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문성호 성범죄무고상담센터 소장과 대한민국의 ‘사법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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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문성호 성범죄무고상담센터 소장과 대한민국의 ‘사법정의’
  • 현지용 기자
  • 승인 2020.09.04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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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위’ 이어 국내 유일 ‘성범죄 무고’ 상담센터 출범
“출범 2주 만에 피해 전화만 180건, 예상의 10배”
“증거주의 완전히 무너져...사실상 유죄추정의 원칙”
“법조계도 부당함 느껴...피해구제·시민사회 대변할 것”
문성호 한국성범죄무고상담센터 소장은 지난 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에서 성범죄 수사와 재판은 다른 것들과 크게 궤를 달리 한다. 법리적으로 자신이 아는 것과 현실은 크게 다른 경우가 많기에, 그런 것들을 되짚어드리며 올바르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보장받을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사진=한국성범죄무고상담센터 제공
문성호 한국성범죄무고상담센터 소장은 지난 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에서 성범죄 수사와 재판은 다른 것들과 크게 궤를 달리 한다. 법리적으로 자신이 아는 것과 현실은 크게 다른 경우가 많기에, 그런 것들을 되짚어드리며 올바르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보장받을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사진=한국성범죄무고상담센터 제공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곰탕집 성추행 논란’이 시민사회를 휩쓴 지 벌써 2년이다. 그 때 한 청년은 억울하게 성범죄자로 몰리는 사람들을 구제하고, 제도에 의해 추락하는 무고한 자들의 목소리를 내고자 직접 시민단체를 결성했다. ‘당당위(당신의 삶과 당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하여)’ 대표이자 지난 8월 첫 출범한 한국성범죄무고상담센터 대표 문성호 소장에게 한국 사회의 성범죄 무고 실상과 사법정의를 물었다.

아래는 문 소장과의 일문일답.

-한국성범죄무고상담센터란 무엇인가. 설립 목적과 지향점을 말한다면.

2018년 ‘곰탕집 사건’ 이래 당당위를 결성한 후 2년 여간 성범죄 무고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활동을 했다. 그 과정에서 일반 시민단체로서의 활동방식으로는 피해 구제가 어렵다는 한계를 느꼈다. 하루에도 성범죄 무고 사건만 수십여 건이 생기는 게 현실이다. 더 효율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꾸리고 실제적인, 법무적인 경험과 자격을 가진 분들과 함께 더 많은 피해자들을 빠르게 돕고자 센터를 발족했다.

-센터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나 활동은 무엇인지.

상담전화를 받으면 사건내용을 분석해 어떻게 수사기관에 가서 행동해야 하는지, 어떻게 재판에서 행동해야 하는지 등을 알려드린다. 보통 일반인이라면 대부분 성범죄 무고 사건에 어떻게 대응해야하는지 모른다. 반면 대한민국에서 성범죄 수사와 재판은 다른 것들과 크게 궤를 달리 한다. 법리적으로 자신이 아는 것과 현실은 크게 다른 경우가 많기에, 그런 것들을 되짚어드리며 올바르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보장받을 수 있도록 도와드린다.

-센터의 모태인 ‘당당위’를 말한다면.

당당위는 곰탕집 사건을 계기로 시민분들과 시작해 정식 시민단체로 출범한 단체다. 이제는 법률 전문가들과 함께 결합해 활동을 계속해나갈 방침이다. 당당위는 3가지 지향점을 세운다. 사법정의 실현을 통한 무죄추정의 원칙 수호, 진정한 성 평등, 반(反)혐오가 활동 기치다.

사법정의는 말 그대로 헌법-형사재판법이 보장하는 법률·재판·수사를 따라, 시민으로서 받아야 할 권리를 올바르게 받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재판은 원칙에 따라 이뤄지게 하는 것이나, 성범죄 무고 피해의 경우 그러지 못한 것이 많다. 이런 잘못을 바로 잡는 것이 첫째 목표다.

21세기의 시민이라면 당연히 양성평등에 관심이 많을 것이다. 다만 지금은 양성평등이란 이름하에 실질적으로는 성차별적인 정책들을 시행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이런 잘못되고 왜곡된 성 평등이 아닌, 진정으로 양성이 평등한 제도와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둘째 목표다.

