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간판 허용, 공인제도·입법조정은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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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간판 허용, 공인제도·입법조정은 언제쯤
  • 현지용 기자
  • 승인 2020.08.11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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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황채원 기자
사진=황채원 기자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영화 속에서나 보던 ‘탐정’이 한국에도 등장할 수 있게 됐다. 반면 이를 뒷받침할 입법 조정이나 공인 탐정 제도 도입은 아직 멀어, 이에 대한 논의가 요구되고 있다.

국회가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지난 5일부터 국내에서 ‘탐정’이란 명칭을 상호 또는 직함에 사용하는 영리활동이 가능해졌다. 탐정 명칭 사용과 관련 헌법재판소는 2018년 7월 기존 신용보호법의 탐정업 불법 규정에 대해 합헌이라 인정했으나, 신용보호법상 금지조항 적용이 신용정보회사 등으로 한정돼 탐정 명칭 사용이 가능해진 것이다.

탐정은 사건 사고 또는 관련 정보를 조사하는 민간 조사원으로, 영어권에서는 경찰의 형사와 같은 어원인 ‘사립 형사(Private Detective)’라 불리고 있다. 미국과 유럽 연합 회원국들은 탑정업을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탐정에 일부 체포권을 인정하고 있다. 특히 도피 수형자를 탐정이 체포해 경찰에 넘기는 업무가 대표적이다.

반면 한국은 민간 조사원이란 이름으로 해외의 탐정업과 비슷한 성격을 띄고 있으나,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등 현행법의 엄격한 제재로 인해 교통사고·보험 분석 등 제한된 종류의 업무만 다루고 있다. 특히 한국 사회에는 대중문화를 통해 알려진 ‘흥신소’·‘심부름센터’처럼 사설 조사 업체에 대해 사생활 침해, ‘뒷조사’ 등 불법적 의뢰를 받는다는 부정적 인식이 짙게 깔려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공인 탐정 제도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높아졌다. 지난해 6월 사설정보관리사, 실종자소재분석사 등 탐정 관련 직무 민간자격증 8개에 대해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신규 등록을 승인한 바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번 ‘탐정’ 명칭 사용 허가가 이뤄지면서 이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아지는 추세다.

탐정 명칭 사용 등 탐정업의 확대를 가장 반기는 쪽은 경찰, 헌병, 검찰 등 전직 수사관으로 몸담은 사람들이다. 특히 퇴직 경찰의 재취업 분야는 보험사 내 보험사기 전문조사팀이나 경비업 등이 아니고선 상당 부분이 제한적이기에, 탐정 제도 추진에 거는 기대가 큰 편이다.

현재로선 탐정이란 간판은 내걸 수 있을 뿐, 대통령 공약처럼 공인탐정 같은 조사권을 가진 국가 공인 민간 조사원으로 인정받기까진 먼 상황이다. 아직까지 공인 자격증 제도는 없는데다, 국가 수사기관이 아니고선 잠복·미행 또는 정보 접근과 같은 행위는 불법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조사권·체포권 조정 요구 또한 논란이 일어날 수 있는 부분이다.

단점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의 경우 서부시대 보안관, 현상금 사냥꾼처럼 국가기관이 전부 아우를 수 없는 수사 업무를 사설탐정에게나마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구조다. 이 같은 형태의 공권력의 수사업무 ‘아웃소싱’은 불법적 의뢰부터 이익집단화 문제까지 부작용을 양산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대형 로펌처럼 대기업 등 금권집단의 도구화로도 변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증거 싸움인 소송에서 대형 로펌의 증거 수집 능력에 탐정사무소 또한 유리하게 작용할 이점이 크기 때문이다. 법조계의 전관예우 또한 퇴직경찰의 탐정업 전관예우로도 충분히 작용하기에, 전직 경찰이 탐정제도 수립을 숙원 사업으로 주목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라 볼 수 있다.

한국에서 탐정은 실종자 수색 등 공권력이 전부 미치지 못하거나 놓치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틈새 직종으로 그나마 자리를 잡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의 느리지만 진일보하는 탐정 제도 정착에 거는 기대는 조금씩 성장하는 모양새다.

반면 미국 영화 ‘대부’에서 사설탐정을 무장 조직원으로 이용한 묘사처럼, 탐정제 악용도 우려스러운 문제다. 무엇보다 탐정 제도 확대와 함께 조사 권한에 대한 법적 시시비비 또한 아직까지 완벽하게 정리되지 못한 상태다. 제도 추진만큼 이를 뒷받침할 입법 조정 및 검토 또한 필요해 보인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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