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이드 사망 이어 블레이크 총격...美 흔드는 경찰 과잉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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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이드 사망 이어 블레이크 총격...美 흔드는 경찰 과잉진압
  • 현지용 기자
  • 승인 2020.08.26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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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위스콘신 흑인 남성 제이콥 블레이크, 경찰 총격 받아
등에 대고 7발 ‘영거리 사격’ 어린 아들 3명 차 안에서 목격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 벌어진지 3달 만에...美 전역 혼란
반복되는 구조적 과잉진압, 미국 경찰 ‘군사화·인종차별’ 탓
지난 25일(현지시간) 위스콘신 주 커노샤 경찰의 총격으로 중상을 입은 제이콥 블레이크의 여동생 메간 벨쳐가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하는 모습. 사진=시카고트리뷴
지난 25일(현지시간) 위스콘신 주 커노샤 경찰의 총격으로 중상을 입은 제이콥 블레이크의 여동생 메간 벨쳐가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하는 모습. 사진=시카고트리뷴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흑인 시민에 대한 미국 경찰의 과잉진압이 다시금 벌어져 미국 전역이 분노와 혼란으로 들끓고 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오후 5시 11분께 미국 위스콘신 주 케노셔의 한 아파트 거주지 도로변에서 흑인 남성 제이콥 블레이크(29)가 경찰에 총격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당시 경찰은 가정불화로 출동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했는데, 경찰과 몸싸움을 하던 제이콥은 경찰의 제지에도 자신의 SUV 운전석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려 시도했다.

제이콥이 차문을 열자, 경찰은 즉각 제이콥의 등에 총구를 겨누고 권총 7발을 발사했다. 당시 차량 안에는 제이콥의 세 살, 다섯 살, 일곱 살 아들 3명이 탑승해있던 상태라, 이들은 경찰의 총격을 그대로 목격했다.

총격으로 쓰러진 제이콥은 경찰의 응급 처치 후 밀워키 병원으로 후송돼 숨지는 것은 면했으나, 25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척수가 절단되고 척추뼈가 부숴져 하반신이 마비되는 등 영구 장애를 남길 수준의 심한 중상을 입었다.

경찰의 총격 장면이 인근 이웃과 행인들의 영상 촬영으로 트위터, 유튜브 등 온라인 SNS에 퍼지자 미국 전역은 발칵 뒤집혔다. 경찰 진압이 흑인을 대상으로 과도하게 행해진데다, 흡사 전쟁범죄 중 즉결처형과도 같은 영거리 권총 사격을 무려 7발이나 저질렀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날은 블레이크의 3살 아들 생일 파티를 벌이던 중이었다.

이에 23일(현지시간) 위스콘신 주 커노샤에는 통행금지령이 내려졌음에도 경찰 총격을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CNN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시위대는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구호를 외치며 벽돌과 화염병 등을 동원한 폭력 시위를 벌였다. 시위 과정에서 덤프트럭 1대와 가구 상점 등 최소 3채의 건물이 방화됐다. 이에 위스콘신 주 경찰은 최루탄과 섬광탄을 사용한 시위 진압을 동원했으며, 토니 에버스 위스콘신 주지사는 주방위군 125명을 투입했다. 이외 뉴욕, 로스엔젤레스, 샌디에이고 등 미국의 주요 도시 및 주에서도 제이콥에 대한 강경진압에 항의하는 시위 및 가두행진이 벌어졌다.

반면 미국 정치권은 오는 11월 3일(현지시간) 예정된 대통령 선거를 의식한 듯 이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내놔 여론에 불을 일으키고 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사건 발생 직후 성명을 통해 “총격이 우리나라의 영혼을 관통했다. 즉각적이고 철저한, 투명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단호한 입장을 낸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자신의 SNS에 커노샤의 방화 영상 일부를 올리며 “민주당이 11월 승리하면 당산이 사는 곳에 이런 장면이 펼쳐진다”며 블레이크의 전과 전력을 지적한 트윗을 리트윗하기도 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사건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커노샤 총격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오후 5시 11분께 미국 위스콘신 주 케노셔의 한 아파트 거주지 도로변에서 흑인 남성 제이콥 블레이크(29)가 경찰에 총격을 당하는 장면. 사진=트위터
지난 23일(현지시간) 오후 5시 11분께 미국 위스콘신 주 케노셔의 한 아파트 거주지 도로변에서 흑인 남성 제이콥 블레이크(29)가 경찰에 총격을 당하는 장면. 사진=트위터

이번 사건은 지난 5월 23일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미네소타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에 의해 목 눌림 진압으로 질식사한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 이후 약 3개월 만에 벌어진 경찰의 과잉진압 사건이다. 플로이드 사건 이후 미국 전역에서 경찰과 트럼프 정부에 대한 전국 규모의 폭동 및 항의 시위가 벌어진 이력을 감안한다면, 제이콥 블레이크 총격사건 또한 다시금 이 같은 대규모 사회 혼란 사태를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 시민사회는 플로이드 사망사건, 블레이크 총격사건 둘 모두가 흑인을 향해 벌어진 인종차별주의적 인명피해라는 점, 고질적인 미국 경찰의 폭력적·권위적 성격으로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에서 경찰제도가 시행된 이래 심화돼온 미국 경찰의 군사화 및 청산되지 않은 인종차별 사회문제가 21세기에도 구조적으로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 경찰 또한 국내의 총기허용 제도로 인해 1970년대 마약과의 전쟁, 2011년 9·11 테러로 시작된 테러와의 전쟁 등 국내외 강력범죄로 정부에 의해 과잉무장이 인정되고 있다. 또 블레이크 사건의 사례만 한정해 놓고 보더라도, 제이콥이 경찰의 제지를 어긴 행동부터 자신의 SUV 문을 여는 행위는 자신의 차량에서 총을 꺼내 경찰에 쏠 수 있다는 미국 경찰의 대응 매뉴얼 관련 사례에 해당한다. 실제 2017년 11월 7일 펜실베니아 주 33번 국도에서는 용의자 다니엘 클레이가 경찰의 제지를 무시하고 자신의 차에서 총기를 꺼내 총격을 가한 경찰 사망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현재 블레이크의 가족 및 흑인 민권단체 등 시민사회는 플로이드 사건 발생 초기 벌어진 대규모 약탈 및 파괴 사태를 반성삼아 비폭력 평화 시위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정치권의 논평과 미디어의 부각에 의한 시위 분열을 지양해야한다는 목표 의식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적 강경진압이 구조적으로 반복된다는 점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사회 침체가 꺼지지 않는 사회 갈등을 일으키고 있어, 이에 대한 전망은 밝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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