반혐오 또한 21세기 시민사회의 화두 중 하나다. 인종, 종교, 성별, 지역 등에 의한 차별과 혐오는 결국 서로를 공격하며 사회를 극단화시킨다. 상대를 싸우고 억압해 이기는 것이 아닌, 서로 대화하며 양보하는 가운데에서의 중재 역할을 하는 것이 셋째 목표다.

-어쩌다 당당위에서 성범죄무고상담센터를 설립하게 됐는지.

당당위는 억울하게 범죄자로 몰린 피해자를 위해 모든 활동을 했으나, 아무래도 전문성을 가진 집단이 아니다보니 전문적·법리적 영역에 아쉬운 점이 항상 있었다. 그렇기에 전문성을 갖춘 기관을 만들어 진행하고, 당당위는 이런 억울한 사례를 분석하고 왜 이런 문제가 계속 일어나는지 시민사회에 알려 시정하는 목소리를 모으고자 센터를 만들게 됐다.

-센터를 설립 또는 운영하는데 우여곡절이나 난항은 있었나.

당당위 설립 당시 저희가 주장하는 무죄추정의 원칙 수호, 증거주의 재판 요구는 기존의 여성단체나 극단적 페미니즘 커뮤니티로부터 반감을 샀다. 그들은 증거가 부족하더라도 피해자 입장에서 생각해 판결하는 성인지 감수성, 피해자 중심주의를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악플을 비롯해 거짓 루머 살포 등의 괴롭힘은 지금도 매일 겪고 있다. 저희가 공개하는 후원금 사용 내역을 유추해 제 동선을 알아낸 적도 있다. 제가 어디서 밥을 먹고, 어디서 움직이는지를 분석해 퍼뜨린 것이다. 심지어 2018년 당당위 초창기에는 어떤 여성 3명이 몰래 쫓아다니며 제 사진을 찍고 유포하기도 했다. 반면 이번 센터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변호사·사무장님들과 함께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인지, 지금은 딱히 별게 없다.

저희 센터 이름을 ‘한국성범죄무고상담센터’라 정했지만, 실제로 성범죄 무고는 일반 무고와 결이 매우 다른 범죄다. 단순 금전 목적 때문에 성범죄를 덮어씌우는 것만이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것을 하나의 무고란 범주가 아닌, 따로 이름지어야 할 정도로 실제와의 차이점이나 괴리가 심하다고 많이 고민한다.

이외 이런 사무실 개설이나 운영에 있어선 아무래도 비용이 많이 든다. 교대 앞 변호사 거리이다 보니 입지 유지에의 어려움도 있었으나, 재판을 직접 맡으시는 사무장님들이나 변호사님의 자금지원으로 센터 출범이 가능해졌다.

또 당당위에의 정기후원 및 시민분들의 십시일반 후원도 있다. 액수를 떠나 저희 사건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저희 이야기를 여론에 공유하시며 당당위의 목표에 충분히 공감해주시기에 그 의미가 크다.

-센터를 발족하면서 드는 자부심 또는 걱정은 있었는지.

출범 업무를 하느라 따로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으나, 센터 발족 후 상담전화가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까지 오고 있다. 저희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시는 분들이 이 만큼이나 많다는 점을 깨달았다. 우리나라에 이런 성범죄 무고 피해를 당하는 분들을 도울 수 있는 기관이나 단체 같은 것이 정말로 없었다는 깨달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지금은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외부에서 소위 진짜 성범죄자임에도 자신이 무고하다고 악용하는 경우를 우려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말하건데, 이는 굉장히 어렵다고 자부할 수 있다. 비단 저만 하더라도 당당위의 정당성이나 목표를 훼손시킬 수 있는, 범죄를 저질러 놓고 ‘억울하다’고 하는 이들을 걸러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더욱이 이 분야에 있어 여기 계신 법률 전문가들은 수백·수천 건의 사건을 다루신 뛰어나신 분들이다.

반면 간혹 이런 경우도 있다. 특히 나이 드신 분들께서 강제추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분들은 “왜 이게 성범죄냐. 나는 정말로 격려차 악수하고 어깨 한번 쓰다듬은 것일 뿐”이라 주장하신다. 저희는 그럴 때 그것이 정말로 성범죄가 맞고, 피해자에게 사과드려야 한다는 점을 안내드리고 있다.

