고 있을 많은 분들에게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낸 저 같은 국회의원도 있다고 알려줘야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두 의원의 글이 논란이 되자 심상정 대표는 지난 14일 의원총회에서 "두 의원은 피해 호소인을 향한 2차 가해가 거세질 것을 우려해 굳건한 연대의사를 밝히는 쪽에 무게를 둔 것이지만 그 메시지가 유족들과 사민의 추모 감정에 상처를 드렸다면 대표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공식 사과했다.

그러나 이 사과는 '청년 의원을 동등한 동료 의원으로 존중하지 못했다'는 당원들의 반발에 부딪히며 도리어 갈등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고 말았다. 장혜영 의원은 SNS를 통해 "솔직히 당황스러웠다"고 심정을 밝히면서도 "심상정 대표가 이번 사안에 관한 저의 관점과 행보를 여전히 존중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거대한 인식의 차이 앞에 지독한 현기증을 느끼지만 인간 존엄의 가치를 훼손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고자한다면 안간힘을 쓰며 존엄 회복을 위한 싸움을 시작한 한 여성의 목소리에 함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두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 1,2번으로 국회에 입성하며 청년 정치인으로 주목을 받았다. 류호정 의원은 게임업계에 재직하면서 노조 활동을 한 전력, 장혜영 의원은 유튜브 채널 '생각많은 둘째언니'와 자신이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이 되면>을 통해 여성과 장애인 문제에 목소리를 내왔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그동안 청년 정치인들이 국회에 입성했지만 뜻을 펴지 못하고 사라졌던 전례가 많았던 만큼 이들이 정치에 새 바람을 일으켜주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번에 발의된 '포괄적 차별금지법'에도 두 의원은 이름을 올렸고 장 의원은 대표 발의를 했다.

하지만 이들을 향한 부정적인 반응은 여전히 거세다. 류 의원은 선거 과정에서 '대리 게임' 논란을 빚으면서 부정 취업 의혹이 제기된 바 있으며 페미니스트로 활동해온 장 의원에 대한 반발도 아직 남아있는 상태다. 심지어 이들의 나이를 거론하며 '어린 것들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아직 많다.

그리고 이 시선은 이번 '조문 거부 논란'에도 고스란히 드러났고 이는 곧 이들을 당선권에 배치한 심상정 대표와 정의당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졌다. 장 의원의 말대로 이들은 '거대한 인식의 차이 앞에 느껴지는 지독한 현기증'을 앓고 있는 것이다. 피해자와의 연대를 말한 그들의 주장은 옳아도 굳이 '조문 거부'라는 민감한 말을 꺼낼 필요까지는 있었느냐는 온건한 입장도 나오지만 이들의 과거 전력까지 거론하며 비야냥거리는 반응들도 실시간으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어쩌면 이 두 '청년 여성 정치인'이 가야 할 가시밭길은 이제 막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의 소신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이처럼 강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독한 현기증'을 극복해야하는 어려운 미션이 이제 이들에게 주어졌다. SW

hcw@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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