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北 2인자 김여정은 왜 안 보일까
상태바
[분석] 北 2인자 김여정은 왜 안 보일까
  • 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 승인 2020.09.03 21:38
  • 댓글 0
  • 트위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7.27이후 모습 감춘 지 한 달도 넘어
유일영도체제에 부담 “더 이상 안돼”
입지 다진 만큼 숨고르기...잠행 지속
북한에서 2인자로 알려지고 있는 김여정 제1 부부장. 사진=시사주간 DB
북한에서 2인자로 알려지고 있는 김여정 제1 부부장. 사진=시사주간 DB

[시사주간=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북한은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몰아치듯 회의를 주재하는 것에 반해 2인자로 알려진 김여정 제1부부장은 한 달 넘게 잠행이다.

김 제1부부장이 마지막으로 공식 석상에 등장한 것은 지난 727일 평양에서 개최된 '전국 노병대회'에서 주석단에 앉은 모습이다. 이후 김여정 제1부부장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8월에 당 중앙위원회 정무국회의, 정치국회의, 전원회의, 정치국확대회의 등이 열렸지만 김 제1부부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현송월 부부장만 김 위원장을 보필하거나 수첩을 펴고 메모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김여정 제1 부부장이 모습을 감춘 이유는 뭘까.

먼저 2인자로 거론되면서 외부세계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기 위함이라는 측면이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 대상이기 때문에 언론 노출을 극도로 꺼릴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또 아무리 여동생이라고 해도 최고존엄이 시퍼렇게 살아 있는데 담화를 발표하거나 지시문을 내리는 행위가 최고지도자에게 부담이 된다는 측면도 있다.

김여정은 김정은 사망설이후 2인자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특히 개성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통해 전통적인 가부장적 사회에 일종의 경종을 울렸고, 한 번 한다면 하고 마는 당찬 여성이라는 걸 대내외에 알렸다.

한편으로는 국정원이 말하는 위임통치에 김정은이 유일영도체계를 보여주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북한 통치시스템 상 권력 분산이나 위임 통치는 있을 수 없는 일이어서 김여정을 활용했을 뿐 더 이상은 아니라는 선긋기라는 분석도 있다.

7월 27일 평양에서 개최된 '전국 노병대회'에서 주석단에 앉은 김여정. 사진=조선중앙TV

이를 증명하듯 최근 열린 회의에서는 김정은 외에 참석자 이름조차 거명하지 않아 그의 존재 여부를 일부러 흐렸을 수도 있다. 일부에서는 김여정이 2인자로서 위상이 높아지면 줄을 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자칫 지도체제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사전에 이를 차단할 목적으로 자제를 시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한 최근 열린 당 정치국회의 등이 성격이나 의제 자체가 김 제1부부장과는 거리가 있다고 보는 측면이다. 당시 회의의 주요 의제는 코로나19 방역과 태풍 대비였는데 김 제1부부장의 담당 분야와는 사안의 연관성이 낮다고 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김 위원장이 큰물피해를 입은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를 다녀온 후 박봉주 부위원장이나 김덕훈 내각총리 등 지도부가 태풍피해지역으로 달려가 일손을 거들고 있는 상황이어서 대남·대미 책임자인 김 부부장이 나설 상황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는 아버지인 김정일 시대와 달리 주변에 가족이나 친인척도 없고 믿을만한 사람이 없는 게 사실이다. 유일하게 여동생인 김여정 뿐이어서 정치 전면에서 보호자 역할을 해주거나 뒤를 봐줄 사람이 없어 그만큼 힘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보면 김여정 제1부부장은 핵심인 조직지도부를 통해 사전에 위험요소들을 차단하거나 위해인물들을 제거하는 역할을 할 수 있고, 2인자로서 위상을 강화해 입지를 다진 만큼 잠시 숨고르기 측면에서 당분간 잠행을 계속할 가능성도 있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이 내년 1월로 예정된 당 대회에서 개혁·개방에 대한 큰 그림을 제시할 것이란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김 제1부부장이 그 밑그림을 그리는 한편 역할과 위상에 맞는 새로운 대남·대미 전략을 손에 쥐고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SW 

ysj@economicpost.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