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입장 거부' 당하는 안내견, 보청견들
상태바
여전히 '입장 거부' 당하는 안내견, 보청견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8.15 12:00
  • 댓글 0
  • 트위터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년다방 보청견 입장 거부 논란, 인권위 진정
"보청견임을 확인하고도 무시" vs "당사자 일방 주장" 맞서
"장애인 편견 은연 중 드러난 사건, 행정조치 강화해야" 주장도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 진정을 낸 원모씨의 보청견. 사진=진정인 제공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 진정을 낸 원모씨의 보청견. 사진=진정인 제공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시각장애인의 눈 역할을 해주는 안내견, 청각장애인의 귀 역할을 해주는 보조견들이 여전히 식당 등 공공장소에 들어가지 못하고 차별을 받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청각장애인 보조견(보청견)의 경우 애완견과 비슷한 체구 때문에 착각의 소지가 있다고 해도 보청견임을 확인했음에도 '고객의 불편'을 이유로 입장을 거절하거나 자리를 바꿔앉으라고 하는 등 은연 중에 편견을 드러내는 행동을 한다는 점에서 '장애 인식 부족'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6월 청각장애인 원모씨는 지인들, 그리고 청각장애인 보조견과 함께 '청년다방'을 찾았다. 하지만 매장 직원은 '보조견과 함께 매장에 들어올 수 없다'며 입장을 막았다. 

장애인차별추진연대는 "점장으로 추측되는 매장 직원이 보청견과 함께 매장에 들어올 수 없다고 출입을 거부했고 이에 원씨가 보청견임을 확인시키기 위해 보조견 확인증을 제시했지만 직원은 이를 확인조차 하지 않고 거부했다. 원씨가 자리에 앉자 직원은 이번엔 다른 자리로 앉으라고 강요했고, 당사자가 거부하자 주문도 받지 않고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이어 "청년다방의 본사인 (주)한경기획에 '보청견을 동반한 사람에 대한 출입거부는 위법 행위이며 명확한 시정조치와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마련을 요청한다'는 공문을 보냈지만 청년다방 측은 오히려 '당사자가 지나치게 화를 내고 지속적인 위협과 영업방해를 했으며 자신들은 보청견을 거부한 사실이 없고 오히려 피해를 보았다는 내용의 답변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청년다방 관계자는 "처음에는 애완견이라고 생각하고 입장이 되지 않는다고 말을 했으나 보청견이라는 걸 알게 된 뒤에는 입장을 거부하지 않았다. 고객들이 보청견을 불편하게 생각할 수도 있어 자리를 옮겨달라고 한 것인데 이 때문에 고객이 불만을 가지고 항의를 심하게 하며 일을 못하게 했다. CCTV를 봐도 응대에 문제가 된 부분이 없었고 그분이 과하게 화를 내셔서 일이 벌어진 것이다"라고 밝혔다.

원씨와 장애인차별추진연대는 지난 13일 청년다방이 '장애인 차별행위'를 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들은 "청년다방의 태도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부족의 문제가 아닌 장애인을 소비 주체인 고객으로 보지 않는 차별적인 시선을 그대로 담은 것"이라면서 "장애를 가진 사람이 보조견까지 동행해 자신들의 매장을 방문한 것에 대해 더 불쾌감을 느끼는 것으로 판단된다. 고객의 불편과 만족도를 가장 큰 평가기준으로 판단받는 업체에서 비장애인 고객이었다고 해도 이렇게 자신들의 입장만을 주장했을 지 매우 의문이다"라고 밝혔다.

김철환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활동가는 "시각장애인 안내견과 달리 보청견은 애완견과 비슷한 체구이기에 처음엔 애완견이라고 착각하고 입장을 거부한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확인증을 보여줘도 입장을 시키지 않고 주문을 받지 않는 등의 행동을 한다는 건 결국 편견을 드러낸 것이다. 기분이 나쁠 수 있지만 그래도 손님인데 갑자기 자리를 바꿔 앉으라는 등의 과잉 대응을 해야 했는지 의문이다. 비장애인이었어도 저렇게 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국가인권위원회는 한 식당주인이 시각장애인이 안내견과 함께 식사를 하러 오자 "안내견을 옥상에 묶어 두고 사람만 식사하라. 한 테이블만 받고 저녁 장사를 접으라는 것이냐, 신고할테만 하라"고 입장을 거부한 행위를 '차별'로 판단하고 해당 식당에 과태료를 부과할 것을 담당 지자체에 권고한 바 있다. 

당시 인권위는 "시각장애인의 보행을 돕기 위해 전문적으로 훈련된 장애인 보조견은 시각장애인의 보행을 안전하게 안내하고 언제 어디서나 그들과 함께 함으로써 장애인 스스로 독립된 삶을 영위하며,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등 시각장애인에게 있어 보조견은 한 몸과 같은 존재"라고 밝혔다.

장애인복지법 40조에는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한 장애인이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공공장소, 숙박시설 및 식품접객업소 등 여러 사람이 다니거나 모이는 곳에 출입하려는 때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되어 있으며 90조에는 위반시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또 장애인차별금지법에도 장애인보조견 거부는 '장애인차별 행위'로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지난해 인천 국제성모병원이 음악회 연주를 위해 방문한 시각장애인이 안내견과 함께 입장하려하자 이를 거부해 문제가 된 적이 있다. 당시 인천 국제성모병원은 "감염에 취약한 환자와 내원객들의 안전을 위한 조치"였다면서 "직원들을 통해 통행보조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또 최근에는 경기 의정부시가 시각장애인 안내견의 입장을 거부한 식당에 대해 장애인단체 등의 권고를 받아들여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도 나왔다.

하지만 보청견의 경우 작은 체구 때문에 많은 이들이 착각할 가능성이 크다는 문제가 있고 현행 장애인차별금지법도 한계가 명확해 입장 거부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미진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철환 활동가는 "각종 캠페인 등이 활발하게 나오고 있지만 아직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심각한 상황에서 인식 교육만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 장애인차별금지법도 처벌 등에 한계가 있고 인권위의 권고도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냥 끝나게 된다. 더 강한 행정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인 김예지 미래통합당 의원이 발의한 장애인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 일명 '조이법'이 발의되어 있다. 이 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게 장애인 보조견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공익광고 등 필요한 정책을 수립, 시행하도록 하고 보조견의 출입 거부 사유를 대통령령을 통해 명확히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SW

ldh@economicpost.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