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3법, 집주인 '역공' 시작…"세입자 면접 남의 나라 일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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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 3법, 집주인 '역공' 시작…"세입자 면접 남의 나라 일 아니네"
  • 이보배 기자
  • 승인 2020.09.04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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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직업·반려동물 체크는 물론 '외모' 평가까지
전세 품귀, 임차인 '을' 신세…요청 따르는 수밖에

임차인의 권한을 강화한 '임대차 3법' 중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국내 전월세 시장에 후폭풍이 거세다. 전셋값은 빠르게 올랐고, 오른 전세 매물조차 구경할 수 없는 품귀 현상까지 겹쳤다. 여기에 한번 세를 주면 4년을 함께 해야한다는 압박감(?)이 커진 집주인들은 세입자 선정에 싱글, 신혼부부, 자녀 없음 등의 조건을 붙이기 시작했다. 집주인의 역공이 시작된 셈이다. <편집자주>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업체 게시판이 비어 있다. 사진=뉴시스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업체 게시판이 비어 있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이보배 기자] "세입자가 좀 통통한 편인데… 그래도 인상 좋고 성격도 서글서글해 보여요."

최근 전셋집을 알아보던 직장인 A 씨(38·여)가 면전에서 듣게 된 말이다. 해당 발언을 한 사람은 함께 매물을 보러 나선 공인중개사. 그는 집주인과의 통화에서 A 씨의 외모를 이같이 평가했다. 

"집주인이 세입자 외모까지 보느냐"며 불쾌한 내색을 하는 A 씨에게 공인중개사는 "임대차3법 때문에 한번 세입자를 맞으면 오래 함께해야 하니 조건이 까다로운 집주인이 더러 있다"고 답했다고. 

A 씨에 따르면 해당 매물의 집주인은 집을 보러 가기 전부터 다른 집주인들과는 다른 요구가 있었다. 

집주인 측에서 △임차임은 무조건 신혼부부일 것 △자녀가 없거나 영유아일 것 △매물 방문은 반드시 부부가 함께 올 것 이라는 조건을 붙였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더해 공인중개사는 '단정하고 깔끔한 옷차림'을 원했고, 집주인이 내놓은 조건에 부합하다고 생각한 A 씨는 평소보다 차림에 신경썼다고 전했다. 

A 씨는 "야근이 잦은 남편과 시간을 간신히 맞춰 매물을 보러 나선 길에 이런 '외모 평가'를 받을 줄 몰랐다"면서 "그 말을 듣는 순간 표정관리가 안되서 집도 보는둥 마는둥 했다"고 말했다. 

임대차 3법으로 임차인 권한이 강화되자, 임차인에 맞서 임대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집주인들이 이처럼 자체적으로 '세입자 면접'을 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세입자 면접'은 오랜 기간 임대차 보호를 강조해온 미국, 독일 등의 나라에서는 보편화된 임대차계약 절차 중 하나다. 

집주인은 세입자를 구할 때 월세를 낼 수 있는 사람인지 파악하기 위해 재직증명서나 은행에서 발급받은 서류, 통장 내역 등을 요구한다. 지원자가 많으면 서류 통과 후 집주인이 직접 면접을 통해 세입자를 선택한다. 

특히 독일의 경우 사실상 월세 무한연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공급이 줄면서 세입자들의 서류제출과 면접의 강도가 더욱 세졌다. 

제출서류 중에는 일종의 자기소개서와 같은 형태의 "집을 깨끗하게 잘 사용하겠다"는 각오도 써 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입 경쟁률이 10대 1은 우습게 넘어서는 탓에 집주인의 '면접 갑질'도 빈번하다고.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62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시사주간DB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62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시사주간DB

업계에서는 임대료 규제의 이 같은 부작용은 한국에서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점치고 있다. 

A 씨의 사례에서 확인했듯 집주인이 원하는 세입자를 골라 받을 여지가 충분하고, 전셋값 폭등에도 매물이 없어 집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집주인들의 갑질에 당장 집구하기에 난항을 겪고 있는 임차인들의 피해사례는 또 있다. 

B 씨는 전셋집을 알아보던 중 가계약을 앞두고 2번이나 마음을 접어야 했다고 전했다. 

공인중개사와 매물을 살펴보고 마음에 들어 가계약 진행을 원했지만 그때마다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1000만~2000만원 가량 올렸기 때문이다. 

또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을 구하던 C 씨는 집주인으로부터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고 털어놨다. 

C 씨에 따르면 전세보증금을 마련할 형편이 안돼 월세집을 알아보던 그는 맘에 드는 집을 발견하고 집주인과 함께 방문했다. 

그 자리에서 그는 집주인에게 "이런 집 전세 시세가 2~3억 하는데 돈 3000만원으로 어떻게 전세를 구하느냐"면서 "집은 '분수에 맞게' 구하는 거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C 씨는 "세입자 거주 상태에서 집을 본 거라 세입자분도 함께 있었는데 집주인이 그런 식으로 말하니 불쾌하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지치 않고 올라 62주 연속 상승했다. 다만 상승폭은 다소 둔화됐다. 

지난 3일 한국감정원이 '8월5주간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을 발표하고 "교육환경이 양호한 지역이나 역세권 위주로 전셋값 상승세가 지속됐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거래 활동이 위축돼 상승폭이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 7월31일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한 새로운 임대차법 시행 후인 8월 첫째주 0.17%로 가장 많이 올랐고, 이후 0.14%→0.12%→0.11%→0.09%로 4주 연속 상승폭이 축소됐다.  

전세 물건 부족이 계속되는 가운데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기존 전셋집에 계속 살기로 결정한 임차인이 늘면서 전세 품귀를 빚고 가격도 계속 오르는 추세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SW

lbb@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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