문성호 한국성범죄무고상담센터 소장은 지난 8월 센터 설립 이래 접수된 성범죄 무고 피해 건수에 대해 “센터를 연지 2주 정도인 시점에서 받은 상담전화만 180건이 넘는다”며 “이 중 80건이 저희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필요로 하시는 분이다. 예상치보다 5배 넘는 수준이 단 2주 만에 이만큼 왔으니, 실제로는 예상의 10배라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사진=한국성범죄무고상담센터 제공
문성호 한국성범죄무고상담센터 소장은 지난 8월 센터 설립 이래 접수된 성범죄 무고 피해 건수에 대해 “센터를 연지 2주 정도인 시점에서 받은 상담전화만 180건이 넘는다”며 “이 중 80건이 저희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필요로 하시는 분이다. 예상치보다 5배 넘는 수준이 단 2주 만에 이만큼 왔으니, 실제로는 예상의 10배라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사진=한국성범죄무고상담센터 제공

-센터 설립 이후 접수된 성범죄 무고 피해 제보는 얼마나 되는가.

당초 예상키로는 상담전화만 월 최대 80건, 실제 저희가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분은 20건 정도라 예상했다. 그런데 지금 센터를 연지 2주 정도인 시점에서 받은 상담전화만 180건이 넘는다. 이 중 80건이 저희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필요로 하시는 분이다. 예상치보다 5배 넘는 수준이 단 2주 만에 이만큼 왔으니, 실제로는 예상의 10배라 봐야한다.

전화를 주시는 분들 중 안타까운 경우가 과반수다. 이미 1·2심 판결이 나온 후 연락을 주시는 분들이다. 이제 막 센터를 출범했으니 어쩔 수 없기도 하나, 한국에서 한번 판결이 난 재판은 뒤집기가 매우 어렵다. 특히 성범죄는 더욱 그러하기에 그런 단계에서 저희에게 도움을 요청하셔도 저희가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없다.

본인이 억울하니 수사·재판 기관에서 알아서 잘 밝혀줄 것이라 기대하시는 분들이 많다. 그러나 막상 나오는 것은 유죄 판결과 징역 또는 벌금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제서야 부랴부랴 연락을 주시는 분들이 많아 안타깝다. 이런 분의 경우만 지난 2주간 100여건이나 접수됐다.

-활동하며 느낀 성범죄 무고 피해의 실상이란.

실제로 성범죄 관련 수사 재판에서 증거주의는 완전히 무너져있다. 재판은 근거에 의해 내려져야 하는데, 판사들이 판결을 내리는 근거는 직접증거가 없는 한 진술이 담긴 서류뭉치뿐이다. 그런데 수사기관은 피고가 최대한 유죄를 받는 피해자 중심주의로 수사를 한다. 재판장에서는 설사 그 진술이 부합되지 않거나 증거가 부족할지라도, 최대한 피해자 진술을 인용한다.

수사 초기부터 저희를 찾아오셔야 한다. 꼭 강조 드리고 싶은 부분이다. 수사가 이미 어느 정도 진행돼서 그런 진술 서류가 쌓인 뒤에는 저희도 뒤집기가 굉장히 어렵기 때문이다. 수사기관이나 사법기관도 관료제 아래 있기에, 스스로 부담을 지면서까지 억울한 사례를 철저히 수사·심리·재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타성적인 서류 처리와 시간 경과로 때를 놓치기 전에 도움을 청하길 바란다.

진짜 억울한 분들은 이를 잘 모르신다. 살면서 한 번도 범죄를 저지른 적이 없으니 당연히 수사기관은 나의 결백함을 알아주고 이를 밝히는 수사기법이 있으리라 기대하며, 아무 준비 없이 가는 경우가 많다.

차라리 증거주의 재판이 지켜진다면 저희가 명확한 증거를 찾아내기라도 하겠다. 반면 지금은 어중간한 정황증거로는 아무리 피고에 유리한 것을 찾아내도 직접적인 증거가 아니면 불분명한 피해자의 진술조차 뒤엎지 못한다. 근거에 따라 판결을 내려야할 판사들이 피해자 중심주의란 원칙, 성인지 감수성이란 개념을 판결 근거로 하는 것이다.

