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칼럼] '덕분이라며 챌린지', 농인들이 화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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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칼럼] '덕분이라며 챌린지', 농인들이 화난 이유
  • 김철환 활동가
  • 승인 2020.08.25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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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이 '덕분이라며 챌린지'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진정을 냈다. 사진=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25일 오후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이 '덕분이라며 챌린지'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진정을 냈다. 사진=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시사주간=김철환 활동가] 의대생들이 '덕분에 챌린지'를 비꼰 '덕분이라며 챌린지'를 실시한 것에 농인들이 화가 났다. 수어통역사들과 주변인들도 농인들의 움직임에 동조하고 있다. 이러한 분노는 대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와 대한전공의협의회(전공의협의회)의 페이스북에 항의성 댓글로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확대' 등 의료정책안을 내놓자 전공의들과 의과대학생들, 의료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정책에 반대한다는 의미로 의과대학생들 중심으로 ‘덕분이라며 챌린지’가 시작됐다. 이는 ‘덕분에 챌린지’를 패러디한 것이다. 

덕분에 챌린지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애쓰는 의료진을 격려하기 위해 지난 4월 16일부터 시작되었다. 챌린지의 이미지는 코로나19 브리핑의 수어통역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존경'과 '우러르다‘ 등의 뜻을 가진 수어동작을 차용한 것이다. 문제는 의대생들이 진행했던 챌린지가 ‘덕분에 챌린지’의 수어 이미지를 뒤집어 사용했다는 것이다.

수어는 같은 모양이라도 상황에 따라 의미에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엄지를 세워서 뒤집는 모양은 부정적인 의미가 지배적이다. 문맥에 따라 다르지만 엄지를 세워 뒤집는 동작은 ‘죽다.’, ‘쓰러지다’ 등 부정적이다. 손바닥으로 누르는 동작도 인간의 감정이나 상황을 억누르고, 막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그래서 농인들이 화가 났다. 

이뿐만이 아니다. 수어는 차별받던 언어였다. 일제 치하에서 우리민족이 우리말을 사용하지 못했듯 농인들이 수어를 사용하지 못했던 때가 있었다. 100여년 이상 긴 세월이었다. '한국수화언어법'이 만들어지고 최근에야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시각은 여전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칫하면 의대생들의 챌린지로 수어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확대되지 않을까하는 우려 때문이기도 하다.

의료인들에 대한 불신도 화를 키우는데 한몫하고 있다. 청각장애인 등록이나 보청기를 처방받을 때 병원(이비인후과)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문제는 소통이 잘 안도다보니 검사과정에 농인들의 생각이 재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다른 전문의들도 마찬가지이다. 더 나아가 일부 병원에서 청각장애인의 진료를 거부했던 사례도 있었다.

지난 21일 챌린지를 주도했던 의대생들이 자신들의 챌린지 게시글에 비방 등 부정적 댓글을 단 사람들을 골라내 고발하겠다고 엄포를 놓아 농인들의 화를 더 키웠다. 농인들과 장애인단체들의 항의들이 이어졌다. 결국 22일 의대생들이 사과했다. “(챌린지)손 모양으로 상심했을 모든 이들에게 사과한다.”, “누구보다 큰 상심에 빠졌을 농인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라고 사과문을 올렸다. 

사과를 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많은 농인들의 여전히 화를 풀지 못하고 있다. '덕분이라며 챌린지' 이미지는 여전히 게시되어 있다. 농인들이 겪는 병원 내에서 겪는 불편이나 차별은 사라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농인들은 ‘한마디 사과의 문장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우고 있다. 

정치적 신념을 관철하기 위한 행동도 중요하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를 팽개친다면 진정한 의료인이라고 할 수 없다. 의료인들이 중요시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중심에는 인간에 대한 존엄이 있다. 그 존엄은 해부학적인 관점만을 뜻하지 않는다. 환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하는 것이다. 그럴 때 인간의 존엄이 구현되는 것임을 의대생을 비롯한 의료인들은 명심했으면 한다. SW

k6469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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