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 건아들은 왜 가혹행위를 계속 당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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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 건아들은 왜 가혹행위를 계속 당하나
  • 현지용 기자
  • 승인 2020.09.02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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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1사단서 성추행·가혹행위 벌어져
군인권센터 “국민들도 아는 ‘개병대 문화”
‘윤 일병 사건’ 벌어져도 반복되는 구조
美 ‘가혹행위와의 전쟁’으로 엄중 처벌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정부의 병영 개선 정책에도 해병대에서 가혹행위 및 성폭행 실태가 폭로됨에 따라, 군 내 가혹행위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지난 1일 군인권센터는 해병대 1사단에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7월까지 모 병사에 대해 같은 중대 선임병이 성추행 등 가혹행위를 가했다는 제보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피해 병사 A씨는 소속 소대 최선임인 B 병장에게 6개월 동안 시간·장소를 가리지 않고 성추행을 가했다.

심지어 B 병장의 전역이 가까워지자, B 병장의 후임인 C 상병은 이 같은 가혹행위를 ‘인수인계’ 받아 동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B 상병은 A 병장의 전역 이후 매일 아침부터 개인정비시간 후에도 피해자를 폭행 및 성추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 병사가 군인권센터에 이를 제보하자, 해당 부대 대대장은 피해자의 상담 및 신고를 방해·압박·통제하는 등 조직적인 2차 가해까지 발생했다.

군인권센터는 올해 1월 폭로된 ‘해병대 잠자리 취식 강요사건’을 언급하며 사건이 벌어진 해병대를 강하게 비판했다. 센터는 “해병대는 지난해 자체 인권위원회를 해소시켰으나, 여전히 숱한 악습 잔존으로 신고조차 못한 수많은 피해가 발생할지도 모른다”며 “국민들도 ‘개병대 문화’를 잘 안다. 오랜 악습의 해병대는 해체를 각오한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자칫 묻힐 뻔한 해병대 악·폐습 실태는 센터의 폭로로 드러났으나, 해병대를 비롯한 군 내 가혹행위 실태는 매년 구조적으로 터지는 모양새다. 2005년 논산 훈련소 인분사건, 530GP 총기난사 사건, 2011년 강회도 해병대 총격사건, 2013년 김지훈 일병 자살사건, 2014년 제1전투비행단 사건, 제28보병사단 의무병 살인사건, 제22보병사단 총기난사 사건까지 해를 거듭해도 군 내 가혹행위 및 이로 인한 참사는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군인권센터에서 공개한 해병대 1사단 성추행·가혹행위 제보 내용의 일부. 사진=군인권센터
지난 1일 군인권센터에서 공개한 해병대 1사단 성추행·가혹행위 제보 내용의 일부. 사진=군인권센터

문제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본다면 한국군의 가혹행위는 옛 일본 제국군의 구타·가혹행위 악·폐습을 전신으로 물려받은 점도 사실이다. 하지만 가혹행위의 기원과 달리, 21세기에도 이를 없애지 못하는 원인에는 군이라는 조직의 폐쇄성 및 계급사회, 군을 기피하도록 만드는 물질적·문화적 대우 및 관리자급인 간부의 직무유기 등에서 비롯되는 게 일반적이다.

미군의 경우 이등병 기준 한화 약 200만원의 월급 지급을 비롯해 제대 시 학자금 지원, 거주비 지원, 제대 군인에 대한 할인 및 예우를 제공한다. 이 때문에 징병제 하의 한국군과 달리 미군은 병사 복무도 직장의 개념으로 인식된다. 단체생활이란 이름의 외출 등 기본권 제한도 미군에서는 핸드폰 허용을 비롯해 자유로운 생활 등 복지조건을 제공한다.

여기에 가혹행위에 대한 제도적 무방비도 한몫을 한다. 미군은 2011년 집단 가혹행위로 사망한 해리 루, 대니 첸 사건을 반성삼아, 2013년 육군 복무규율 개정과 함께 ‘집단가혹행위와의 전쟁(Combat hazing)’을 선포해 군 내 구타 등 범죄에 대해서는 중죄로 처벌하는 등 가혹행위 근절을 위한 대책을 시행했다.

윤종빈 감독의 2005년 작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 연상호 감독의 2012년 작 애니매이션 ‘창’을 비롯해 웹툰 작가 기안84의 ‘노병가’, 설이의 ‘뷰티풀 군바리’ 등 작품들 모두 군 내 구조적으로 발생하고 사라지지 않는 가혹행위 문제를 그려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의 전현역자들이 군에서 겪은 이러한 가혹행위는 남성 청년층 대다수의 경험이자 공감대로 녹아 대중문화 속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구조적인 가혹행위 문제가 과거의 구습으로 여겨지기 전까진 아직도 해결점이 요원해 보인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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