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폐지” 10만 청원과 ‘이유 있는’ 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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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폐지” 10만 청원과 ‘이유 있는’ 긍정
  • 현지용 기자
  • 승인 2020.07.2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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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국회
사진=국회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연이은 여권 인사 성추문 및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사태에 여성가족부가 침묵 또는 ‘선택적 정의’를 보이자, 여가부 폐지 국민동의청원이 단 나흘 만에 1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 17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는 ‘여성가족부 폐지에 관한 청원’이 게재됐다. 청원은 여가부를 향해 “하는 일은 없고 세금만 낭비하며 남녀갈등을 조장한다”며 “성평등 및 가족, 청소년 보호 등을 위해 만들어졌으나, 하라는 성평등 정책은 하지 않고 남성혐오적, 역차별적 제도만 만들어 예산을 낭비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여권에 휘몰아친 정의연 위안부 피해자 기부금 비리 논란 및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망사건에 대한 여가부 대응 또한 지적됐다. 이에 해당 청원은 게재 사흘 만에 100%인 동의 수 10만명을 기록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소관위로 넘겨졌다. 헌법 제26조 및 청원법 제4조에 따라 요건을 채운 청원은 소관위 접수 이후 심사를 거쳐 폐기 또는 채택, 본회의 상정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이번 청원은 청와대 국민청원과 달리 국회의 몫으로 넘어갔다. 표심 눈치를 보는 국회 특성과 의석 과반의 현 슈퍼 여당이라 할지라도, 이번 청원은 과거 제기돼온 여가부 폐지 청원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여하의 이유로 청원 폐기를 들지라도, 이에 대한 리스크가 과거와는 판이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80년대 후반 민주화 운동으로 여성운동이 떠오르자,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이래 신설된 여성특별위원회는 2001년 중앙행정기관인 여성부로 승격됐다. 이후 노무현 정부에는 여성가족부로 개편, 2008년 이명박 정부에는 가족·보육 업무의 보건복지가족부 이관으로 여성부라 개편됐으나, 2010년 다시 여성가족부로 재편됐다.

여러 번 바뀐 이름만큼 여가부는 지난 19년 간 숱한 논란을 빚어왔다. 이명박 정부 시절 장자연 사건에 대한 침묵, 셧다운제 추진 등으로 여가부에 대한 비판 여론 및 폐지론이 꾸준히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타 부처에 대한 월권 문제, 여가부가 인용하는 통계의 신빙성 등 전문성 부족 논란 또한 숱하게 제기됐다.

반면 현 정부 들어 커지는 여가부 무용론과 폐지론의 목소리는 전과 달리 유독 더욱 커지는 모양새를 띄고 있다. 그 시작은 현 대통령의 선거 후보 시절부터 여성 인권, 성 평등 등 여성 친화적 슬로건으로 강조한 ‘페미니스트 대통령’의 정체성 정치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대통령의 페미니스트 선언과 이를 위시한 여성단체 등 극단적 페미니즘의 준동에 부응하듯, 여가부는 지난 2018년 8월 안희정 전 충남지사 1심 무죄 판단을 불복하는 취지의 성명까지 내 삼권분립 훼손 논란을 빚었다. 이후 여가부는 여성 우월주의 비판 개인 방송을 규제하는 지침 추진 및 남성 험오발언 묵인, 윤지오 지원 논란, 성 착취물 단속을 명분으로 한 메신저 사찰 논란 등 악성 정책 논란을 연속했다.

그 절정은 정의연 위안부 피해자 회계 부정에 대한 자료 제출 거부 및 박 전 시장 성추행 논란에 대한 침묵으로 현재 고점을 찍은 상태다. 박 전 시장 사망사건의 경우 지난 9일 박 전 시장이 성추행 혐의로 피소 하루 만에 숨졌음에도 여가부는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다, 뒤늦은 17일 ‘여성폭력방지위원회 긴급회의’를 열어 빈축을 샀다.

바로 다음날인 지난 18일에는 페미니즘 등 여성계 입장에 찬동해온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도 윤미향 사태, 오거돈·박원순 사태를 근거로 “여가부 폐지에 동의한다”고 돌연 노선 전환을 선언했다.

그 다음날인 19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여혐발언 및 청와대 복귀, 이정옥 현 여가부 장관의 침묵을 지적하며 “대통령은 페미니즘보다 ‘내 사람’이 중요했던 것이다. 정의의 기준이 흔들릴 때 바로 세우는 대통령직의 윤리적 기능 임무가 방기됐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늑장대응과 침묵, 선택적 정의로 여가부에 대한 여론의 분노는 정권 레임덕과 겹쳐져 최고점을 돌파하는 모습이다. 전신이라는 여성부의 이름대로 다른 어떠한 이유를 막론하고 ‘오직 여성만을 위한다’는 맹목적-극단적 페미니즘적 행보만을 보였다면, 최소한 여심-표심에 있어선 정권 지지 차원의 악재는 최소화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최근 벌어진 정의연 사태, 안희정·오거돈·박원순 등 여권인사 성범죄 논란으로 인해 여가부는 비판도, 지지도 못하는 이중적 태도란 딜레마에 빠졌다. 둘 다 선택하기 난감할 바엔 침묵한다는 차악적 선택이 외려 여가부 무용론의 당위성을 반증하는 꼴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번 국회 청원 10만 달성을 극단적 페미니즘 운동권에서 보이는 ‘총공’ 마냥 단순 성차별주의자, 남성우월주의 커뮤니티의 해프닝으로 봐선 안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가부의 친 페미니즘적 행보가 극단적 페미니즘의 준동으로 그 지지를 크게 받아온 만큼, 이중적·선택적 정의를 보여 온 여가부의 행보는 오늘날 업보로 되돌아왔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한 정치권의 면밀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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