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체육계 가혹행위' 해결 의지 없다" 비판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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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체육계 가혹행위' 해결 의지 없다" 비판받는 이유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9.01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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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 특별조사단 "대한체육회장 '엄중 경고' 요구"
'솜방망이 처벌' 비판 나오자 "체육계 전반까지 감사하는 데 한계 있다"
"책임져야 할 문체부가 조사 앞장, 꼬리 자르며 책임 회피" 지적
지난달 28일 최윤희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오른쪽)이 故 최숙현 선수 가혹행위 사건 조사 결과 발표 브리핑에 앞서 사건에 대해 사과의 뜻을 비추고 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지난달 28일 최윤희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오른쪽)이 故 최숙현 선수 가혹행위 사건 조사 결과 발표 브리핑에 앞서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故 최숙현 선수 가혹행위 사건을 조사한 문화체육관광부 특별조사단이 대한체육회장에게 '엄중 경고', 사무총장에게 '해임'을 요구하겠다고 밝혔지만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가혹행위 등에 대한 개선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아 문체부의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8일 문화체육관광부는 '철인3종경기 선수 가혹행위 사건 특별조사' 결과 및 스포츠 분야 인권보호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문체부는 "최숙현 선수 가혹행위 관련 진정사건은 대한체육회 등 체육단체의 안일하고 소극적인 대응과 부실 공사 등, 선수 권익보호 체계의 총체적 부실과 관리 소홀로 인해 적기에 필요한 구제를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선수 권익보호와 가혹행위 근절 의지 부족 등 총체적 관리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물어 기관장(대한체육회장)을 '엄중 경고' 조치하고, 대한체육회 행정 전반을 총괄하는 사무총장에게는 선수 인권 보호관련 대책 이행에 대한 점검 및 관리 소홀, 직속기관인 클린스포츠센터 관리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물어 '해임' 조치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체부는 대한체육회의 최 선수 진정민원에 대한 상담, 접수와 조사 태만 클린스포츠센터 운영관리 부적정 스포츠 인권 대책 이행관리 부실 대한철인3종협회의 최 선수 폭행 등 가혹행위 제보 묵살 및 가해자에게의 제보 내용 누설, 피해 선수 보호조치 태만 등 관련 업무를 부적정하게 처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익신고자보호법'을 위반한 대한철인3종협회 3명에 대한 수사의뢰, 중징계와 함께 클린스포츠센터 상담 과정에서 중요사항 보고를 누락하고, 조사에 대한 관리 감독을 하지 않고 방치한 센터장 등 관계자에게는 징계(센터장 중징계, 상담사 경징계)를 요구하기로 했다.

문체부는 "체육계 인권침해 상시 감시체계를 구축해 주기적으로 인권침해 실태를 점검하고 체육단체 평가에 인권침해 정도를 반영해 보조금 지원과 연계하고, 대한체육회 지도자 등록 시 체육지도자 자격 보유를 의무화해 비위 체육지도자가 타 종목단체로 이동하는 것을 차단하는 등 체육지도자 자격에 대한 관리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인권보호 추진방안도 밝혔다.

이에 대해 '철인3종 선수 사망 사건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위원회)는 31일 발표한 성명에서 "대통령 지시에 따라 만들어진 특별조사단이 두 달간 조사한 내용이 고작 이것인지 실망스러울 따름이다. 반드시 조사해야 할 알맹이는 빠져있고 책임 소재도 불분명하고 주요 책임자도 빠져 있다. 대책으로 내놓은 인권보호 방안은 근원적 해결책은 외면한 채 변죽만 올리고 있어 자괴감마저 든다"며 문체부의 조사 결과를 강하게 비판했다.

위원회는 "故 최숙현 선수 신고 및 사망사건이 대한체육회 회장을 비롯한 관리자들에게 언제 어떻게 보고됐으며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는 법적 책임을 물을 여지가 있는 중요한 사항이고 최 선수의 신고를 가해자에게 즉각 알려준 위법행위는 문체부의 표현대로 단순한 '제보사실 누설'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누누이 지적된 체육계의 인적 카르텔이 작동한 결고인데 문체부는 이 카르텔의 구조와 문제를 파헤치기보다 이번에도 적당이 덮고 가려한다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고 밝혔다.

또 "대한체육회가 최 선수가 당했던 무자비한 폭력이 녹음되어 있던 녹취파일을 핵심증거자료에서 누락시킨 것은 단순한 업무 태만이 아닌 직무유기다. 반복되는 체육계 폭력, 성폭력 사태에 대해 말뿐인 사죄와 유체이탈화법으로 일관해온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에게 특별 조사단은 엄중 경고로 그쳤다. 체육국장을 보직해임했다해도 그것이 솜방망이 처벌임은 문체부가 더 잘 알 것이다. 이는 특별조사단을 최윤희 문체부 차관을 단장으로 구성한 태생적 한계이기도 하다"라며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사퇴와 최윤희 차관의 경질을 요구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문체부는 "대한체육회장은 선거에 의해 선출된 비상임 직위로 문체부가 임면 권한이 없어 직접적인 책임을 묻기에는 한계가 있다. 체육국장 보직해임은 고위공직자 개인에 대한 문책성 인사조치로 큰 불이익에 해당되며 경주시체육회가 피해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았고 팀닥터의 존재로 파악하지 않는 등 실업팀을 부실하게 관리 운영한 것을 확인해 당시 회장과 사무국장의 책임을 물어야하지만, 퇴직으로 인해 신분상 조치가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가혹행위에 대한 민원이 접수됐고 그 조사과정을 중점적으로 본 것이 이번 조사다. 인적 카르텔 등의 구조적인 문제는 한 달의 조사로 알기가 어렵고 감사국이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번 조사는 사건 조사 위주였고 그 과정에서 철인3종협회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감사국이 체육계 전반을 조사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에 해당 시국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체육계 폭력 사건에 대한 책임이 있는 문체부에게 조사를 맡긴 것 자체에서 이미 솜방망이 처벌이나 '꼬리 자르기'가 예견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체육계에 만연된 폭력 문제에 대한 해결이 아닌 특정 사건, 특정 개인의 문제로만 사건을 파악하고 한계점만 이야기하는 것은 문체부가 문제 해결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을 반영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위원회 관계자는 "사건의 책임이 있는 문체부가 차관을 단장으로 한 자체 조사단을 꾸린 게 문제고 故 최숙현 선수 사건의 처음부터 끝까지 일련의 과정 속 오류들을 제대로 짚지 않았다. 구조적인 문제까지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하는데 이는 문체부가 이번 문제를 특정 개인의 사건으로만 생각하고 전반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의지는 없다는 것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문체부가 대한체육회의 책임을 묻지 못하는 현재의 구조로는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재조사 의지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만약에 하게 된다면 독립적인 조사를 하는 거버넌스가 구성되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故 최숙현 선수에게 폭행 및 가혹행위를 한 김규봉 감독과 안주현 운동처방사, 선배인 장윤정 선수는 모두 구속 수감됐다. 하지만 이번 문제를 당사자들의 법적 처벌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아직도 체육계에 만연된 폭력과 가혹행위를 근본적으로 고쳐 희생자가 다시 나오는 일이 없도록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한다는 게 중론이다.

이런 점에서 문체부의 이번 조사 결과는 제2의 최숙현 선수 사건을 막는다는 의도보다는 기존에 제기된 문제들을 확인한 결과만 가져왔고 대책 역시 기존 대책들의 반복으로 일관하는 등 새로운 개선점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문체부가 정말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에 대한 의구심만 낳게 한 꼴이 된 셈이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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