-당당위는 곰탕집 사건, 양예원 논란, 곡성 무고 사건, 박진성 시인 사건, 광주 데이트 폭행 사건 등 여러 성범죄 무고 관련 문제에 힘을 써왔다. 지금도 성범죄 무고 피해가 심화되고 있다고 보나.

이미 수년 전부터 심화되고 있었다. 빙산의 일각처럼 성범죄 무고 피해 실태는 이제야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보면 된다. 이것이 어느 수준 이상으로 많아지다 보니, 그제야 바깥으로 드러나 언론이 주목하고 시민사회가 이를 인식하며 그 잘못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2000년대 초반 끔찍한 성범죄들이 많다보니, 성범죄에 대해 제대로 수사하고 판결하자는 담론을 내기가 어려웠다. 그 후 증거주의 재판이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억울한 사례가 쏟아졌다. 상담 등 데이터를 본 결과, 제 생각보다 성범죄 무고 사례가 높게 나오고 있다. 이제는 이런 피해자들이 단순 극소수를 넘어 그냥 넘어가지 못할 수준까지 많아지고 있다.

수년 전 같았으면 미투 정국 당시 재판부는 말도 안되는 것에도 유죄를 내렸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같은 문제들이 계속해서 언론을 타다보니, 그러한 판결도 당시와 비교하면 조금 줄었다. 하지만 애매하거나 충분한 정황상 증거를 제시했음에도 직접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유죄를 받는 경우는 여전히 너무나 많다.

과거에는 이런 문제가 잘못됐다는 인식이 대중에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잘못된 법제도를 악용해 이득을 취하려 하는 사람들도 이를 잘 몰랐으나, 이제는 큰 준비 없이 상대를 유죄로 만들 수 있다는 자각이 생겼다. 최근의 연예인 또는 유명인들에 대한 꾸준한 허위 미투 발생이 그것이다. 이런 문제는 앞으로도 더 심해질 것이다.

성범죄 무고 피해자들의 대다수가 남성분들이다. 그러니 남성분들도 자신을 스스로 보호하는 일을 하셔야 한다고 본다. “여성과 단둘이 있으면 녹취를 켜라”고 항상 조언한다. 실제로 이 덕분에 한 사건에서 불기소를 받아냈다.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그 결과는 섬뜩했을 것이다.

문성호 한국성범죄무고상담센터 소장은 현 성범죄 무고 관련 재판에 대해 “성범죄 관련 수사·재판에서 증거주의는 완전히 무너져있다. 수사기관과 사법기관은 피해자 중심주의 수사와 성인지 감수성 개념에 따른 피해자 진술을 근거로 유죄를 내리고 있다”며 “‘고발당한 자가 스스로 무죄를 증명하라’는 식이다. 이것은 ‘유죄추정의 원칙’이나 마찬가지다. 증거를 모으더라도 그 과정에서 이미 피고발자의 정신과 명예, 가정은 무너진다”고 비판했다. 사진=한국성범죄무고상담센터 제공
문성호 한국성범죄무고상담센터 소장은 현 성범죄 무고 관련 재판에 대해 “성범죄 관련 수사·재판에서 증거주의는 완전히 무너져있다. 수사기관과 사법기관은 피해자 중심주의 수사와 성인지 감수성 개념에 따른 피해자 진술을 근거로 유죄를 내리고 있다”며 “‘고발당한 자가 스스로 무죄를 증명하라’는 식이다. 이것은 ‘유죄추정의 원칙’이나 마찬가지다. 증거를 모으더라도 그 과정에서 이미 피고발자의 정신과 명예, 가정은 무너진다”고 비판했다. 사진=한국성범죄무고상담센터 제공

-경험으로 느낀 현 성범죄 무고 피해의 문제점이란.

살인도 이것보단 훨씬 더 증거에 입각해 최대한 피고로 몰린 사람이 억울하지 않도록 입증하려한다. 살인사건의 경우 진술이 완전히 일관되고 증인이 몇 명이나 있을지라도, 이를 입증할 흉기나 자백 또는 시신이 없다면 유죄판결은 어렵다. 그래서 고유정 사건 때 시신 여부 논란이 됐던 것이다. 증거주의 재판 아래 실체를 찾지 못하면 아무리 정황이 다 맞아떨어져도 유죄라 판결하기 어렵다.

