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여성안심보안관’ 폐지, 예산 49억원만 날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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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여성안심보안관’ 폐지, 예산 49억원만 날렸나
  • 현지용 기자
  • 승인 2020.08.10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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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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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현지용 기자] 서울시가 2016년 7월 도입한 몰래카메라 단속 사업 ‘여성안심보안관’ 사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여자 화장실 몰래카메라 범죄 방지를 이유로 도입한지 4년 만이다.

서울시는 사업 중단의 이유로 코로나19 대책 예산과 뉴딜사업 등 신규 예산 편성에 따른 어려움, 즉 ‘예산 부족’을 내세웠다. 코로나19·경제위기 시국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예산 삭감, 사업 중단 조치라는 해석이다.

반면 시민사회는 이를 탐탁치 못하게 보고 있다. 비서 성추행 논란을 받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정작 생전 강하게 추진한 정책이란 점도 있겠으나, 무엇보다 정책 실시 4년 동안 낸 실적은 단 한 건도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필자가 서울시에 몰래카메라 발견 실적을 묻자 “0건”이란 답을 듣던 때가 기억을 스친다.

그동안 이 여성안심보안관 사업에 투입된 예산은 얼마일까. 10일 서울시와의 통화에서 지난 4년 간 총 48억5700만원이 투입됐다는 답을 받았다. 투입된 인원도 2018년까진 50명이던 인원이 지난해부터 82명으로 늘어났다. 인원수와 단속 횟수·시간에 따른 1인 당 비용이 얼추 짐작될 정도다.

시 관계자는 “비용의 대부분이 다 인건비”라 말했다. 그렇다면 투입된 인력의 수준은 어떤가. 채용 공고와 기준을 따라 뽑힌 이들 여성안심보안관은 경찰이나 단속 전문가도 아닌, 일반인 여성들이다. 그나마 지난해 4명이 남성이었으나, “민원 때문에 여성으로 전원 채웠다”는 말도 덧붙여졌다.

한때 몰래카메라 범죄 문제가 여론을 들썩이자, 서울시를 비롯한 정부와 경찰 및 각 지자체는 ‘몰카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각종 ‘여성안심’ 정책을 연달아 냈다. 정부와 경찰도 주거, 치안 등 여성안전 강화를 위한 정책들을 추진하며 여성친화도시 건설 및 환경 조성이란 목표를 널리 밝혔다.

그 결과는 어떤가. 일부만 보면 해당 사업 덕분에 몰카 범죄가 0건이라 이해할 수도 있겠다. 반면 지난 4년 동안 서울의 모 방송사, 구청, 학교 등 온갖 곳의 화장실에서 몰래카메라가 발견되거나 몰카범이 잡혔다는 보도 또한 동시에 나왔다. 그렇기에 서울시가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투입한 여성안심보안관의 0건 실적은 ‘여성안심’이란 대의를 무색케 하는 것 아닌지 의문을 들게 한다.

‘보안관’이란 이름이 무색할만큼 사업 계획부터 전문성 검증 등 인력 선발 기준까지, 시의 정책은 과연 실효성을 낼지 의구심부터 들게 했다. 이 때문에 시민사회는 시의 사업 추진을 두고 진정 ‘몰카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고자 함인지, 아니면 극단적 페미니즘 여론의 부르짖음에 부응코자 함인지 의심을 품게 만들었다.

한 때 여자 화장실 문의 못자국 마저 ‘공포의 구멍’이라며 휴지로 후벼 막던 네티즌들의 사진이 SNS와 뉴스에 회자된 적이 있다. 대다수는 이를 극단적 페미니스트들의 무지함으로 돌렸지만, 그 소란은 외려 소리 없이 ‘구멍의 공포’를 부추기기도 했다. 그 때 여성안심보안관 사업은 과연 무엇을 했나.

사업 중단으로 시민사회에 남은 것은 무엇일까. 증발한 혈세 50억원과 0건이란 초라한 실적 기록의 가벼움만 남은 것일까. ‘여성안심’이란 대의와 그 정책의 실체에 대한 시민사회의 깨달음, 정책으로 불거진 사회 불안이란 무거움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빈 구멍에 휴지를 메꾸는 그 우스꽝스러움이 여성안심보안관 사업의 현 주소가 아니었을지 뒤늦게나마 질문을 던진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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