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칼럼] 기안84 웹툰 논란과 창작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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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칼럼] 기안84 웹툰 논란과 창작의 자유
  • 오세라비 작가
  • 승인 2020.08.24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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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네이버 웹툰 '복학왕'
사진=네이버 웹툰 '복학왕'

[시사주간=오세라비 작가] ‘창작의 자유’ 침해와 검열 권력 행사인가? 웹툰 인기 작가 겸 방송인인 기안84가 여성 혐오·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일부 페미니스트 단체들이 주축이 돼 기안84의 웹툰을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문제 삼아진 것은 기안84가 네이버 웹툰에 연재중인 인기리의 한 만화 내용이다. 연재작 ‘복학왕’ 304화는 직장 내 상사와 여직원 간의 에피소드를 다뤘다. 인턴 여직원이 정직원으로 최종합격하는 과정, 팀장인 남성 상사로부터 명품임을 암시하는 선물까지 받으며 사귄다는 내용이었다.

논란을 일으켰다는 장면은 여직원이 팀장과 함께 한 회식 자리에서 자신의 배위에 커다란 조개를 올려놓고 기다란 돌로 깨트리는 장면이었다.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학벌이나 스펙, 노력....그런 노력의 것이 아닌......” 이런 대사가 이어지고, 노총각 팀장은 여직원의 돌발 행동에 야릇한 시선을 보냈다.

해당 웹툰이 암시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페미니스트들은 이를 두고 ‘여성혐오’, ‘여성비하’라 문제 삼으며 논란의 불을 지폈다. 해당 부분이 여직원과 팀장 사이에 성적인 관계가 있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는 대목, 그 대가로 정직원이 됐다는 스토리를 암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확산되자, 기안84는 여직원이 조개를 깨트리는 장면을 대게로 바꿔 벽돌로 내리치는 모습으로 수정했다. 이후 “작품에서의 부적절한 묘사로 심려를 끼쳐 정말 죄송하다. 일자리 구하기 힘든 사회를 풍자할 수 있는 장면을 고민하다 귀여운 수달이 조개를 깨서 먹을 것을 얻는 모습을 표현해보자 한 것”이라며 사과문까지 덧붙였다.

그러나 기안84의 사과에도 지난 19일 페미니스트 단체들은 웹툰 ‘복학왕’에 대한 연재 중지 및 그에 따른 요구안까지 네이버에 전달했다. 기본소득당 젠더정치특별위원회, 만화계성폭력대책위원회, 유니브페미, 청소년페미니스트네트워크 위티, 고려대학교 정보대학 여성주의 소모임 추진모임, 버터스푼, 콜렉티브 뒹굴, 페미당 창당모임 등 8개 단체가 그들이다. 심지어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기안84의 웹툰 연재 중지를 요구하는 청원까지 진행 중이다.

이들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고 기안84가 평소에도 여성과 소수자 혐오를 일삼는 웹툰을 연재했다고 주장한다. 또 공식적으로 연재되는 작품 중 여성과 소수자를 비하하는 작품에 대해 네이버 플랫폼은 ‘명확하게 금지하라’는 조항까지 신설하라고 요구했다.

이들과 함께하는 ‘만화계성폭력대책위’, ‘한국여성만화가협회(여만협)’은 더욱 강경하다. 여만협은 소위 ‘성평등한 작품을 위한 주의점’이라는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하면서 만화계 검열에 앞장서고 있다. 이들은 ‘장소·캐릭터 설정과 상관없이 노출도가 높은 의상을 입히지 않는다’거나 ‘성역할고정관념적인 연출은 지양해야한다’, ‘여성 캐릭터에게 특정 신체부위를 강조하는 포즈는 묘사하지 않는다’는 요구까지 늘어놓고 있다.

페미니스트들의 주장대로 어떤 장면과 대사가 여성과 소수자를 혐오했다는 것인지 과연 알 수 있을까. 웹툰을 하나하나 검열하기 전에는 정확히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지난 회차까지 모조리 검열해 수정하거나 삭제하는 것 또한 가능하겠는가. 기안84의 ‘복학왕’만해도 2014년 6월 연재를 시작했다. 검열은 가능하지도 않거니와 창작과 표현의 자유, 작품 활동의 자유를 말살하는 행위다. 군사정권 시절에나 보던 검열관이 이제는 ‘페미니스트 검열관’이란 완장을 찬 압력단체로 문화예술계 전반에 검열을 행사하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치 않을 수 없다.

몇 년 전 일이다. 네이버 웹툰 도전만화 코너에서 연재를 하며 화재를 모은 ‘스시녀와 김치남’의 만화가 고마츠 사야카 씨가 당했던 일을 잊을 수가 없다. 사야카 씨는 일본인으로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한국생활 20년차 주부다. 그녀는 2016년 1월부터 한국인 남편과의 좌충우돌 결혼생활을 만화로 재밌게 연재하며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당시 국내 페미니즘운동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사야카 씨는 페미니스트들로부터 엄청난 악플과 인신공격을 받았다. 사야카 씨의 웹툰이 ‘여성혐오, 여성비하로 가득하다’는 이유였다.

그녀의 만화에는 데이트에서 여성이 “저도 낼 게요”라며 더치페이를 하거나, 마트에서 장을 보고 난 뒤 남편을 대신해 “여자도 힘이 있습니다” 라며 무거운 장바구니를 번쩍 드는 장면, 또 명절날 시어머니가 차려준 밥상을 맛있게 먹는 며느리의 모습을 그리며 “이런 것이 명절증후군인가?”라고 질문하는 등 한국인 남편과 결혼 후의 일상사를 담은 장면과 이야기들이 담겼다.

국내 페미니스트들은 이를 보고 격분했다. 사야카 씨의 웹툰이 여성혐오, 여성비하, 나아가 한국 여성을 비하했다는 것이다. 더 가슴 아픈 일은 사야카 씨가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악플, 협박 쪽지·메일에 시달리다 끝내 웹툰 연재를 중단하게 된 것이다. 이후 장기간에 걸쳐 정신과 치료로 힘든 상황에 처했다는 소식도 들렸다.

문화 검열이 비단 만화계만 그런가. 대중음악계, 특히 힙합 음악의 가사를 두고 페미니스트 진영과의 갈등은 수 년 째다. 페미니스트 단체들이 랩 가사를 두고 여성 혐오 표현이라 골라내며 실력을 행사 중이다. 대중음악 가사에 대한 검열은 끝없는 논란만 만들뿐만 아니라 동시에 창작열도 위축시킨다.

문화예술계 작품에 대한 비평적 분석은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비평과 검열은 엄연히 다르다. 문화예술계 아티스트들이 페미니스트 진영의 검열 잣대를 거쳐야 한다면 다양성의 위축과 창의성 저하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페미니스트들이 사회규범을 정하고 강제할 권리는 없지 않은가. SW

murphy8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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