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칼럼] 역차별 논란 ‘여성전용시설’, 어디까지 확대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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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칼럼] 역차별 논란 ‘여성전용시설’, 어디까지 확대할 것인가?
  • 오세라비 작가
  • 승인 2020.08.1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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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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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오세라비 작가] 공공영역에서 여성전용 서비스는 날로 확대되고 있다. 여성전용시설 확산에는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의 ‘여성친화도시조성사업평가’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가부는 전국 87개 여성친화도시를 선정해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여가부 주관 ‘여성친화도시조성사업평가’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자치구는 대구 수성구다.

여가부의 여성친화도시 사업은 각 지자체가 여성의 경제적·사회적 참여와 안전, 돌봄, 친환경적인 도시정책 등을 세우고 수행하는지에 대해 가산점을 부여한다. 이른바 ‘성인지 감수성’이 충만한 도시가 여성친화도시를 잘 수행한다는 논리다. 이를 뒷받침하듯 2020년도 여가부 예산 및 기금 운용계획을 보면 ‘여성친화도시 정책형성교육’이란 명목으로 3100만 원, ‘여성친화도시 조성사업’이란 이름으로 1억원이 책정돼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여성가족부의 위상은 크게 높아졌다. 올해 여성가족부 예산은 약 1조2000억 원 대이다. 2017년 여성가족부 예산이 7122억 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약 40%나 증가한 셈이다. 이에 발맞춰 지자체는 여성친화도시를 목표로 내세우고 여성전용시설을 대폭 늘려 나가고 있다.

그러다보니 남성 역차별 논란이 자주 일어난다. 대표적인 여성전용시설을 꼽아보자. 대학가의 오래된 역차별 논란을 일으키곤 하는 ‘여학생 전용 휴게실’이 있다. 여성전용주차장, 여성안심택배, 여성전용택시, 여성안심보안관, 여성안심귀가스카우트, 근로여성전용임대아파트, 지하철 여성전용칸(부산지하철 1호선), 여성전용흡연구역(고속도로 휴게소 대부분), 여성전용암병원, 여성전용자전거주차장, 제천여성전용도서관(충북 제천시), 여성기업전용공단(인천 남동공단 내), 여성전용여행 ‘스마트앱’ 보급 등이 있다. 또 지자체에 따라 특정 구역에는 여성전용엘리베이터, 여성전용계단, 여성전용피트니스센터 등 여성전용이 붙은 서비스는 증가하는 실정이다.

여성전용정책을 가장 선도적으로 시행하는 광역자치단체는 서울시다. 남성역차별 논란의 대표 격인 여성전용주차장은 2009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여성이 행복한 도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도입됐다. 30면 이상인 주차장에 여성전용 공간을 10%이상 설치하는 것을 의무화한 것이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당선된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취임 직후 서울시 여성시민 안전망 정책을 적극적으로 실시했다. 2011년 8월 시작한 ‘여성안심택시’를 시작으로 대표적인 정책으로 꼽히는 ‘여성안심귀가 스카우트’ 서비스가 있다. 여성의 집 앞까지 안전한 귀가를 돕는다는 서비스로 지역 주민이 밤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이용한다. 25개 전 자치구에서 시행 중이며 2017년 기준 50억원이 예산으로 쓰이고 있다. 안심귀가스카우트는 여성안전정책인 동시에 여성 일자리 정책이기도 하다.

박원순 표 여성 정책으로 자리매김한 서비스는 ‘여성안심택배’다. 서울시는 택배를 가장한 여성 범죄 예방과 편리한 택배 생활지원을 위해 무인택배보관함을 설치했다. 주민센터, 구청, 도서관, 평생학습센터 등에 설치돼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서울에 232개소 규모다. ‘여성안심택배’ 서비스는 2017년 기준 예산 6억5800만원이다. 이 서비스는 전국 지자체로 확대 운영 중이다.

박 전 시장의 또 다른 여성정책에는 ‘여성안심보안관’이 있다. 몰래 카메라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여성화장실을 점검한다는 여성안심보안관사업은 2016년부터 시행해 현재까지 사업이 지속 중이나 적발 실적은 0건, 단 한 건의 기기도 찾아내지 못했다. 연간 약 10억 원의 예산이 쓰이고 있으며, 서울형 여성 뉴딜일자리 정책이기도 하다. 서울시는 올해 말까지만 여성안심보안관 사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정책시행자들은 ‘여성은 사회적 약자’라는 명제를 근거로 막대한 예산을 여성전용시설 운영 등에 사용하고 있다. 이것이 여성의 권리를 보호하고 존중한다는 취지다. 또 여성전용시설에 따른 여성 일자리 창출 효과도 동시에 얻는다는 계산이다. 그렇다면 정말 여성은 사회적 약자이며 배려 받아야 하는 존재인가? 2015년 하순 무렵 국내를 휩쓴 페미니즘 사조는 지자체별 여성정책에 더욱 힘을 실었다. 서울시를 비롯한 각 지자체의 여성 관련 예산은 크게 증가했다.

필자는 여성은 ‘사회적 약자’라는 규정에 동의하지 않는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낮기 때문에 보호받아야한다’는 논리도 더욱 동의하지 않는다. 2018년 통계청 자료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을 몇 가지만 참고해도 이해할 수 있다. 여학생의 대학진학률은 이미 오래 전에 남학생을 추월한지 오래다. 2017년 기준 여학생 대학 진학률은 72.7%로 남학생65.3%보다 7.4% 포인트 더 높다.

행정부 국가직 공무원 중 여성 비율도 2017년 처음으로 50%를 넘었다. 경제활동에서도 여성 취업률이 남성보다 높다. 2017년 여성 취업자 중 임금근로자 비중은 77.2%로 남성 72.7%보다 4.5% 포인트 높다. 다만 임금근로자 중 1년 이상 계약직군에 속하는 상용근로자 비중은 여성이 45.7%, 남성 53.6%보다 7.9% 포인트 낮다.

한국의 페미니스트들은 가부장제와 투쟁해왔다고 자처한다. 반면 여성을 사회적 약자라 규정하는 것 자체가 여성은 수동적인 존재이며, 남성의 이른바 가부장적 제도나 관습에서 진전하지 못하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리고 여성전용시설 확대는 남성 입장에서는 역차별 나아가 성 차별로 느끼게 하는 것이다. 여성만을 위한 전용 시설, 여성만을 이롭게 하는 정책을 만드는데 주력하는 것이 최선은 아니다.

인류는 남성과 여성이 서로 상호작용을 하며 공존해 왔다. 하지만 정책은 남성과 여성이 모두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추진돼야한다. 여성전용시설을 확대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남성과 여성 사이에 장벽을 세우고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면 여성전용시설은 바람직하지 않다. SW

murphy8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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