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화 박사 펀 스피치 칼럼] 소설 쓰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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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화 박사 펀 스피치 칼럼] 소설 쓰시네!
  • 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 승인 2020.08.04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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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있는 '소설'의 뜻. 사진=인터넷 캡처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있는 '소설'의 뜻. 사진=인터넷 캡처

[시사주간=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가임기 개구리 수천수만 개 알 쏟듯, 올챙이가 되건 말건 말과 글을 끊임없이 좔좔 만들어내야 하는 게 제 밥벌이 수단입니다.

말(글)할 때 특정 집단의 비위를 건드려서는 절대 아니 아니 되니 당연히 신경 쓰지만 쉽지 않습니다. 아무리 나쁘게 소리 질러도 항의가 없는 유이한 직업군은 거지와 도둑입니다.

그런데 저는 잘못 없이 제 분야에 대해 흉과 책을 잡히는 게 있습니다. 바로 ‘코미디야 코미디!’라는 말을 듣는 겁니다. 말도 안 되는, 그러니까 논리적으로 모순이 있거나 억지를 부리거나 저질 비속어를 쓸 경우 그걸 탓하길 “코미디 하지 마!”라 하잖습니까.

저는 강력히 외칩니다. 저는 한국서 코미디로 석사/박사 학위를 딴 이론 갖춘 사람으로 항의한다고요. 고급스런 풍자, 정교한 반전이 있는 과학적이고 낭만적인 서사가 코미디지 억지, 분탕질이 코미디가 아닙니다요!!

그런데 여기서 민감한 문제 하나 제기합니다.

상대의 언어공격에 역시 호신어(護身語)로 ‘그건 사실과 다르다’, ‘날 거짓말로 매도하지 마라’, ‘꾸민 말로 속이려 들지 마라’ 등 대신에 간단히 ‘소설 쓰지 마!’라고 대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경찰이 피의자를 취조할 때 사실을 감추고 속이려든다 싶을 때 “소설 쓰지 말고 바로 불어!”라고 다그치는 일도 많다고 합니다.

최근 한 장관이 국회서 자기 아들 문제를 추궁하는 사람에게 “소설 쓰시네~”라고 했다가 같은 편 사람들이 발끈했고 나중에는 바로 그 소설가 단체서 자기네 문학을 폄하하고 작가들을 폄훼했다며 발언 당사자에게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그런데 이건 제가 먼저 제기한 ‘코미디 하지 마’와는 좀 다른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국립국어원에서 발간한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소설 쓰다’를 ‘지어내어 말하거나 거짓말을 하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 장관의 응대가 소설을 몹시 나쁘게 말한 거 맞느냐에 대한 유권 해석인즉 “사실 또는 상상력에 바탕을 두고 허구적으로 꾸민 이야기가 소설이니 표현에 문제가 없다”고도 했습니다.

장관의 말에 동의한다는 사람들은 다소 짓궂게 소설가 단체들에게 반박을 하더군요. 부정적으로 이런 표현들을 쓸 때가 있죠.

‘안 봐도 비디오다’....라 한 사람은 비디오업계에 사과해야 하나?
‘이건 뭐 초딩도 아니고...’ 초등학교 연합회에서 발끈해야 하나?
‘놀고 있네’는 놀이문화협회서 나서야 하나?
‘눈 감고도 하겠다’는 시각장애인들이 화낼 말일까?
‘발로 그렸나?’는 화가들의 자존심을 건드린 말?
‘술 취했냐?’는 주류제조업계가 난리를 칠 말?
그들은 그런 말 숱하게 들으면서도 항의한 적 없다며 옹호를 해주더군요.

우리 사회에 널리 쓰이는 관용어 ‘소설 쓰고 있네’. 누군가 거짓말을 하거나 없는 말을 지어낼 때 상대방을 향해 이 말로 으름장을 놓습니다.

<말아톤>의 정윤철 감독은 공지영 소설가를 비판하면서 “3류 소설을 쓰고”라 했고요, 가수 은지원은 자기가 박 아무개, 최 아무개 아들이라는 루머에 대해 “아주 소설을 쓰고 있네”라 일갈했습니다.

기분 나쁘면 근거를 들어 강력 항의를 하는 게 정당합니다. 불쾌함의 동기유발을 시킨 쪽은 아니면 아니라고 성실하게 해명을 해야 할 거고요. 그런데 ‘소설...’은 제가 뭐라 단정 짓기가 그러네요.

이제 저도 일상생활 중 정상적이지 못한 일을 당할 때(겪을 때) ‘코미디 같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이해하며 허허~ 웃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 인사를 드릴게요. “재밌는 거짓말로 큰 즐거움 주시는 소설가님들 대단히 고맙습니다!!” SW

erobian2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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