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칼럼] 애도(哀悼)와 장애인의 복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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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칼럼] 애도(哀悼)와 장애인의 복지권
  • 김철환 활동가
  • 승인 2020.07.21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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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김철환 활동가] 농인(聾人)에게 문자가 왔다. 상(喪)을 당했는데 상주로서 장례기간 내내 힘들었다는 것이다.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은 누구나 힘들다. 하지만 문자의 내용은 그것이 아니었다.

그 농인은 장례 준비를 제대로 못했다. 장례경험도 없고, 주변의 이야기를 잘 듣지 못해서다. 그러다보니 우왕좌왕하게 되고, 상주로서 노릇도 재대로 못했다.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해 오고가는 이야기도 알 수 없었고, 친척과의 대화에도 끼지 못해 주변으로 밀려나기도 했다. 고인에 대한 애도는커녕 마음의 상처만 받았다.

만나고 헤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헤어질 때의 안타까운 마음도 마찬가지이다. 더욱이 가까운 이의 죽음을 마주하는 감정은 단순한 이별을 넘어선다. 아픔이 마음 깊이 박히기도 하고, 평생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 이별의 아픔을 넘어서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이처럼 가까운 이에 대한 죽음은 한 인간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사망한 이의 신분이나 특정한 사망 동기에 따라 사회나 국가로 파장이 커질 수 있다. 얼마 전 있었던 미국의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 protests) 사망이 그랬다. 우리의 역사에서도 개인을 넘어 사회적인 슬픔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먼저 간 이에 대한 애도(哀悼)는 사적인 감정이지만 경우에 따라 공적인 감정도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애도조차 자유롭게 하지 못하던 때가 있었다. 죽음에 대한 애도를 정권이 막고, 이로 인하여 대중이 분열되는 등 아픔의 역사도 있었다. 외압이 아니라 환경적인 요인으로 애도조차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앞서 사례를 든 농인들이 그렇다. 장례절차 등 애도의 과정에 소통이 안 되어 밀려나는 경우이다. 휠체어 등 보조기구를 이용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걸리적거린다고 장례절차에 참여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친인척들의 장애인에 대한 편견으로 구석에 조용히 있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애도의 절차에, 슬픔에 참여조차 하기 어려운 것이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애도와 우울함(Melancholy)에 대하여 말한 적이 있다. 애도를 잘 받아들인다면 건강한 자아를 되찾는다. 하지만 애도의 과정을 잘 해결하지 못하면 병리적 현상인 우울함에 빠진다고 하였다. 

애도가 우울로 바뀌어 고착될수록 개인은 힘이 든다. 살아왔던 삶의 방식을 버리기도 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분노로, 돌발행동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애도는 지극히 사적일 수 있으나 애도의 절차나 극복의 과정은 사적인 과정을 넘어서야 되는 이유다.

이렇게 본다면 장애인들에게 불편한 애도 과정도 ‘그들만의 사정’이라고 밀어버리면 안 된다. 애도라는 과정에 관심을 가져야하며, 공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장례절차나 시설에 장애인들이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확대하고, 의사소통을 지원해야 한다. 국민들의 장애인에 대한 편견도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장애인들이 애도의 과정에 참여하는 것, 손님을 맞고 슬픔을 나누는 것 그 자체를 복지지원으로 봐야 한다. 국가가 짊어져야 할 복지권 중의 하나로 말이다. SW

k6469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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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선농인 2020-07-21 18:10:10
장애인의 복지권 가운데 농인의 소외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주셨군요. 감사합니다. 장애인 건강권 안에서도 농인의 정신건강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주변 농인이 마음의 감기가 생겨도 의사소통이 어려워서 정신의학 도움을 받기를 주저한다고 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많습니다. 김철환 활동가님의 소중한 말씀이 하나 하나 큰 전환점이 되어서 농인의 정신적 복지 기틀도 마련되길 희망합니다

미로 2020-07-21 20:42:26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장애인도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슬플 때 슬퍼하고 기쁠 때 기뻐할 수 있는 환경마련 말입니다. 장례식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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