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 모독', 스스로 설득력 상실한 의대협의 '덕분이라며 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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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 모독', 스스로 설득력 상실한 의대협의 '덕분이라며 챌린지'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8.23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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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 표현 '덕분에' 뒤집어, 장애인단체 '엉터리 수어로 부정적 인식' 비판
의대협 "농인에 상처안겨 죄송"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차별진정낼 것"
의료진 파업 부정적 여론에 기름 "사람에 공감 못하면서 의술?"
'수어 모독'으로 비난의 대상이 된 의대협의 '덕분이라며 챌린지' 포스터. 사진=의대협 페이스북
'수어 모독'으로 비난의 대상이 된 의대협의 '덕분이라며 챌린지' 포스터. 사진=의대협 페이스북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등에 반발한 의대생들이 '덕분에 챌린지'를 비꼬는 내용의 '덕분이라며 챌린지'를 실시했다가 장애인단체들의 비판을 받자 사과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재확산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의료진들의 파업이 온당한가라는 비판과 함께 의대생들이 '엉터리 수어'로 장애인을 모독했다는 비판까지 받으면서 의료진 파업의 정당성이 점점 설득력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은 최근 '덕분이라며 포스터'를 배포하면서 SNS 등에 이를 게시할 것을 독려했다. '덕분이라며 챌린지'는 정부가 코로나19 방역 참여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기 위해 '존경한다'는 의미의 수어를 사용한 '덕분에 챌린지'를 뒤집은 것으로 왼손으로 엄지손가락을 거꾸로 들고 그 위에 오른손을 올리는 식으로 '덕분에'를 뒤집어 정부에 항의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장애인단체들은 이들이 '엉터리 수어'를 상징으로 사용해 수어를 모독했다고 반발했다. 한국농아인협회는 지난 21일 "의료현장에서 고생하는 의료진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편 주먹을 손바닥 위에 올리는 형태의 수어는 타인을 '존경한다'는 뜻으로 수어를 모르는 사람조차 널리 알려진 수어다. 그러나 '존경'을 뒤집은 형태는 사전에는 존재하지 않으며 굳이 의미를 부여한다면 존경이라는 단어의 반대 의미를 넘어 남을 '저주한다'와 비슷한 의미를 가진다"고 밝혔다.

이어 "이 '저주한다'라는 의미로 해석되는 엉터리 수어를 의대협이 자신들의 파업상징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우리 농인들은 분노한다. 의대협이 미래의 이익을 지키겠다며 대한의사협회의 파업에 참여하는 자체에는 상관하지 않지만, 남을 저주한다는 의미를 담은 엉터리 수어를 상징으로 사용하는 것은 '수어에 대한 모독'으로 받아들인다. 생명을 구하는 의사가 될 의과대학생들이 미래의 이익을 지키겠다며 농인의 모국어인 수어를 모독하고 악용했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은 "'존중'의 수어를 뒤집어 누른 손 모양은 경우에 따라 부정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챌린지로 인해 농인들이 큰 상처를 받았고 수어를 보조언어로 사용하는 이들과 통역활동을 하는 수어통역사들도 상처를 받고 있다. 사회적 약자에게 상처를 주고 눈물을 흘리게 한다면 올바른 의료인이라 할 수 없다. 의대협의 행보를 앞으로도 지켜볼 것"이라면서 챌린지의 중지와 장애인에 사과할 것을 의대협에 요구했다.

의대협은 한동안 '#덕분이라며 챌린지' 게시물에 달린 비난 등 댓글에 대해 형사조치 등을 취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지만  '수어 모독', '저주의 의미'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22일 "상심했을 모든 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특히 누구보다 큰 상심에 빠지셨을 농인분들께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의대협은 "코로나 방역이 의료진 덕분이라며 치켜세웠던 정부가 정작 의료인의 의견은 반영하지 않고 정책을 강행하는 실태를 알리고 그림을 통해 '덕분에' 그 이면의 상처입은 손바닥을 강조하려했다. 농인의 고유 언어를 왜곡하는 손 모양을 그린 것은 아닐지, 한국수어사전을 찾아 혹시 모를 잘못된 사용을 방지하고자 했다"고 해명하면서 "수어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손 모양일지라도 기존의 수어와 대비되어 상처를 안겨드릴 수 있음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한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은 "의대협의 사과를 환영한다"면서도 "덕분이라며 챌린지 이미지가 게시된 곳들은 아직도 많으며 사과문은 농인의 특성에 맞게 문장뿐만이 아니라 영상으로도 올려야한다. 재발방지 노력도 모호하다. 무엇보다 이 챌린지는 수어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기 시작하는 시점에 나온 것이기에 챌린지를 진행한 학생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이러한 문제가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방안들이 나와야한다"고 밝히며 오는 25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진정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의대생들이 의술보다 밥그릇 얻기를 먼저하고 있다', '덕분이라며 챌린지로 코로나19로 고생한 의료진을 오히려 희롱했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수어 비하' 논란이 생기면서 많은 사람들은 '사람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면서 의사가 되려는 것이냐'라며 이들이 '집단 이기주의'를 보여주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부를 공격하겠다는 이들의 생각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수어에 대한 비장애인의 인식을 높여준 '덕분에'를 뒤집은 것은 수어에 대한 인식을 부정적으로 만들 수 있기에 장애인단체들은 이들의 짧은 생각을 비판했고 결국 의대협은 수긍했다. 하지만 앞에서 누군가가 지적한 '사람에 대한 공감'이 없는 상황에서 앞으로 의사 생활을 할 수도 있다는 암울한 우려가 이번 논란을 통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걱정을 하게 한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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