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푸틴 핵심' 나발니, 러시아는 정말 독극물을 먹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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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푸틴 핵심' 나발니, 러시아는 정말 독극물을 먹였을까?
  • 황채원 기자
  • 승인 2020.08.2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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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세이 나발니(사진)를 러시아 정부가 독살하려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진=AP
알렉세이 나발니(사진)를 러시아 정부가 독살하려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진=AP

[시사주간=황채원 기자] 러시아의 야권 운동가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알려진 알렉세이 나발니가 최근 비행기에서 의식 불명으로 쓰러진 뒤 독일 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혼수상태에 놓인 것으로 알고 있다. 나발니의 측근들은 비행기에 타기 전 차를 마신 뒤 갑자기 의식불명이 된 점을 들어 '독극물 중독'이라고 주장했고 이로 인해 푸틴 정권이 정적인 나발니를 죽이려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나발니는 지난 20일(이하 현지시간) 시베리아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비상 착륙 후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중태 상태까지 빠졌다. 그는 시베리아를 돌며 푸틴이 소속된 정당인 여당 '통합 러시아당' 의원들의 비리와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나발니의 상태가 위중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프랑스와 독일은 '필요한 도움을 모두 주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독일 시민단체인 '시네마평화재단'은 적극적으로 나발니의 독일 이송을 추진했다. 러시아 의료진은 "비행기에 탈 상태가 아니다"라며 이송을 거부했지만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세지자 "안정적인 상태가 됐다"고 말을 바꿨고 결국 이송이 허락되며 독일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러시아 의료진은 "혈액과 소변 검사에서 독극물이나 관련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급격한 혈당 저하로 인해 기내에서 물질대사 장애가 일어났고 이것이 의식 상실로 이어졌을 것"이라며 독살 시도설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나발니의 개인 주치의는 "물질대사 장애는 큰 병이 있을 때나 일어나며 혈당 저하도 진단이 아니다. (독극물에 의한) 중독이며 이로 인해 심각한 장애가 일어난 것"이라면서 "의사들이 나발니의 이송을 반대하는 것은 그의 몸 속에 독극물 흔적이 사라지도록 시간을 끌려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송이 되더라도 유럽 의사들이 독극물을 찾아내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나발니가 지난 2011년 창설한 '반부패펀드'의 이반 즈다노프 대표는 "교통경찰이 나발니에게서 '치명적 물질'을 검출했다고 했다. 수사 기밀유지를 이유로 발견한 물질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그것이 나발니의 생명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위험을 야기하고, 주변 사람들은 모두 보호복을 입어야한다고 말했다"면서 '독살 시도설'에 힘을 실었다.

이런 가운데 23일 독일 언론이 나발니가 입원한 독일 베를린의 샤리테 병원이 "독극물에 중독된 상태"라는 진단을 내렸다고 보도했고 시네마평화재단의 야카 비질 대표는 "목숨을 지킬 수 있겠지만 그가 이겨내도 한두달의 활동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나발니는 푸틴 대통령의 장기집권 음모에 맞섰고 투옥, 테러 등을 당하는 등 고난의 길을 걸어왔다. 2013년 모스크바 시장에 출마해 27%의 득표율을 기록한 바 있던 그는 2017년 반부패 집회에 참석했다가 억류된 적이 있고 2018년에도 대선 보이콧을 외치며 시위를 했다가 투옥된 적이 있다. 러시아 정부는 갖가지 이유를 들어 그의 대선 출마를 불허했고 이에 나발니는 유튜브를 통해 러시아 정경유착을 고발하는 등 푸틴의 독재를 전세계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는 2019년 시위 주도 혐의로 구치소에 수감 중 원인 불명의 급성알레르기 반응을 보여 병원에 입원했는데 몇몇 사람들은 이 알레르기 반응이 화학물질로 인한 피부의 손상이라고 주장했고 주치의는 '화학물질 중독'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또 앞서 2017년에는 모스크바 시내에서 열린 한 포럼에 참석했다가 괴한이 그의 얼굴에 약물을 뿌리면서 눈 동공과 각막에 손상을 입은 바 있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해 12월 역시 푸틴을 반대하고 있는 활동가 루슬란 샤베디노프를 납치해 군사기지에 억류했다는 의혹을 받은 데 이어 이번 나발디의 '독극물 중독'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독재'의 수렁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게 됐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는 지난 7월 국민투표를 통해 개헌안을 통과시켰고 이를 통해 푸틴이 오는 2036년까지 집권할 수 있는 길을 마련했다. 이를 나발니가 '가짜 투표'라고 비판한 점도 러시아 정부의 '정적 제거' 의도가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러시아는 오는 9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고 야권은 개헌과 투표 결과 문제를 제기하며 정권 심판을 외치고 있다. SW

hcw@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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