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한 ‘e스포츠 표준계약서’? 누구를 위한 권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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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한 ‘e스포츠 표준계약서’? 누구를 위한 권익인가
  • 현지용 기자
  • 승인 2020.07.17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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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그리핀
사진=그리핀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e스포츠 선수의 권익 보장을 위한 ‘e스포츠 선수 표준계약서’가 약 1년여 만에 도입됐다. 하지만 모호한 조항, 선수보다 게임단의 권익을 위한 조항 등 부실한 점이 발견돼 표준계약서의 실효성에 의문이 가해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3일 e스포츠 선수 표준계약서(2종)에 대한 고시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이번 표준계약서 도입은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LPL 선수 카나비가 게임단으로부터 노예계약 및 협박 등 갑질 피해를 당하는 이른바 ‘카나비 사건’으로 촉발됐다. 이 때문에 게임사 라이엇과 한국e스포츠협회(KESPA)는 지난해 12월 국회 토론회에서 e스포츠 팬들로부터 맹렬한 비판세례까지 받을 정도 여론이 들끓었다.

e스포츠판 선수의 노예계약 실태는 이후 지난 5월 ‘이스포츠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까지 미쳐, 표준계약서 제정 및 보급을 의무화한 조항 신설까지 미쳤다. 오는 9월 10일 해당 조항의 시행을 앞둔 가운데, 이번에 공개된 문체부의 표준계약서는 계약기간에 대한 구체적인 연원일 및 수익 등 대가 지급에의 합의를 명시해 e스포츠의 공정 계약 구조를 도모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선수 교육(훈련)에 대한 게임단의 제반비용 의무를 명시하고, 상금 또는 금품지급 계약에 대한 비용공제내용 등 산정자료를 선수에 제공하는 의무를 명시했다. 또 계약내용 변경에 대한 상호 서면합의 조건도 달았으며, 계약 해제 또는 해지에 대한 즉시 해제 및 손해배상 청구도 명시했다.

선수 권익보호를 위해 도입된 표준계약서로 e스포츠계는 더 이상 그리핀 사건과 같은 e스포츠 선수 노에계약 실태를 기대하지 않을 수 있겠다. 특히나 카나비 선수와 같은 청소년·청년에 대한 착취를 바로잡는다는 점에 있어 의의가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리핀 사건으로 드러난 e스포츠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명시적인 제어 장치의 부재로 게임단 감독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선수 착취를 저질렀단 점이고, 사실상 ‘갑’의 위치에 있는 게임단과 e스포츠 주최 측은 논란 속에도 갑질 당사자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 및 내부고발자를 향한 보복성 징계를 할 수 있었단 것이 둘째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사진=문화체육관광부

하지만 이번에 도입된 표준계약서는 이 같은 문제를 정말로 완벽하게 미연에 방지 해줄지 의문점을 보이고 있다. e스포츠 선수의 착취 실태를 마주했음에도 정부가 약 1년 넘게 내놓은 표준계약서의 틀은 선수보다 오히려 게임단의 권익을 보장하는 것 아니냐는 부분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 등을 명시한 제12조의 경우 ‘게임단은 계약기간 중 선수와 관련된 가명, 게임 상 지칭명(ID 혹은 닉네임), 초상 등 선수의 동일성을 나타내는 일체의 것을 사용해 저작권·상표·지식재산권 개발 및 게임단 이름으로 이를 등록하거나 선수의 선수활동 등 업무와 관련해 이용할 수 있는 독점적 권리를 갖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게임단이 저작권 개발에 상당한 비용을 투자하는 등 특별한 기여를 한 결과물은 계약 종료 후에도 선수로부터 허락받은 방법·조건 범위 내 게임단이 저작권·지식재산권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선수 권익을 보호할 조항들이 외려 모호함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보이는 상황이다. 가령 제5조(게임단의 일반적 권리 및 의무 등) 3항의 경우 ‘게임단은 선수가 경기와 대회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과 관리를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는 모호한 표현을 쓰고 있다. 제8조(선수의 인성교육 및 건강 지원)도 선수의 부상 또는 질병 치료에 대해 ‘지원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스포츠계는 표준계약서의 부재에 따른 선수 권익 침해 문제들을 안고 있다. 이 때문에 표준계약서는 선수 권익을 위해 독소 또는 불공정조항 도입 금지, 선수의 계약해지 선택권 등 필수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근본적인 선수 착취 문제의 처방으로 요구되고 있다. ‘을’의 위치에 있는 선수들이 외려 모호한 표준계약서로 또 다시 불이익을 당하진 않을지 우려스러운 전망만 섞이는 실정이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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