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채원의 시시각각] '2차 긴급재난지원금 선별 지급'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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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채원의 시시각각] '2차 긴급재난지원금 선별 지급' 유감
  • 황채원 기자
  • 승인 2020.09.06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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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의 발길이 뜸한 시장. 사진=임동현 기자
손님의 발길이 뜸한 시장. 사진=황채원 기자

[시사주간=황채원 기자] 정부와 여당이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1차와 달리 '맞춤형 선별 지급'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전 국민에게 지급했던 1차와 다르게 이번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직접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등을 중심으로 집중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야당인 국민의힘도 선별 지급에 동의하고 있어 4차 추경안 통과와 추석 전 지급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일 상인단체들과의 간담회에서 "어려움을 더 많이 겪고 계시는 분들께 더 두텁게 도움을 드리자는 취지다. 논의의 시간을 많이 쓰다가 늦어지면 안 되니까 서두를 계획이다. 고통이 너무 크기에 예년보다는 조금 더 두텁게 도와드리자는 관점으로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의 말대로 이번 긴급재난지원금은 '더 급한 이들에게 더 빨리, 더 두텁게' 지원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동안 1차 때부터 전 국민 지급이냐 선별적 지급이냐를 두고 논쟁이 있어왔고 정부도 처음에는 선별 지급 쪽으로 갔지만 여론의 반응이 전 국민 지급으로 쏠리자 전격적으로 전 국민 지급을 결정한 바 있다. 그리고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이 나오면서 소비가 조금이나마 다시 활기를 찾았다는 것이 각종 통계들을 통해 증명이 된 바 있다. '재난지원금으로 오랜만에 고기를 먹을 수 있었고 안경을 새로 맞출 수 있었다'는 한 어르신의 글은 인터넷에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물론 재난지원금 효과를 두고 '언 발에 오줌누기'라는 평가도 있었고 소비 증가에 한계가 있다는 말도 나왔지만 국민들이 소비를 하면서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이 한숨을 돌리는 계기가 된 것은 분명했다.  "재난지원금이 나왔기에 그나마 절반의 매출이라도 올릴 수 있었다"는 한 시장 상인의 말이 문득 떠오른다.

이번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두고 여러 설왕설래가 있었고 때마침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도 이 문제가 대표 후보들의 화두가 되기도 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전 국민 지급' 주장을 두고 기획재정부와 민주당 내에서 반발이 나왔고 이로 인한 언쟁이 뉴스를 장식하기도 했다. 결국 이번의 선택은 '맞춤형'이었다. 물론 이 말은 선별의 다른 표현인 건 분명하다.

정부와 여당이 최근의 예산 사정 등을 고려해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믿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결정은 사실 유감스럽다. 1차 긴급재난지원금이 준 효과를 잘 모른 상태에서 결정을 내렸다는 생각 때문이다. 긴급재난지원금은 단순히 국민이 돈을 받고 그 돈을 썼다는 것이 핵심이 아니라 그 돈을 통해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에게 희망의 불씨를 심어줬다는 것이 핵심이다.

물론 이들을 중점적으로 돕겠다는 것은 좋은 결정이다. 하지만 이들이 계속 생업을 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소비를 해줘야한다. 돈이 돌고 돌지 않는 상황이기에 경제의 어려움이 계속됐던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예산 등을 핑계로 긴급재난지원금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그런 점에서 문제가 있었다 정부 부처는 소비의 증가세를 '긴급생활지원금의 영향'이라고 평가해놓고 정작 그 영향을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 어폐가 있다.

또 하나, 선별의 가장 큰 단점은 결국 '받는 자'와 '못 받는 자'가 생긴다는 것이다. 사실 지금의 상황은 '누가 더 피해를 입었나', '누가 더 많이 손해를 봤느냐'를 논할 수 없다. 모두가 다 힘들다. 이를 '객관적 수치'로 맞출 수 있을지가 의문이며 이 수치가 공정함을 보장할지도 의문이다. 1차 긴급재난지원금 때도 혜택을 받지 못한 프리랜서, 특수고용직 노동자, 가사노동자 등 사각지대에 대한 대책도 제대로 수립되었는지 의문이며 홈리스들도 떳떳하게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는지도 의문이다. '받는 자'와 '못 받는 자'가 생긴다면 결국 갈등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지난 4일 기본소득당, 미래당, 녹색당 등 진보정당들이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2차 재난지원금 보편 지급'을 주장하면서 한 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19는 모든 예외적인 것들을 보편적인 것들로 바꾸었다. 실업과 파산, 전 사회적인 돌봄 부족, 질병과 단절은 이제 특수한 사람들만 겪는 일이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은 결코 예상할 수 없었던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다. 이 때 필요한 것은 최소한의 발판이 가장 많이 무너진 사람들을 핀셋으로 건져낼 수 있다는 상상력이 아니라, 사람들이 서 있는 발판 자체를 새것으로 교체하는 결단이다". 한번쯤 전환적인 생각을 해 볼 때다. SW

hcw@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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