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웃음의 무게가 말해주는 웃어야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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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웃음의 무게가 말해주는 웃어야할 때
  • 현지용 기자
  • 승인 2020.07.31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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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황운하 열린민주당 대표 페이스북 캡쳐
사진=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페이스북 캡처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한 장의 사진, 한 순간의 웃음이 민심에 불을 질렀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대전·충청 지역의 수해 보도를 등진 채 파안대소 하는 사진을 황 대표의 SNS 페이스북에 그대로 공개했기 때문이다.

최 대표와 민주당 의원들이 웃던 그날, 수해가 벌어진 대전·충청 지역에는 시간당 100㎜가 넘는 집중 호우가 내렸다. 대전 지역에서만 1명이 숨지고 아파트 28가구, 주택 85가구 등이 침수됐다. 이미 앞서 지난주 부산에서는 지하차도 침수로 형제를 잃는 비극이 전국에 보도되기도 했다.

네티즌의 맹비난과 조소, 야당의 비판이 시작되자, 황운하 민주당 의원은 이를 향해 “팩트를 교묘하게 억지로 짜맞춰 논란을 만든 것”이라거나 “의원 모임 간 것이지, TV 뉴스 보러 간 것이 아니다. 물난리 난 상황에서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표정은 항상 울고 있어야 하느냐”고 언론에 되물었다. 외려 “악마의 편집”이라 반박하기도 했다.

해명이 외려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자, 황 의원은 사과문을 올렸다. 그러나 거기서도 황 의원은 “수해 피해자분들께 마음의 상처가 될 수 있어 죄송한 마음”이라면서 “악의적인 보도·공격의 빌미를 제공해 지지자분들께 송구스런 마음”이라는 뒤끝을 남겼다.

황 의원의 해명글에 대해 ‘진심어린 사과가 맞느냐’, ‘지역구 의원으로서 책임감이 없던 것 아니냐’는 논란은 별개로 치더라도 의원들의 그 웃음, 웃던 그 순간에 대해서는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어 보이겠다.

수해는 자연이 지구상에 내리는 재해 중 하나다. 중화전토를 다스린 고대 황제의 시대부터 핵폭탄으로 세계 종말의 능력이 만들어진 시대까지, 인류의 어느 누구도 완벽하게 치수를 해내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에 인류는 수해의 참혹함을 기원전부터 학습해오고 있다.

다만 지금은 사자와 가젤의 사바나 추격전을 안방 다큐멘터리로 볼 수 있는 것처럼, 재해로 벌어지는 생사의 현장을 안락한 공간에서 관람할 수 있다. 이 모순되는 광경이 황 의원의 사진으로 함축됐다. 그렇기에 대전의 수해 현장과 안락한 의원회관 속 웃음이란 현실의 부조화를 사려없이 드러내는 것이 여론의 분노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은 어찌보면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것이기도 하겠다.

그들의 환한 웃음 그 자체도 마찬가지다. 러시아에는 “이유없이 웃는 것은 바보의 특징”이란 속담이 있다. 폴란드 심리학자 쿠바 크리스는 이것이 단순 러시아인 특유의 무표정 짓는 문화가 아닌, 러시아의 오래되고 열악한 사회 안전과 환경에서 비롯된 것이라 분석했다. 불확실한 미래가 웃음을 표정 그대로가 아닌, 이면의 무언가 부정적인 것으로 이해하도록 만들었다. ‘웃음이 줄어드는 세상’의 이면에는 이러한 이유가 있다.

작금의 한국도 마찬가지다. 경제 불황과 세계적인 전염병, 자연재해에서 가장 먼저, 가장 깊게 피해를 입는 이들은 수해 이재민처럼 평범한 일반 시민들이다. 그렇기에 이들이 사진 속 의원들의 자신 넘치는 웃음을 받아들이는 ‘웃음의 무게’는 “악마의 편집”이란 단정보다 훨씬 무겁다고 볼 수 있다.

불과 4개월 전, 4·15 총선에서 압승한 여당의 대표는 “열린우리당의 아픔을 깊이 반성해야한다”며 자축과 자만의 전철을 밟아선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권력이 거대할수록 더 강한 견제와 감시를 받는다는 의미이겠다. 지금 사진 속 웃음의 주인공들은 존 달버그 액턴의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라는 말을 새겨야하지 않을까. 그 때 웃음의 무게를, 웃어야할 때를 깨달을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힘들 때 웃는 자가 일류’라는 말만 암송할 것인가.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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