살인죄조차 이러한데 성범죄는 수사기관이 증거를 찾으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일단 유죄로 올려놓고, 고발당한 자가 ‘스스로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증거를 찾으라’는 식이다. 성범죄 재판에서 피고는 ‘실재(實在)’를 증명하긴 쉬워도 ‘부실재(不實在)’를 증명하긴 어려운 처지다. “‘세상에 유니콘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라”는 식이다.

또 ‘유죄의 증거’를 찾는 것보다 ‘무죄의 증거’를 찾는 것이 더 어려운 것 아니겠나. 그러니 유죄의 증거를 찾지 못하면 무죄로 판단하는 것이 무죄추정의 원칙인데, 이것이 지금은 크게 훼손돼있다.

성범죄 무고로 몰린 억울한 이들은 증거를 수집할 능력이나 권한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수사기관이야 압수수색, 임의동행, 체포영장으로 진술이라도 쉽게 받을 수 있으나, 일반인인 피고는 하다못해 현장이 담긴 CCTV 영상조차 그 주인이 거절하면 얻지 못한다. 증거를 모을 힘조차 없거나 미력한데, ‘알아서 증거를 찾아오라’는 것이다.

설사 증거를 모으더라도 그 과정을 거치며 잃는 것은 매우 많다. 어떤 가장이 성범죄 무고로 몰린다면, 아내나 가족 중 한 사람은 증거를 모아서라도 구제하려한다. 이 과정에서 경제활동의 중단과 비용 마련 등으로 가세와 가정 자체가 무너진다. 정신의 붕괴, 명예의 실추, 이로 인한 사회로부터의 추방은 말할 것도 없다.

그렇게 해서 증거의 조각을 얻어내는 것조차 어렵고, 또 어렵게 모은 정황증거마저도 수사·사법기관에서 증거로 인정해주지 않는다. 광주 데이트 폭력 무고 사건의 경우 어머님께서 수년 간 증거를 모으셨다. 그 과정에서 수억원을 잃으셨고, 당연히 가정의 경제활동 또한 무너졌다. 이제 일반인은 감히 엄두조차 못내는 것이 성범죄 무고의 현실이다.

-직접 겪은 성범죄 무고 피해 사례와 이에 대한 법조계 이야기를 말한다면.

최근에 재판에 들어간 사건이 있다. 원고는 십여년 전 강제추행을 당했다 주장하며 한 사람을 고소했다. 정작 피고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그 사람이 범행을 저지르고, 이를 인정하는 진술을 확보했음에도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징역 1년을 내렸다. 판결문도 “피고 측의 주장이 이러하나 증인이 위증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거나 “원고가 거짓진술을 하거나 기억의 혼동으로 판단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쓴다. 이런 식이 비일비재하다.

많은 변호사님들도 이에 대해 “다른 재판과 너무 다르다”고 말한다. 평소처럼 증거를 모으고 논리에 맞는 정황을 제시하는, 정당한 방식대로 재판에 임해선 절대로 무죄를 받아낼 수 없다는 것이다. 사법정의 수호와 커리어 훼손을 떠나, 원칙이 무너졌다는 점에서 분노하시는 분들이 많다.

그렇다보니 법조계조차 성범죄 무고 사건에 대해 기피하거나 합의를 종용하는 것도 있다. 억울함을 안고 찾아오시는 분들에게 하는 이런 행태는 귀찮아서가 아니다. 지금 이 시국에서 자신의 억울함을 증명하기가 너무나도 어렵기 때문이다.

보통 성범죄가 강제추행이나 준강간의 경우 합의금이 최대 1500만원까지 간다. 내가 무죄를 증명하고 싶어도, 녹취조차 하지 않은 상태라면 변호사 수임에만 이미 수백만원이 든다. 증거 수집을 위해 잃는 경제적 손실만 수천만원이 나온다. 그렇게 했음에도 유죄가 대다수다. 이후의 손해배상 등 민사, 벌금도 추가된다.

그러니 억울해도 합의가 졸지에 ‘가장 적은 비용’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 된다. 변호사분들도 답답해한다. 다른 유형이라면 설사 돈을 잃을지라도 명예는 회복할 수 있는데, 지금은 그것조차 못해주니 합의를 권하는 것이다. 그들도 의뢰인을 속여 변호사비만 받고 사건 해결은 못하고 싶겠는가. 처음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땐 믿기 어려웠으나, 이제는 이것이 현실이다.

문성호 한국성범죄무고상담센터 소장은 현 성범죄 무고 관련 재판에 대해 “성범죄 관련 수사·재판에서 증거주의는 완전히 무너져있다. 수사기관과 사법기관은 피해자 중심주의 수사와 성인지 감수성 개념에 따른 피해자 진술을 근거로 유죄를 내리고 있다”며 “‘고발당한 자가 스스로 무죄를 증명하라’는 식이다. 이것은 ‘유죄추정의 원칙’이나 마찬가지다. 증거를 모으더라도 그 과정에서 이미 피고발자의 정신과 명예, 가정은 무너진다”고 비판했다. 사진=한국성범죄무고상담센터 제공
문성호 한국성범죄무고상담센터 소장은 현 성범죄 무고 관련 재판에 대해 “성범죄 관련 수사·재판에서 증거주의는 완전히 무너져있다. 수사기관과 사법기관은 피해자 중심주의 수사와 성인지 감수성 개념에 따른 피해자 진술을 근거로 유죄를 내리고 있다”며 “‘고발당한 자가 스스로 무죄를 증명하라’는 식이다. 이것은 ‘유죄추정의 원칙’이나 마찬가지다. 증거를 모으더라도 그 과정에서 이미 피고발자의 정신과 명예, 가정은 무너진다”고 비판했다. 사진=한국성범죄무고상담센터 제공

-국내에서 성범죄 무고 피해에 대해 상담을 해주는 곳은 센터가 유일무이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성범죄 무고 전담 법무법인이나 법무법인 내 전담팀이 몇 군데 있었다. 변호사로서 올바른 방식으로 증거를 찾고 허위 부분을 지적하며 정황증거를 제시해도, 직접증거가 없으면 유죄를 받는 경우가 많아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금의 성범죄 수사와 재판에 대한 특수성을 인지하지 않은 분이라면 실력이 정말 뛰어난 변호사이실지라도 힘을 쓰지 못하는 형국이다.

억울하게 성범죄자로 몰리고 합의를 한다는 것 자체가 명예-사회적 생명의 말살이자 낙인이다. 그럼에도 그것이 가장 적은 피해라는 결론으로 도달하도록 몰아넣는 것이 지금의 제도다.

-국회는 ‘비동의 간음죄’ 제정, 수사기관은 ‘성범죄 무고 수사지침’ 개정, 사법부는 ‘성인지 감수성’ 판결, 여성계는 ‘성범죄 무고죄 폐지’ 주장을 하고 있다. 시민사회는 성범죄 무고 문제에 대한 이들 기관 또는 조직의 행보를 깊이 우려하고 있는데, 센터는 이에 대한 시민사회의 대변 역할을 해줄 수 있는지.

저희의 당연한 1차적 목표는 억울하게 가해자로 몰린 분들을 돕는 것이다. 물론 궁극적인 목표는 그런 피해자분들이 생기는 잘못된 제도를 바로 잡는 것이겠다. 아무리 많은 분들을 구제해도 그만큼 다시 생긴다면 이는 쳇바퀴 돌림과 다름없다. 그렇기에 잘못된 제도 시정까지 저희의 궁극적 목표로 잡고 있다.

저희를 지지해주시는 분들도 이러한 잘못된 제도와 실태에 대해 분노하신다. 관련 피해를 겪으신 당사자나 주변인분들도 저희에게 많은 지원을 해주신다. 이런 피해가 점점 늘어난다면 제도 자체를 바꿔야한다는 목소리도 점점 커질 것이기에, 저희가 그 분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 역할 또한 앞으로도 준비해나갈 계획이다.

현재는 당장의 센터 출범과 업무처리에 집중하고 있으나, 성명부터 서명운동 등 여론에 의사 전달하는 활동도 충분히 하고자 한다. 일본이나 유럽, 북미 등 해외에도 성범죄 무고 문제에 주목하고 있기에, 해외 단체와의 연대 계획 같은 것도 하나하나 이뤄나갈 것이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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